2023-03-19

숙명

 그 자식이 그 부모에게 태어난 것은 숙명이고 따르지 않는 것은 운명입니다.


  저 목련이 저 자리에서 자라게 된 것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숙명일 뿐 아니라 1층의 베란다를 가리니 저 키보다 더 자랄 수 없는 것도 숙명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은 자신의 선택인 운명입니다.

자식

자식1(子息)[Ⅰ]「명사」 「1」 부모가 낳은 아이를, 그 부모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뜻입니다. 이혼을 하고 집을 나오면서 자식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그리고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자식이 부모 닮지 누구를 닮겠냐고 하는데 내 외모는 부모께 받은 게 맞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을 보는 눈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내가 원하는 대로 달라졌습니다. 내 자식(!)은 어떨까요.

  자식은 부모의 많은 것을 닮습니다. 요즘은 유전이 유행이라 다 유전이라고 하지만 후천적인 것이 실로 많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과 맛, 호감을 느끼거나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에 좋아하는 종교와 싫어하는 종교 뿐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조차도 후천적으로 따라하면서 유사해지는 것입니다.

  부모가 의식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밥먹는 것은 의식적인 교육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큰 놈은 외식하러 나갔을 때 식당에서 모자, 그것도 야구모자를 쓰고 밥을 먹으려고 해서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서른 넘은 나이에. 남자는 면도는 아버지에게 배우기 마련입니다. 고도로 정교해야 하는 날카로운 칼날을 다루어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집안에서는 같은 브랜드의 면도기를 씁니다. 난 쉬크, 자식들은 질레트.

  막내가 기어이 환갑 쇠어 준다고 이사 마무리로 생각할 것이 많은 속에 와서 번거롭게 하고 간 건 지나쳤지만 전화나 문자 한통 없는 그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일까요. 안선생과 정훈이는 팔짝 뛰면서 교과서적인 부자관계를 강요하다시피 했지만 인간관계는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모든 집의 상황은 다 다릅니다. 최소한 상속을 받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면 하는 체라도 해야 할 건데 속내가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2023-03-16

완벽

   완벽의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을 했기에 짧게 말하자면.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나왔고 영정이 통일한 진나라로 넘어가서 옥새로 만들었는데 진나라가 망해가던 혼란기에 사라집니다. 그런데 삼국지연의를 읽으니 그걸 손견이 손에 넣네요. 물론 픽션이겠지요. 여튼 그 옥새에 새겨진 글이 이렇답니다.

  수명우천 기수영창  受命于天, 旣壽永昌 하늘의 명을 받아 영원히 번영하리라.

과거의 소환

 산 지 60년에 불과하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그리고 심한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것이 새로 생기고, 또한 많은 것이 사라졌습니다.

  동생 일 때문에 광양 매화축제에 갔다가 내 일 때문에 중간에 와야 했는데 시내버스기 다니질 않습니다. 버스 정보는 있는데 아침에 한 대 보고는 더 오지 않는 게 길이 차로 꽉 차 있으니까 아예 오지 않던지 행사장에서 오지 못하게 하던지. 볼 게 뭐가 있다고 매년 사람들이 그리 많이 몰려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거기;는 길이 외통수여서 중간에 다른 길로 빠져나갈 수도 없는 길인데.

  불가피하게 임시로 광주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표를 천막부스에서 끊어 주는데 꽤 오래 전에 없어진 방법인 것입니다.


  저건 옛날 버스 안에서 담배 피우고 정원도 무시하고 꽉꽉 채워 다니던 시절의 승차권인데. 근데 신기하게 반갑지 않도라구요.

2023-03-10

바보들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자신의 전공만 공부했고 다른 영역은 완전히 까막눈이란 게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대통령 등장 때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를 틀었다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곡이랍니다. 툭하면 주장하는 자신이 말하는 '자유'와 이 노래에서의 '자유'가 같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바보 아닙니까. 더 중요한 건 그의 주위에 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안그래도 다른 나라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수준으로 그의 이야기들이 소비되고 있다고 하는데... 실은 이 이야기 아니고 다른 이야기 하려다 그만 살짝 샜습니다.

