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따금 이야기합니다. 각자 가치관과 지향점이 다를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하며 제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면 도덕선생들(거의 모든)이 집의 가훈을 알아 오라고 숙제를 냅니다. 난 없다. 할아버지도 만들지 않으셨고 나도 그러니 니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라. 그래도 가져가야 한다고 떼를 쓰면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를 가져 가라고 합니다. 에이 그게 뭐냐고 대들면 네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아무 말이나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옳다고 생각한 것도 나쁘다고 판단한 것도 실천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물론 그 실천은 그 가치를 실현하는 쪽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동물을 사랑한다면서 애완동물을 키운다든지 산을 좋아한다며 등산을 하는 것 처럼. 이 실천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실천입니다. 옳은 실천이려면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고, 산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고'로 고치면 되는 일입니다.
점심으로 국수를 삶아 달랍니다. 두 말 없이 비빔국수를 만들어 줬습니다. 일부러 짜게 했다고 알고 먹으라고 했고 평이 없었습니다. 오이가 없어서 양파만 썰어 넣었다고 해도, 한 가지 더 넣은 게 있다고 해도, 더 넣은 것이 식초라고 해도 아무 말이 없었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먹었기 때문에 다음에 또 하라고 하려고 맛이 없어도 그냥 먹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참 이해되지 않은 게 그 다음입니다. 숨 넘어가게 딴 세상을 보여 줘도, 맛있는 점심을 먹여줘도 고마운 중 알아야 하는데(테이크했으면 기브해야 하는데) 좋으면 더 요구하는 것입니다. 빨래 돌리고 설거지하고 점심 전에 바람 쐬었던 이불을 일부 정리해서 빈 자리에 빨래 널고 자리에 앉아 밀린 숙제인 손톱을 깎는데(이발이랑 손톱깎는게 왜 이리 싫은지) 자신 손톱을 깎아 달랍니다. 무시했더니 투덜댑니다. 한 때 깎아주던 때도 있었는데 '존경'이라는 것을 거두며 없앤 서비스 목록입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보더니 신문보는 내게(토요판은 완독합니다) 심심해서 재미 없답니다. 영화를 보러 가잡니다. 뭘하냐고 물으니 신과함께와 미션임파서블 한다면서 그것 뿐이냐고 물으니 답이 불문명해서 검색해 보니 여수의 세 개 영화관 모두 똑같이 이 두 개만 상영하고 그 중 하나는 맘마까지 셋을 하고 있었습니다. 미션임파서블 보러 가려고 했는데 그 꼴 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선거 때와 같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의 차선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보러 가니까 저런 나쁜 짓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보는 게 미리 차단되어 있다는 걸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닙니까. 그러면 보지 않아야지요.
신문을 읽다 김호철씨가 생각이 났습니다. 참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꿋꿋이 살아(견뎌) 오면서 자신도 아팠고 지금은 그의 부인이 아픈데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기사를 보고 공개된 계좌로 50만원을 보냈습니다. 그 생각이 나서 모금상황을 검색해 보았는데 관련 내용이 없는 걸로 봐서 목표액에 아직 미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금 기간은 이미 끝났는데 말이 없으니.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그네 탄핵국면에서는 촛불들에게 앞장서서 불을 질렀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모금액이...
여러 해 전에 창진형과 싸운 적 있습니다. 노동운동 하면서 처음엔 각을 세웠지만 내가 제자리 잡으면서 서로 돕기도 하고 그에게 일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물론 노선은 확연히 다르지요. 그에게 노선이란 게 없으니. 92년 대선 때 난 백선생을, 전교조는 대놓고 디제이를 밀었습니다. 나를 믿고 백본부에서 보낸 홍보물을 책장 뒤에 감추어 놓았습니다. 그런 사람이었지요. 그래도 그는 해직 기간 견디고(그게 비해직자의 힘으로 견딜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여수 대표적이고 가장 큰 시민운동단체를 이끌고 있을 때였습니다. 민중의 힘을 아직은 믿고 있던 때 시민협의 타협적인 사업들을 지적했습니다. 그 때문에 미적지근한 개혁으로 만족하고 대중은 투쟁성을 잃는 거라고. 그랬더니 바로 발끈했습니다. 나는 그거라도 하는데 넌 하는 게 뭐냐는 것이었습니다. 전교조 노선문제로 싸우고 탈퇴한 때였거든요. 나의 현장은 학교이고 내 일은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다.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생활을 해야 하는지 사회에 어떤 자세로 나가 살아야 하는지를 매 순간, 매 이슈마다 이야기한다고 했드랬습니다.
그는 선거에 한 번 나가 실패한 뒤 그를 당선시켜 줄 선거인들과 여러 번 맞짱 뜨고 아직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열심히 나름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 이전에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항상 있어야 하구요.
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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