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그토록 인의의 나라라고 칭송했던 주나라가 망하고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어지면서 주나라는 그 중의 하나로 전락하였습니다. 기록이 정확하지 않아 삼백 개가 넘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작은 땅에 모여 사는 우리는 역사가 쭉 이어지지만 땅이 넓은 중국은 통일이 되었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 외에는 끊임없이 변경도 소란하고 번국들도 반란을 일으켜 안정된 시기는 거의 없습니다. 춘추시대 그리 많은 나라로 쪼개어졌는데 아마 부족국가 수준의 나라들의 땅을 바탕으로 하였을 것이고 경제 상황이나 지도자의 능력에 따라 나라라고 하지만 누가 건드리지 않아서 생존하는 수준의 나라가 거의 대부분이고 그래서 그들의 역사가 전혀 기록되지 않았고 주변 큰 나라의 기록에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당시 나라의 수를 정확히 알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춘추시대는 주나라의 왕(다른 나라는 제후국으로 우두머리는 '공'이라 칭함)의 위치를 인정하여 각 나라 대소사는 형식적으로라도 주나라 왕의 인준을 받았고 또 주나라 땅이 넓고 기름져서 사신이 오면 베풀 것이 있었습니다. 이 때 여러 나라가 관련된 큰 일이 생기면 그 나라들 중 당시 제일 힘이 막강한 나라의 제후가 맹주가 되어 제후들을 소집했는데 회맹이라 하고 소집한 맹주가 패자로 불려 춘추오패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제齊나라가 관포지교에 나오는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최초의 오패가 된 환공이 등장함을 시작으로 秦의 목공, 晉의 문공, 楚의 장왕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宋의 양공, 吳의 합려, 越의 구천 등을 역사가에 따라 끼워 넣어 5명을 만듭니다. 秦의 목공을 빼는 사람도 있구요. 이러는 이유는 중국인들은 음양오행을 깊이 믿어서 다섯 나라를 채우고 한정지으려는 것 때문에 그렇습니다. 송의 양공은 많이 부족한 사람이고 그 때문에 몰락하게 되는데 그걸 끼워 넣으려 하는 사람들은 꼴통 유교주의자들입니다. 관심 있으면 '송양지인'이라는 사자성어를 찾아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나라는 시간이 갈 수록 약해져 가다가 晉나라의 대부에 불과하던 조, 위, 한씨 등이 각자 자신의 봉지를 바탕으로 나라를 인정해 달라고 뇌물을 바쳐 주나라 숭인을 받는 시점부터 전국시대가 시작이 됩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당시 왕은 하늘이 내려주신 것이라 다른 성씨, 그것도 공, 경, 대부의 그 대부에 불과한 자들이 나라를 세운 것을 공식적으로 승인한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변화인 것입니다. 그러니 얼마 되지 않아 그 때까지 남은 나라들은 약한 나라를 졸개로 두는 것이 아니라 병합을 해나갑니다. 그래서 전국 시대의 후반부에 전국칠웅이 남게 되고 그것을 진나라가 통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 전국칠웅을 중심으로 왕족 계보를 따져 봅니다.
일단은 쓴 순서 대로 읽겠습니다. 제나라 강씨, 초나라 미씨, 오나라 오씨, 진나라 희씨, 노나라 희씨, 송나라 자씨, 제나라 전씨, 한나라 한씨, 조나라 조씨, 위나라 위씨, 연나라 희씨, 진나라 영씨.
- 제나라는 상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운 강상(강태공)에게 하사한 봉지여서 강씨의 나라입니다. 상나라 왕이 제사를 지낼 때 인신공양으로 강족의 부족장들을 제물로 썼습니다.
- 초나라는 남쪽 오랑캐로 한자도 요상한 미羋인데 뜻이 '양이 운다'는 건데 당시의 뜻과 다르니 의미가 없습니다.
- 오나라는 吳인데 백양중국사에서는 '탄식소리'의 뜻을 가진 嗚를 썼습니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동남방의 오랑캐 입니다. 한때 합려 때 강국이었으나 월왕 구천에게 그의 아들 부차가 망하고 아예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낄 일이 아닌데 백양중국사 따라가다 보니 쓰게 되었습니다.
- 진나라와 노나라는 희씨인데, 희씨는 주나라 왕족의 성씨로 왕족에게 분봉한 것이어서 그렇습니다. 진나라는 주무왕의 둘째 아들 희우에게 삼감의 난이 정리되고 난 후 형인 성왕에 의해 봉해진 나라로 처음엔 당唐이었다가 수도를 천도하며 晉이 되었습니다. 魯나라는 문왕(서백 희창)의 아들이자 무왕(희발)의 형제로 무왕이 죽고 어린 성왕이 들어 서자 섭정을 하였고 7년 후 정권을 넘겨 주어 공자의 칭송을 듬뿍 받았던 '주공 단(그러니까 희단)의 아들에게 봉해진 나라입니다. 먹을 것 없는 코딱지만한 나라이고 온갖 예법을 다 알고 있고 공자의 나라이고 그런 이유로 전국시대의 거의 끝까지 살아 남습니다.
- 이 진晉나라가 조, 위, 한씨에 의해 쪼개어 지면서 사라집니다.
- 齊나라가 한 번 더 등장하는데 田싸가 쿠데타를 일으켜 왕족을 바꾸어 버립니다. 그 일을 제나라가 워낙 크고 동북쪽 동이의 땅에 치우쳐 있어서 큰 문제 없이 넘어갔습니다.
- 송나라는 子씨인데 이 성씨는 상나라 왕족의 성씨입니다. 주나라가 죽여 없애고 남은 왕족 중 도망치고 남은 자들을 그 땅에서 모여 살도록 제한을 한 곳입니다.
- 연나라는 희씨이니 주나라 왕족이 분봉을 받은 것입니다. 무왕의 아우 소공 희석이 봉지로 받은 땅입니다.
- 秦나라는 영嬴씨인데 여기도 서북방 오랑캐였기 때문에 성씨가 이렇습니다.
전국칠웅은 통일한 진나라에서 동불으로 멀리 있던 연, 제 두 나라와 붙어 있던 조, 위, 한 세 나라, 그리고 남쪽의 초나라까지 일곱을 이릅니다. 앞에 이야기 한대로 노나라는 맛이 없어서 누구도 건드리지 않다가 초나라가 진나라에 밀려서 동진하다가 그냥 삼키면서 끝나므로 이 속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망하는 순서는 중요하지 않지만 연, 조, 위, 한, 제, 초 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