  이창용 한은총재 이야기입니다. 이력을 보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나서 한 인터뷰 이야깁니다. 당연히 문제제기가 예상되는 결정이었기에 그에 대한 자신의 판단 근거를 말해야 했죠. 그의 말은 '운전을 하는데 안개가 자욱해 길이 보이지 않으면 잠시 멈추어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으로 국한 해 봅시다. 운전을 하는데 안개가 심해 가시거리가 얼마 나오지 않을 때 세워야 하나요? 큰 사고의 원인제공을 하는 것입니다. 안개등 켜고 비상등 켜고 앞 차의 후미등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는 것이 제일 안전합니다. 도로는 나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도 그렇지만 금리는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 종속적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엊그제 연준 의장 말만 봐도 아직 물가가 잡히지 않아 곧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듯 말하였습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한국은 올리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은 많이 오를 것이고 이는 수출입 문제만 아니라 온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미국이 올리면 우리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조심히 거리를 두고 앞 차를 따라가듯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러면 대출금리도 올려야 하고 예금 금리도 올려야 하는데 대통령이 예금금리를 낮추라고 하니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합니다. 억지를 쓰면 안 먹힙니다. 최근에 눌렸던 예금금리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회사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마련하다 한계에 다다르니 대출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니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확보를 하려고 하는 거랍니다. 

  열 받다 보니 또 곁가지로 새네요. 간추려 말하면 예를 기막히게 들었는데 엉뚱한 처방을 했다는 것입니다. 딱 맞는 예여서 안갯길에 앞 차 따라가는 게 맞는데 기준금리 올리는 게 자신의 안위에 문제가 있어 멈추려고 어이없는 해석을 하는 게 되었다는 거죠.

2023-03-06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

   어렸을 때 읽은 책이 원본이 아니고 다이제스트였다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많아졌으니 하나씩 원본을 읽기로 했고 그 첫 번째가 '삼국지연의'입니다. 앞의 글도 하나 배웠는데 떠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 유비가 아직 안정된 세를 얻기 전입니다.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라는 말이 나와서 그 유래를 찾아 보니 실에 그 책에 쓰인 바와 같았습니다. 전국시대를 '영정'이 한 나라로 통합하여 BC221년 진나라를 세우는데 환관 조고의 농단에 60년 만에 망합니다. 그 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농사꾼인 '진승'이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고용주가 까분다고 말하니 이 말을 했다고 합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연작안지홍곡지지'(燕雀安知鴻鵠之志).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리오'입니다. 결국 '오광'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는데 나중에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명언을 남깁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랴

   깡패들이 집단으로 싸운 때나 과거 무기가 칼과 창이던 시대의 전쟁에서 쓰이던 상대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것을 보았는데 '삼국지연의'에 나오길래 혹시 여기가 그 말의 근원지인지 알아 보았습니다.

  말의 시작은 공자였습니다. 양화편에 나온답니다. 우도할계(牛刀割鷄). 그런데 이도 아름다운 말이 아니고 비아냥 거리는 말이었으며 신분의 귀천이 있던 시기는 가르침의 말이었겠지만 지금으로 본다면 역겨운 말입니다. 물론 농담이라고 했지만 전후의 맥락을 보면 비위가 뒤틀리는 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자는 예를 중시했고, 그 '예'는 '악'과 연결하여 '예악'이라고 묶어서 백성들을 교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한 작은 마을을 지나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예악을 부르는 것을 보고 그 마을을 다스리는 사람을 보니 자신의 제자여서 그에게 이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제자가 공자의 가르침에 따랐다고 정색을 하니까 제자들을 모아 농담이었다고 했다지만 아무리 그 시대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한국의 술문화

   여행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은 가고 싶어 하지만 난 바보처럼 헤매고 바보처럼 몸으로 말하는 것을 보며 말과 최소한의 정보 없이 여행을 가는 사람에 대해 '재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자연인이다의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바보들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 한국은 처음이지'도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각 나라마다 다른 문화를 보면서 그렇게 된 역사적이거나 지리적인 배경을 듣거나 추측해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입니다.

