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6

따라가기

   사람들은 말로는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을 따라합니다. 단지 패션만 그런 게 아닙니다.

  기사 검색을 하다가 광고처럼 따라붙은 '밀리의 서재'가 흥하다는 소식에 한숨이 나왔습니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정하지 못하고 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 책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여러 해 전에 내 아이들과 노래방을 갔을 때 많이 불리는 노래를 검색해서 부르는 걸 보고 속으로 많이 놀란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게 지엽적인 것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네이버도 검색수가 많은 것을 위로 올리고 신문 방송사의 기사도 많이 읽은 기사 코너를 만들어 순위대로 제공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은 없고 다수의 생각에 자신의 생각을, 가치를 동조화 시키는데 어차피 자신이 다니는 곳이 한정적이니 결국은 지식이나 가치가 극도로 편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큰 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다수의 생각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이 정의이고 진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석열이가 막 당선이 되었을 대 포털사이트에서 그 놈 이름을 검색하면 부정적인 기사들이 먼저 쏟아진다고 크게 구김당에서 항의한 적 있습니다. 항의한 그 놈이 검색한 이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그 컴터나 그 아이디를 가진 사람에 맞추어 내어 보낸 것 아니었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극도로 진영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니 열심히 기사를 교차확인하는 사람이 아니면 당연히 어느 한 쪽의 주장만을 진리이고 정의라고 따르게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런데 책은 그것과 조금 다릅니다. 전에 함께 살던 사람이 아침마다 김어준 방송을 듣더니 어느 날 유시민의 역사서를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원래 없으면서 잘난 체하는 사람이라 그의 말은 인정하지 않는데 며칠을 거실에서 굴러다니고 주인은 읽지도 않아서 역사공부를 그는 어떻게 하고 이는지 읽어 보았습니다. 역시 그가 술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 마시며 잘난 체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깊이도 없고 어떤 것 자신의 주장이 있었습니다. 총균쇠도 가져다 놓았길래 그것도 읽어 보았는데 역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은 내가 지식을 인정하는 사람이 권하는 것이나 읽고 싶은 주제나 소재 중심으로 찾거나 좋은 저자의 책을 줄줄이 찾아 읽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함께 사석에서 술 마셔 본 적도 없는 경일씨가 떠 전화가 와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의 주석을 달아야겠는데 조언을 달랍니다. 괜찮은 책. 그런 사람이 좋은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미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는데 얼마 전에는 한국 근대사 책을 소개해 달라고 하더니 이번도 그런 부탁을 하는 걸 보니 규모가 있는 일을 하는 모양입니다. 예순이 다 되었을 건데 그도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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