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30

술자리 선배가 할 일

   얼마 전 제자들과 저녁을 먹었습니다. 내가 30 초반에 만났던 사람들인데 행사풍선으로 '77'을 만들었으니 마흔 일곱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대학을 다닌다니 뭐. 네 아이들이 어느 대학을 다니고 있냐고 묻기도 하더라구요. 오랫만에 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을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지요.

  본의 아니게 내가 먼저 그 자리를 빠져 나오면서 도 패거리 문화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왜 이 땅의 사람들은 배제를 전제로 한 묶음을 만들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식 자리에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잖아요. 덩치가 큰 모임이어서가 아닙니다. 세 병만 되어도 한 사람이 배제된 이야기를 하는 걸 종종 봅니다. 근황을 묻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보편적인 대화도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대표적인 말로 그 패거리 문화의 성격을 알 수 있습니다. 상사, 혹은 선배는 1차는 빨리 끝내고 2차 때는 사라져 주며 술값은 내고 사라진다는 것이 이 땅에서 공식처럼 피차 인정하는 규칙입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그것은 배제라는 폭력의 물리적이지 않은 형태입니다. 왕따의 성인 버전이고 지극히 동물적인 것인데 항상 그렇듯 본인들은 그게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참석시키지도 않으면서 술값은 내고 가라는 것이 깡패도 아닌 양아치들의 갈취와 다른 게 어떤 걸까요.

  물론 지식이란 게 과거처럼 도제식으로 전수되는 것이 아니고 손 안에 있는 작은 똑똑한 기계와 SNS로 전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걸로 온전하게 전해지는 게 아니란 건 그 속에서 배제되어 나와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입니다.

  난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사는 걸 궁극적으로 바라지만 이것과는 전혀 다른 사회입니다. 개가 생각하는 건 뜻이 다르면 애초에 모임에 낄 일이 없는 거니까. 난 최소한, 사람이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사회를 원하는 사람들이기를 택도 없이 꿈꾸고 있습니다. 이 점에서도 헤겔의 변증법은 엉터리이고 다른 여타 서양철학들처럼 희망사항을 뇌까려 놓은 허황된 말일 뿐입니다.

  다른 차이도 아닌 나이가 다르다고 배제하는 사회는 인류가 생겼을 때도 없었던 행태이고 기후위기보다 더 멸망을 재촉하는 행동입니다. 나라가 꼴이 말이 아니라고 대학 교수들이 모두 시국선언을 하고 있을 때 앞서 나서기는커녕 학생회도 성원 미달로 구성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앞으로 만들어가는 사회가 어찌 제대로 굴러 가리오. 나만 잘살자는 사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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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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