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 너머의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종교를 만들고 유지하는 자들의 밥벌이 수단입니다. 내내. 불교의 시작은 브라만교가 현재의 고정된 계급은 전생의 업보에서 비롯된 것이니 힘들어도 군소리 말고 이전 생의 과오를 갚는 것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이승의 삶을 착하게 살면 다음 생에 좋은 계급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사기친 것을 뒤짚고자 시타르타가 노력을 합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너무나 빤해 보이는 사기이지만 사람들은 그럴싸한 논리 구조에서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타협을 한 것이 윤회를 인정하고 그 윤회의 고리를 끊는 것이 궁극의 깨달음이며 그 과정으로 가자고 한 것이 불교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예수의 제자들처럼 시타르타의 제자들도 그들의 스승이 죽고 나자 그의 유산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스승을 신격화하고 자신들의 몫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가르침을 살을 붙여 왜곡합니다.
게다가 인도에서 불교가 힌두의 여러 종교 중의 하나에 불과한 미미한 위치만 가졌고 서양으로 넘어간 건 우상화 되고(석가의 곱슬머리는 원래 석가의 모습을 남기지 않았는데 알렉산더가 왔다 가면서 가져간 불교를 가져간 사람들이 숭배하기 위한 형상이 필요해서 자신들의 모습을 한 석가로 묘사해서 그런 것) 중국으로 넘어 온 건 서역의 종교라고 배척을 당해 발을 붙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중국에서 광범위하고 보편적이었던 도교와 엄청나게 교리를 많이 섞었습니다. 앞으로 서유기 이야기를 더 하겠지만 중국에서 불교와 도교의 만남을 이 책의 내용을 통해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서유기의 이승 너머의 하늘 세상은 옥황상제가 보스이고 태상노군은 같은 힘을 가진 협력자이며 염라대왕은 독립적으로 저승세계를 관리하고(세 존재가 도교의 보스) 석가모니는 이들의 세상과 인간세상을 관조하고 있다가 도움을 요청하면 힘을 발휘하는 가장 막강한 힘의 보유자입니다. 구전되던 것을 명나라 후기에 오승은이 정리한 것이 우리가 접하는 서유기인데 당태종(현장이 활동하던 시기 당나라 황제, 우리에겐 악당이지만 그들에게는 성군)이 꿈에 염라대왕의 지옥에 가서 최판관에게 듣는 게 십팔층 지옥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나무위키에서는 인류 문학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소개하는 단테의 신곡과 비슷하게 지옥도를 그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두려움을 목적으로 한 것이겠지만 그걸 묘사한 걸 보면 지옥을 만든 인간은 절대로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역겨운 인간입니다.
그러니까 불교를 철학으로 볼 것인지 종교로 볼 것인지를 가르는 가치 중 가장 선명하고 간단한 것입니다. 신과 악마의 존재성.
내가 데미안을 중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매년 시도하다 불교 공부를 한 뒤인 대학 들어가서야 독파할 수 있었던 것은 신과 악마의 실존에 대한 생각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아예 로마 시대 때부터 기독교에 물든 서양인들은 신과 악마가 당연히 실존한다고 전제를 하며 그 누구도 언제건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신은 관심이 없고 귀신만을 생각합니다. 절대신이 없는 것입니다. 엄마는 조왕신, 아버지는 서낭당, 사기꾼 무당은 관우장군신(싸움도 못하고 일자무식이며 촉나라를 파멸로 이끌어간 수염만 멋있는 자), ...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두 철학자 데카르트와 파스칼이 신의 존재성을 증명하려다 하지 못하고 결국 '있는 것이 더 멋있다'거나 '더 합리적'이라는 철학자 답지 못한 이유로 존재성을 입증(?)한 것만 봐도 그들의 생각은 아예 신과 악마가 실존한다고 그냥 믿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헷세가 불교를 알고 난 뒤 얼마나 가치관의 혼란이 있었을 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실존으로 나타난 것이어서 내가 이해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주나라가 성립하면서 신은 있다고 하면서도 그가 인간세상에 관심이 없고 빌어보았자 들어 주는 것 없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선한 마음으로 살라는 신의 존재를 정합니다. 아마 상나라(은나라)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왕을 자신의 판단과 행동을 어떻게 할지 신에게 뜻을 묻고자 매일 점을 쳤고 큰 건일수록 더 큰 선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사람을 희생으로 바쳤으며 하늘에 잘 들리게 하기 위해 희생의 신체를 잘라 고통으로 울부짖게 하였습니다. 마지막 왕이었던 주왕도 자신의 몸에 불을 질러 신에게 도달하고자 하며 죽음을 마무리 하였으니.
어리석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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