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원치 않는 화분을 억지로 키우면서 간간히 죽어 가는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했기에 내 고쳐진 삶에서는 살아 있는 것을 키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뜻밖의 콩란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돌산에 있을 때 교무행정사는 정말로 뺀질이였습니다. 말 그대로 행정적인 사무를 모아서 처리하는 게 자신의 일이었는데 교사들이 거의 온전히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람 앞의 사람은 교사들의 손에 아예 하나도 도달하지 않도록 처리했기에 더욱 이 사람의 일 기피가 도드라진 것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고쳐질 걸 바라는 게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편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어른 주먹보다 작은 화분에 콩란을 심어서 준 것입니다. 몇 번의 여름과 겨울 방학을 거치면서 참으로 애지중지 키웠고 집을 나오면서 앨범까지 모두 버리면서도 그건 챙겨 나왔습니다.
딱 그거 하나로 살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키우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고무나무라고 하는데 잎의 무늬가 아주 예뻤습니다. 마치 양반가 도련님이나 아씨의 옷차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에 없던, 언젠가부터 나오기 시작한 뱅갈고무나무였습니다. 결국 이번 봄에 순천에 가서 사왔습니다. 카페에 있던 걸 속아서 사오긴 했지만 몇 푼 되지 않는 거 웃어버리고 잘 키우고 있습니다.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새로운 잎과 가지를 내미는 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새로운 매력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동시에 사계절을 느끼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낙옆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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