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쓰지 않는 환경이 되면서 글씨 쓰는 것과 거리가 생겼습니다. 일단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은 일단 편한 컴터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내게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책을 읽으며 내용과 내 생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몇 권의 책을 읽고 있는 중 먼저 끝낸 서유기를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 합니다.
오색구름 타고 십만팔천리
하늘을 주름 잡는 라라라 손오공
우랑바리 바라나 바로웅
뽀따라까 다라마까 브라냐
여의봉도 가볍게 한 손에 움켜쥐고
마귀를 물리치는 손오공
1972년에 라디오에서 방영했다고 하네요. 손오공은 밖에서 놀다가도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던 좋아하던 드라마였습니다. 위의 내용은 주제가를 내 기억으로 재생한 건데 구글링해봐도 원래의 가사는 없고 몇 개 나와 있는 것도 그들의 기억을 되살린 거라서 중간에 있는 주문 내용이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치키치키차카차카로 시작하는 건 그 한참 뒤에 나온 것으로 텔레비전 에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로 그것은 많이 각색을 한 것입니다. 라디오에서 했던 것이 원본을 거의 그대로 가져 온 것이구요.
주문은 손오공이 머리털을 뽑아 마법을 부릴 때 외는 주문이었고 서유기에는 주문 없이 입김을 불어 넣는 것만 나옵니다. 거기에 나오는 주문은 손오공의 머리에 씌운 금테를 조이는 삼장법사의 주문 '긴고주'만 나오고 그 '긴고주'의 내용은 나오지 않습니다.
십만팔천리는 그 때는 근두운을 타고 한 번 나르면 날아가는 거리인 줄 알았습니다. 아 참, '근두은'은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손오공이 탔던 구름의 이름이고 서유기에는 없었습니다. 십만팔천리는 당나라에서 석가가 계시는 영취산까지의 거리입니다. 소설에서 그 거리는 14년의 시간으로 환산이 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당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당태종 이세민이 나라를 바르게 다스릴 불교의 경전을 얻기 위해 그 경전들이 있는 서역, 그러니까 인도, 더 정확하게는 인도의 영취산 대뇌음사로 현장스님을 의형제로 맺고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잠깐 역사적 배경을 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희극의 형태로 여러 개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송나라 때 오승은이라는 사람이 묶어 하나의 완성체로 출간하였다고 합니다. 역사적 배경이 되는 당태종은 아버지 고조를 도와 수나라를 멸하고 당나라를 세웁니다. 두 번째 아들이었던 이세민은 당을 수립하고 형제들을 제거하자 고조가 곧바로 이세민에게 양위합니다. 딱 조선의 건국과정이 그를 따른 것 같습니다. 여튼 그도 당나라를 안정시켜 그의 치세를 '정관의 치'라고 합니다. 고구려를 침략한 것으로 우리와도 인연이 있지요. 이 시기에 실제로 '현장'이라는 인물이 실존했고 인도에 갔다 와서 많은 경전을 번역해서 당나라 사람들이 불교를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답니다. 그러니까 사실을 기반으로 살을 많이 붙인 것이지요.
소설에서 '삼장법사'와 '현장스님'이라는 명칭은 내가 볼 땐 의미 없이 함께 쓰이고 있습니다. 명칭으로 보면 현장은 인간 스님으로서의 존재를 말하고 삼장은 석가모니가 불경을 내어 줄 때 삼장의 불경을 내어 주라고 할 때 나옵니다. 삼장은 부처의 가르침을 기록한 경장, 계율을 기록한 율장, 후대에 주석(해설)을 한 논장의 세 가지를 말하는데 이 경서들을 세 개의 바구니에 따로 보관했다네요. 그 삼장을 가지고 와서 삼장이고 왕이 법사를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상장법사는 공직자로서의 명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도교와 불교가 잔뜩 섞인 정도가 아니라 엉켜 있습니다. 하늘의 지배자 옥황상제가 있고 죽은 자들을 다스리는 염라대왕도 있고 산신, 토지신, 마귀와 마법 등이 있습니다. 옥황상제는 손오공을 확실히 제압하지 못하지만 석가모니가 확실하게 제압하도록 꾸몄기 때문에 결국은 불교 안에 모든 것을 품은 것이지요.
지리를 살펴 보면 인도가 서역이 맞긴 맞습니다. 인도는 유럽과 막힌 것이 없어서 알렉산더의 침입을 받기도 할 정도로 인종적으로도 많이 섞였지만 진한 갈색인 높은 산으로 가려진 중국은 유럽과도 인도와도 끊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넘어야 하잖아요. 쇄국정책을 폈지만 지리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렇기도 했을 것입니다. 현장이 수십 개의 나라를 거쳤다고 하니 산을 넘은 게 아니라 돌아서 간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