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이익의 '노인의 열 가지 슬픔'을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정약용이 늙음의 슬픔을 이겨내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알아 기록합니다. 그런데 읽을 수록 이익의 글보다 더 슬픕니다.
이제는 머리털이 하나도 없으니/감고 빗질하는 수고로움이 없고/백발의 부끄러움 또한 벗어나도다
치아 없는 게 또한 그 다음이라/절반만 빠지면 참으로 고통스럽고/쑤시다가 때로 눈물이 났었는데/이제는 걱정거리 전혀 없어/밤새도록 잠을 편안히 잔다네
눈 어두운 것 또한 그것이라/평생 동안 문자에 대한 거리낌을/하루아침에 깨끗이 벗을 수 있네/이젠 안개 속의 꽃처럼 눈이 흐리니/눈초리를 번거롭게 할 것 없고
귀먹은 것이 또 그 다음이로세/세상 소리는 좋은 소리가 없고/모두가 다 시비 다툼뿐이나니/귀막이 솜을 달지 않고도/천둥소리조차 점점 가늘게 들리고
붓 가는 대로 마구 씀일세/흥이 나면 곧 이리저리 생각하고/생각이 이르면 곧 써 내려 가되/나는 바로 조선 사람인지라/조선 시 짓기를 달게 여길 뿐일세
때로 손들과 바둑 두는 일인데/반드시 가장 하수와 대국을 하고/강한 상대는 기필코 피하노니/이것으로 소일이나 하면 그만이지/뭐 하러 고통스레 강적을 마주하여/스스로 곤액을 당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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