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의 편집장의 글 중 일부입니다. http://h21.hani.co.kr/arti/reader/together/47080.html
자신이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는지 그것도 모르고 하는지는 경중의 차이가 있을 뿐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학생시위가 빈발했을 때 그들을 막았던 전경들의 고민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다수는 시위를 막는 것이 '우국충정'이었고, 다수는 원치 않는 군대에 와서 자신의 판단이 무의미하다며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명령에 따랐습니다. 그들이 대부분이었고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쁘기 때문에 명령은 따르지 않았던 이들은 극히 드물었습니다.
내가 내 자식들에게 미안한 건 딱 하나라고 정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군대를 빼줄 수가 없었다는 거. 그 놈들은 농담으로 들었을 수 있지만 갖혀진 곳에서 원치 않은, 그것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훈련을 계속 반복해야 하는 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을. 만약 두 놈이 시위 진압에 차출이 되었다면, 분쟁지역에 투입이 되었다면 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을 것입니다. 내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구요?
난 두 놈을 서울로 보내면서 운동권에 들어가 법의 경계를 넘나들면 난 어떤 말을 해줘야 할건지 처음 여러 해 항상 고민했습니다. 큰 놈 휴학하고 군대 갔다 온 뒤 어느날 부자 모두 모였을 때 그 고민을 했던 것이 기우였다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들의 반응요? 넌 디스크립션. 그냥 피식 웃었습니다.
내 고민을 덜어준 그들은 효자입니다(!).
앞에서 총을 쏘는 병사가 없으면 뒤에서 사악한 머리와 더러운 주둥이만 놀리는 그들이 다른 이를 죽이고 다른 영역을 뭉개는 일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죽이고 부수는 데에 도구가 있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