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3

글쓰기에도 사람의 품성이.

 살짝 실없는 소리.

영어 알파벳 한 자씩인 감탄사인데 문장은 완전히 다른 뜻.

- 에이(A)의 뒤에는 부정적인 내용이 따라 옵니다. 에이, 그러면 안 돼지. 에이, 그럴 줄 알았어. 에이, 무슨 남자가 그래. 에이, 이번 시험은 망쳤다. 따위.

- 그런데 같은 모음인 아이(I)의 뒤에는 사랑이 따라 옵니다. 아이, 내가 한다고 그냥 두랬잖아. 왜 힘들게 자기가 그걸 해. 아이, 보고 싶어 눈이 바지는 줄 알았어. 아이, 그건 내가 살게. 따위.

  글의 머리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의 이마가 머리에 가려지지 않는 것과 같이 직설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글의 첫 문장에 보통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주장하는 근거들이 뒤에 제시가 되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자신의 주장을 압축하여 씁니다.

  그러나 비평가나 평론가의 글은 좋게 이야기하면 사람을 지치게 하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짜증나게 합니다. 글의 중반까지도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게 합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그렇게 하는 건데 이유는 어이가 없습니다. 잘난 체하기 위해서 입니다. 자신의 글이 어렵게 인식이 되도록 잘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를 쓰고, 한 문장을 세 개 이상의 문장의 결합으로 하고, 주장이 모호하게 합니다. 그게 이해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결과물에 대해 지적질을 하는 직업이니까 그보다 더 똑똑해야 하는 거잖아요. 절박함과 조급함이 있는 거죠. 자신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이 아닙니다. 자신이 언제든 부정한 말이나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고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올바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은 섣부르고 생각이 짧은 사람이냐. 그런 사람도 있지만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솔직하게 명료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숙고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각오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정치하는 사람이나 장사하는 사람은 어떻게 다음에 그 사람을 다시 어떤 자리에서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말이 명료하지 않은 것이고 그들 중에서도 자신에게 자신이 있는 사람은 박지원 의원처럼 주장과 비판 대상이 거리낌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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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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