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적으로 은행들, 그것도 거대 은행들의 부실 사태에 이어 새로운 금융기법을 이용한 주가조작까지 벌어져서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은행이란 것의 정체. 과거제가 공정한 관리선발수단이라고 역사 가르치는 사기꾼들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공정을 가장한 내 편 끌어오기 수단입니다. 수능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정으로 가장하고 대입 수단으로 쓰이듯이. 공부하지 않으면 모두 언론과 장사꾼 학자들이 말하는 대로 거짓을 진실로 철석같이 믿게 되지요. 얼마 전 자연드림에서 모종을 준다기에 갔더니 물부족국가니 물부족해소운동에 동참하는 서명을 하래요. 권하는 사람들에게(젊은 아줌마 셋) 지금도 대한민국이 물부족국가라는 걸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니 또 무슨 뜻인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더라구요.
돈을 꾸어 주고 이자 붙여 되돌려 받는 것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모든 종교(과거에는 가치판단의 기준이었으니 법의 위치를 가졌음)에서 그 짓을 나쁜 거라고 했고 아주 부정한 행동으로 보았습니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 된 후 기독교인들은 과거에 유대인들에게 박해를 받았던 것의 복수를 악랄하게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유대인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게토에 가두기까지 합니다. 먹고 살 것이 없어진 유대인들이 살기 위해 더러운 짓을 했고 그것이 베니스의 상인에도 나오는 고리대금업니다. 그것이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은행이라는 형태를 띄게 되었구요.
그런데 은행은 그 뿌리인 개인의 사채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사채는 자신의 돈을 꾸어 주는 것이고 은행은 예금자들의 예금을 대출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로 또 보험과 증권이 있지요. 보험 든 사람들의 돈으로 어쩌다 난 사고에 보험금을 주는. 증권사도 마찬가지구요. 세상에서 아주 나쁜 사람들이 합법을 가장하여 힘이 없고 바보인 사람들의 등골을 빼어 먹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예금은 당장 들어 오는 돈이면서 예금자가 요구하면 당장 되돌려 주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은행은 이것을 예금보다 많은 이자를 붙여 대출을 해주고 그 차이를 자신들의 이익으로 삼는 거죠. 예대마진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은행은 이 마진률을 높이려 할 것이고 이자가 높은 대출일 수록 장기이거나 위험한(회수 가능성이 낮은) 것이 됩니다. 그런데 예금자들이 돈을 달라면 당장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은 항상 일정량을 당장 현금으로 만들 수 있는 형태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한국은행)에. 얼마나? 예금 종류에 따라 0~7%. 요걸 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설명이 끝났습니다. 이번 금융위기의 시작인 SVB는 아주 큰 은행입니다. 한국의 은행이 대형화한 건 97년 외환위기로 IMF에서 돈을 꾸어 올 때 그 놈들이 요구했던 것 중 하나가 금융시장 개방이었습니다. 허생전에서 보듯 한국은 작은 나라이고 돈의 양도 적은 게 당연합니다. 외국 자본이 들어오면 정부의 환율 정책이 마비가 쉽게 될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그래서 은행들을 통폐합해서 대형화 합니다. 그래 봤자 외국자본의 규모에 비하면 아주 작지만.
여튼 그 큰 은행이 자빠지게 된 것은 뱅크런 때문었습니다. 뭔가 불안해 보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빠져 나가야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불안에도 은행의 기본 모순 때문에 다수의 예금자들이 빠져 나가는 것입니다. 예금자보호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에 은행이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이 불안을 키운 것입니다. 게다가 미국의 지급준비율은 0%이고. 예금자보호에서 벗어난 것 중 하나가 국채.
이왕 이야기한 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제도 개선을 거의 하지 않고 돈을 풀어 진정을 시켰고, 2013년의 위기 때도 같은 방법을 썼습니다. 시장에 풀린 돈이 엄청났는데 코로나19의 해결도 엄청난 돈을 풀어 해결을 했습니다. 돈이 넘쳐 나니 은행 중에는 예금을 하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 비용을 받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서 은행들이 투자처를 찾은 것이 국채(미국 국채)였습니다. 그런데 국채는 만기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는 채권이고 만기가 짧은 게 없고 보통 10년입니다. SVB는 55%를 가지고 있었답니다.
국채를 만기까지 무조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만기이자보다 더 높을 수도 더 낮을 수도 있겠지요. 요인이 여럿 있을 수도 있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기준금리에 바로 영향을 받습니다. 기준금리가 높으면 쉽게 넣고 뺄 수 있는 예금을 가입하지, 만기가 오래인 국채를 사지 않을 겁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의 급속한 인상은 기업들의 돈줄을 조이면서 국채 이자의 하락으로 연결이 되고 기업의 예금 인출 요구에 많은 손실을 보며 국채를 매각합니다. 이걸 보고 투자자문회사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니까 망하기 전에 자신의 돈을 찾는 뱅크런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에서 예금자보호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마 파산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목으로 가봅니다.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할 때도 그것이 과연 현물로 바로 치환이 될 것인가 사람들이 많이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가 오랜 시간을 걸쳐 안착시켰을 것입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은행을 쓰지 않고 '계'라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돈을 보관하고, 이자를 불렸습니다. 상당히 많은 야반도주가 있었음에도 계를 은행이 대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문학작품들을 보면 현금이나 금붙이 등을 은행에 두지 않고 집이나 땅속에 감추어 놓는 사람들을 아주 멸시하며 무식한 것으로 표현하는데 은행의 본래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난 어쩔거냐구요? 나도 은행을 씁니다. 직접적이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강제하잖아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헛소리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하면 사람들과 불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