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3

아버지라

  가정의 달이라고 한겨레21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고운 추억으로 달력으로 새교과서 표지입혀준 이야기 대목에서 불현듯 내 아버지가 떠올랐고 또 그 지긋지긋한 가난이 떠올랐습니다.
  내게 달력은 또 하나의 기억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감은 커녕 크레용도 가질 수 없던 난 크레용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토막들을 주워 써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빨강, 노랑, 파랑 계열의 색깔은 토막 마저도 없었고 도화지인지 켄트지인지도 없어서 미술 든 날 아침에 우는 내게 아버지는 내게 달력을 잘라 주셨습니다. 코팅된 종이에 크레용(그것도 싸구려)이 제대로 그려질 리 없었고 스스로도 자신의 그림에 만족할 수 없었고 평가에서도 맨 바닥을 맴돌았습니다.
  일하시기 싫어 일부러 엄마에게 트집을 잡아 싸우고 읍내로 토낀 아버지의 빈 일자리는 유난히 체구가 작고 건강도 부실했던 당신의 외아들이 대신 해야 했을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아버지였지만 좋은 영향을 준 하나는 있습니다. 악필이었던 내 공책을 중학교 2학년 때 보시고 ㅂ베개에 올라서게 한 뒤 종아리 회초리를 대신 것이었습니다. 내 기억을ㅗ는 유일한 회초리였습니다. 이후로 펜글씨 교본을 사서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글씨 연습을 했고 동시에 공부한 한자는 현재의 실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 때 나랑 포장마차에서 한잔 하시면 그리 좋아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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