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비가 와도 산에 가기로 해서 오늘도 우산을 들고 산에 갔습니다. 절반쯤 돌았는데 길에 나이 든 여자가 앉아 있는 겁니다. 머리를 빨리 돌렸는데 거기를 방금 지나온 여자도 보았기에 그냥 가려다 비오는 날이니 오지랖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어디 불편하냐'고 물었습니다. 넘어져서 일어나기 힘들답니다. 119 불러 줄꺼냐고 물으니 남편이 올라오고 있을 거랍니다. 오셔도 업고 내려가기 힘들거니 부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불러 달랍니다.
전화기는 자신도 있으니 스스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119에 전화를 걸어 상황설명을 하고 바로 옆에 있는 국가지점번호를 불러 주겠다고 했습니다. 막상 그 기관 써보니 엉터리였습니다. 굳이 위치를 이야기해 달랍니다. 산길을 이야기해 보니 그 산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저 번호는 뭐하러 만들어 놓았을까요. 내 전화 GPS잡아서 오겠답니다. 그러고 조금 있다가 남자가 헐레벌떡 올라왔습니다. 달려 올 수 있는 지형이 아니니 쌩쑈일 겁니다. 다 와서 달린 거겠지요. 이 글 읽는 사람은 이따 내 말이 맞는지 판단해 보세요.
손에 순두부 포장한 것 모양과 크기가 같은 것을 다친 발목에 대더니 또 가져온 압박붕대로 감는 것입니다. 심하게 발목을 접질렸으니(길을 가로질러 물길을 내어 놓고 둥근 매끈한 통나무로 물길 가드를 쳤는데 그걸 밟은 것)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119 불렀으니까 그냥 기다리자고. 심하게 삔 건 뼈가 상했든지 인대가 늘어났든지 얼음찜질 말고는 기다려야 합니다.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없이 부목 대고 업고 가야 하지만 부목 대면서 문제가 생길 것이고 업고 내려 가면서 흔들리면서 또 심하게 움직일 것이니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듣지를 않대요. 날 흘겨 보더니 결국 다 감았습니다. 부목으로 쓴 것이 이야기 했듯이 둥근 방망이 모양이었거든요. 아프다고 해도 결국 다 감더라구요. 나는 얼마 전부터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두 번 다시 말을 걸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내려간다고 인사하고 그 멍청이 구조대를 약속한 길로 내려가 맞으려다 한참 갔는데 다른 길로 온다고 해서 되돌아가 결국 만나서 길을 가르쳐 주고 내려왔습니다.
사람이 어찌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겠습니까. 현명한 사람이란 자신이 모르는 영역을 더 잘 아는 사람에게 맡기는 사람입니다. 알아 먹게 설명을 했는데도... 부목을 발목 틀어진 상태로 묶어 놓으면 바로 잡을 때 힘들고 엄청 아플 건데, 딱 꼴이 운동 많이 한 것도 아니어서... 하기야 꼭 다쳐 봐야 어떻게 하는지 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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