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3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고

   읽은 지 꽤 여러 날 만에 글을 씁니다. 학생 시절에 읽고 다시 읽는 거라 옆에 역사서를 두고 사실과 비교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읽은 뒤에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10권까지 있는 것이었는데 9권 읽다가 끝냈습니다.

  큰 것부터 이야기 합니다. 일단 중국의 역사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역사서가 여러 가지인데 사실에 대한 서술이 다 다릅니다. 진수의 삼국지가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촉나라 사람으로 위나라의 사람이 되었다가 멸망한 뒤 진나라 황제의 명을 받아 공식적으로 역사를 기록하였으니까. 하지만 지들 불리한 건 거의 빼먹다시피 사실에 대한 기술도 내용 파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쓴 게 꽤 여러 군데입니다. 양념 친 것도 많구요. 그런 게 어찌 정사로서 정당성을 가지겠습니까.

  아, 요거는 짚어놓고 가지요. 한반도의 역사 기록은 고려 말기에 기록이 됩니다. 그것도 정사인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현지 답사는 전혀 하지 않고 기존 기록물, 주로 중국에서 나온 것들을 기반으로 짜집기 했는데 많이 쓰인 것이 삼국지위지동이전이라는 것입니다. 역사 공부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책일 것입니다. 이게 바로 진수가 쓴 삼국지의 일부입니다. 삼국지는 위나라 역사인 위지, 촉나라 역사인 촉지, 오나라 역사인 오지로 크게 나뉩니다. 그 중 위지가 중국의 북부에 위치하고 수도가 동쪽에 있어서 요동지역과 그 동쪽에 대한 기술을 따로 하였는데 위지의 일부로 '동이전'이 있고 거기에 한반도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진나라, 그러니까 서진이 265년 성립해서 316년 망하니까 한반도의 삼국시대의 한 중심에 있는 거지요.

  나관중은 중국인의 중요한 유교적인 가치를 중심에 두고 소설을 썼다고 모두가 이야기 합니다. 그러면 중국인, 중원 사람, 한족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그가 최고의 영웅으로 쓴 관우, 실제로 중국에서(한국도) 신격화 할 정도로 뛰어난 무장이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영웅화한 그의 죽은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상(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니)에서 싸움을 제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남 잘하는 꼴을 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나라 젊은 장수의 계략에 말려 죽습니다. 죽는 과정도 장렬하지도 않게. 게다가 목은 몸과 분리되어 위나라에 갔다가 나무 몸통을 달고 본국에 귀향합니다. 그가 영웅시 된 건 한 장사치가 그의 초상화를 집에 붙여 두었는데 겁나게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퍼져 상인들마다 집에 붙여 두고 제사 지낸 것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랍니다.

  유비. 가진 것이 하나 없어서 상갓집 개처럼 영웅도 아닌 한낫 군벌들에게 빌붙어 삽니다. 군사 빌려주면 싸움 붙었다가 다 까먹고 다른 군벌에게 의지합니다. 공명을 만나기 전까지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습니다. 군벌들 옮겨 다니다 보니 자신이 의탁했던 은인들과도 싸우는 의리 꽝인 사람입니다. 장판교가 나오는 장면도 사실은 얼척 없습니다. 자신의 땅도 없고 성을 하나 차지했는데 조조가 대군으로 몰려 오니까 미리 도망을 갑니다. 그런데 도망가는 놈이 백성들에게 따라가려면 함께 따라가도 된다고 합니다. 주위에서 그러면 금방 따라잡힌다고 말리지만 자신의 뜻대로 합니다. 항상 조언을 듣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로지 법정의 말만 듣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끌고 온 백성들은 위군에 도륙을 당하고 군대도 박살이 납니다. 자신의 본처와 장자(유선)만 조자룡의 혼신으로 살려 냅니다. 왜 백성들을 달고 갔을까요. 지금도 사람이 중요 자산이지만 당시는 더욱 그랬습니다. 포로가 필요해 전쟁을 벌이던 시절이었으니까. 백성을 사랑하고 또 백성들은 믿고 따르는 지도자로 포장하지만 제정신으로 판단해 보면 이 해석이 맞습니다. 말년 보세요. 관우 복수한다고 대군을 몰아 가는데 주위에서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습니다. 공명이 반대한다고 공명도 데려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패하고 죽음의 길로 들어선 것 아닙니까. 자기 잘난 줄 알고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 지도자는 커녕 자신의 몸도 성공시킬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장비는 글도 잘 쓰고 공부도 많이 한 문장이라네요. 딸을 황제와 결혼시키기도 하고. 관우가 글 모르는 무장에 불과하구요.

  이런 사람을 영웅으로 본 것이 바로 중국인들의 가치관입니다. 손익 따지지 않고 목수를 해야 한다는 것과 부패했어도 한나라를 계승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하고 장사를 잘하게 해준 것이 영웅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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