 독일인들 나온 편에서 '술을 배운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술은 마시는 건데 뭘 배우냐의 문제인 거죠. 얼마 전 친구는 미리 술예절을 배울 필요가 있냐 보고 따라하면 돼지.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그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동네마다 다르고 동네에서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상의 위치에 따라 연배나 지위에 따른 자리가 있는 것부터 술을 따르는 순서, 술병 잡기, 술잔 잡기의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상석이 어디인지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술 따르는 순서도. 술병 잡는 것은 라벨을 손바닥으로 가려야 한다는 놈도 있고, 오른 손으로만 따라야 하고 윗사람에게는 왼손을 오른 손을 받쳐야 한다는 놈도 있습니다. 여기서 당연히 그런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 나는 예법을 따라야 하는 열받은 사람들의 고함이 들리는데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는 예절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술 예절의 모든 걸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처음의 문제의식, '술을 배운다'가 나온 이유가 순식간에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된 겁니다. 세계인들의 일반적인 술 마시는 문화가 여기와는 다른 거잖아요. 러시아와 한국이 독보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라고 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술을 배우는 건데 여기에는 술 종류에 따른 안주와 자신이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필수적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술예절이라는 것입니다. 술을 조금씩 먹는 곳에서는 음료와 다를 바 없으니 술 마시고 실수할 일이 없는 거죠.

  술을 많이 마시면 실수할 수밖에 없으니 예절을 꼼꼼히 하여 실수를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주량을 묻는 것도 스포츠하듯 경쟁의 관점이 아니고 함께 마실 때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구요. 또한 마시는 대상에 따라서 마시는 양도 달라지구요. 술을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취했을 대의 말과 행동을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술을 잘 배워야 합니다. 술을 마시려면.

오토바이

 내내 오토바이를 타고 싶었습니다. 기회가 왔고 살 준비도 되었고 차종도 선택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사러 가려고 륙색에 바람막이 옷과 가죽장갑도 챙겨 넣었습니다. 나가려는데 지금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주차공간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은데 이사 갈 집도 미리 둘러 보았는데 거기도 마찬가지로 주차를 하려면 자동차 주차공간 하나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 사람들 눈에 많이 띄는 곳이어야 하고 사람이나 자동차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훼손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기는 한데 딱, 이사 가기 전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두 집을 오갈 대 필요하고 그 다음은 특별히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평상시의 이동수단은 지금까지와 같이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복잡한 경우는 택시를 타면 되는 거니까요. 거기도 무시 못할 중요한 요건은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면 그 날은 그 곳에서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있었구요.

  이사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2023-03-01

새로운 시작

  삶에서 연속성은 안정감을 줍니다. 무얼 하려거나 어딜 갔는데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상황이 아닌 거 기다리고 있다면 당황을 넘어 불편함까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과 연결된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지요. 웬만하면 사무도 하던 거 하려 하고, 자리가 바뀌게 되면 컴터도 가지고 가지요. 심한 건 결혼한 짝이나 사귀고 있는 사람이 함께 지내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상황에서도 '그만 만나'를 하지 못합니다.

  짧은 시간에 혼자를 선택했고, 정년 2년 남기고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했던 37년을 살았던 여수를 떠나 순천으로 집을 옮깁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고 여수란 곳이 좋은 추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은 곳이라서 시도해 보는 일입니다. 방이 아닌 집이 필요하기도 했고. 특별한 기대는 없습니다. 거기에서도 도서관과 운동할 수 있는 곳만 있으면 됩니다.

우리말 바로 쓰기

   우리나라 사람들 말도 겁나게 유행을 탑니다. 기수와 서수를 몰라 '하나도 모른다'를 '일도 모른다'로 바보처럼 사용한 검은머리 외국인(헨리)의 말이 지금은 공중파에서 진행자들도 쓰며 뉴스에서 돈을 꾸는 게 아니고 빌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