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02

나는 누구인가, 어떤 입장인가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아침에 신문을 읽다가 이 시조가 보이는 순간 속이 확 끓어 올랐습니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남구만이라는 사람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누가 쓴 지 모르는 게 맞답니다. 순간 열이 오른 건 이 시조를 쓴 사람의 현재의 자세가 눈앞에 사실적으로 펼쳐진 때문이었습니다. 의관 정제하고 곰방대 물고 문앞에 기대 누워 밖을 바라보는 모습.
  근데 이과인 내가 이 시조를 온전히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언젠가 교과서에 나와 있었기 때문인 것이겠지요. 그러니까 화가 더 올라옵니다. 왜 이 나이의 보편적인 사람들에게 이 시조를 가르쳤냐는 것입니다. 해가 이미 뜨고 종달새도 먹이활동 나섰는데 소 먹여야 할 노비 놈은 아직도 일어나지 않았냐고 꾸짖고 거기다 재 너머 저 큰 밭은 언제 갈 건지 한심하다고 혀를 차고 있는 이 글을 그 나이의 대한민국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뭐라고 가르치려 교과서에 실었냐는 것입니다. 자신이 받는 것만 '빨리빨리'를 주장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은 '게으름을 피우는' 그런 국민성을 세뇌시키는... 양승태가 박정희한테 배웠네요, 그러고 보니.
  게다가 더 열받는 건 이 시조에 대한 해석입니다.

1. 봄을 맞아 농촌의 생동하는 아름다운 풍경과 농사일을 재촉하는 권농의 뜻을 담고 있다.

2. '동창이 밝았느냐'는 농촌 사람들의 부지런한 생활이 잘 나타난 시조입니다. 날이 밝았는지도 모른 채 자고 있는 아이를 향해, 지은이는 밭을 어서 갈아야 한다며 서두르고 있습니다.
종달새의 노랫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바쁘고 생기 넘치는 농촌의 아침 풍경이 잘 그려집니다.

(1)의 해석은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과서적 해석이고 (2)의 해석은 소년조선일보 올해에 나온 해석입니다. 하, 정말 이런 선생님들 뿐인 이 땅에 올바른 사회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채워질 수 있을까요. 요새 대법원(양승태 뿐 아니라 김명수도) 하는 짓을 보면 얘들은 '민주'는 커년 '공화정'이 뭔지도 모르는 놈들이라는 겁니다. 삼권분립이 공화정 수립의 존재가치이고 그 삼권 중 하나인 사법부의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행정부 수장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이런 사회지도층인사를 가진 대한민국. 당신은 민주공화정을 믿습니까? 내 피를 흘려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 당신이 속한 집단 속에서 바르지 않은 일에 항거하고 있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야 하며 옳은 것은 행동으로 옮겨져야 의미있는 것이 되고 사회의 변화는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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