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록인데 기록은 기억에 의존합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형제간에도 어렸을 적 이야기가 서로 다르게 재생됩니다. 물론 오래 되지 않았던 일들도 그렇구요. 기록을 바탕으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마천도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모든 기록을 참조하고 실제 역사적인 기술을 하기 위해 유적지를 찾고 노인들을 인터뷰하기도 하며 쓴 책이 '사기'입니다. 최초의 국가기록물은 아닙니다. 진서, 위서, 촉서, 오서 등도 있습니다.
사마천은 무제와 악연이 겹칩니다. 역사서를 집필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던 아버지가 한무제의 즉위식에 초대받지 못하자 분해 병으로 죽고 그 일을 이어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릉 장군이 흉노와의 싸움에서 져 포로가 되는데 본국에서는 항복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동명이인 장사꾼의 이야기가 와전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열린 회의에서 이릉을 두둔하다 사형을 받게 되고 죽지 않기 위한 조건으로 두 가지가 제시됩니다. 벌금과 궁형. 실은 세 가지입니다. 죽음도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 무제는 아버지의 원수이자 자신의 원수이기도 합니다. 곁가지인데요. 사마천을 사형으로 몰아간 이광리의 동생이 무제의 후궁이었고 그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를 무제를 몰아내고 옹립하려다 구족이 멸해진 뒤 복권이 되었답니다.
자신은 확인된 사실만을 기록하려 했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말과 다르게 시작합니다. 시작 부분에 신농씨가 등장합니다. 삼황은 신화입니다. 그 중에 하나인 신농씨도 신입니다. 황제씨 이야기에는 염제와 치우를 물리쳐 죽였다고 나옵니다. 치우가 붉은악마입니다. 그도 신입니다. 유방이 한나라를 개국하면서 치우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것도 아귀에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유방이 태어날 때의 신묘한 일과 커가면서 그에게 기이한 일들이 일어난 것은 딱 삼국유사 수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낫습니다.
앞의 글에서 초의 항우와 공평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했는데 당연히 이 나라와 끝까지 싸웠던 나라니 동등하게 대하지 않았겠지요. 그러니 결국 공평하지 않은 겁니다.
본기 12권(오제, 하, 우, 주, 진, 진시황, 항우, 고조, 여태후, 효문, 효경, 효무)
표 10권
서 8권
세가 30편(제후)
열전 70편(왕, 제후 제외한 역사적 중요 인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황제 시호에 '효'가 붙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그걸 떼면 익숙합니다. 고제, 문제, 경제, 무제입니다. 요놈 한무제는 우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세가와 열전은 이야기책 식이어서 나중에 심심할 때 읽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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