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접하는 것일 수록 표현하는 단어가 많습니다. '개'는 '견'과 '구'가 있는데 쓸모가 있을 때 전자, 식용일 때 후자를 씁니다. '수레'는 '차'와 '거'가 있는데 후자는 사람이 끄는 걸 전자는 사람 아닌 다른 수단으로 움직이는 것에 붙입니다. 돼지가 개보다 더 사람들에게 많이 쓰인 모양입니다. 시豕, 돈豚, 저猪, 해亥도 있는데 유방(한고조)의 황후 여치가 남편이 총애한 후궁을 그가 죽은 뒤 체彘로 만들었다고 한 것까지 여럿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많은 이름을, 한자를 가진 것이 있는데 그것이 '집'입니다.
소설 '잠중록'을 읽다가 촉 땅에서 주인공이 머무른 장소를 당현종이 안록산의 난 때 피난을 와서 머무른 곳으로 그 때는 '돈순궁'이었는데 환궁하고 쓰이지 않던 것을 나중에 축소하여 개축한 뒤 '돈숙각'으로 불렀다고 해서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집'에 대한 칭호를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집은 보통 규모와 쓰임에 따라 구분하여 칭했습니다.
궁 - 가장 큰 집입니다. 황제나 왕이 머무르는 곳입니다. 궐과 함께 궁궐로 쓰이지만 '궐'은 집이 아니라 담장을 뜻합니다. 조선은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운궁(덕수궁), 경덕궁(경희궁)의 다섯 궁이 있었습니다.
전殿 왕의 공적인 업무 공간. 근정전, 인정전, 중궁전 그리고 대웅전, 극락전, 팔상전
당堂 전의 아래 등급. 자선당, 희정당
각閣 전과 당의 부속으로 중층 집. 규장각, 그리고 칠성각, 산신각
저邸 관저, 저택에 쓰입니다. 별저, 관저
헌軒 휴식 공간, 별장. 영춘원, 정관헌
재齋 살림 수단 없이 공부하는 곳. 낙선재
정亭 정자입니다. 낮은 단층 집. 노는 용도. 벽이 없이 사방이 트임. 향원정, 애련정, 일송정
루樓 바닥에서 띄워진 집. 휴식이나 연회 장소. 경회루, 주합루
여기까지는 궁궐 공식 건물의 이름입니다.
사舍 휴식 공간으로 객사, 정사
원院 담장을 두른 집. 별도의 국가 기구. 비원, 승정원, 수련원
관館 개방관 관아 성격의 큰 건물. 진남관
대臺 사방을 관망하기 위한 집. 돈대, 누대
공부하다 보니 이것 말고도 아직도 여럿 있습니다. 아는 바에 의하면 '집'을 뜻하는 명칭이 모든 것 중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 사는 집으로도 가家, 옥屋, 거居, 택宅 등이 있고 엄청나게 큰 의미로 우宇도 있고 주宙도 있습니다. 에고 어깨 아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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