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9

신념, 꼴통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유지하는 걸 신념이라고 합니다. 그게 보통 '가치'일 때 그렇게 이야기하지요. 공화정을 지지한다거나 민주주의를 믿는다거나 법은 항상 지켜져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을 말하는 거죠. 하지만 '가치'라는 게 상대적이기 때문에 반대의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가 나오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신념도 바뀔 수 잇다는 것을 전제해야 합니다.

  그럴진데 '지식'은 더더욱 신념을 유지하는 게 위험합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이 충분한 검증을 거친 것이라 해도 얼마든지 부정 당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부정하는 사람들을 죽여가며 진실이라고 유지해왔던 천동설이 그 한 예입니다. 근대, 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머리, 뛰어난 업적을 모두가 인정하는 아인쉬타인도 지금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죽을 때까지 부정했습니다.

  철학자들에게 완전하다는 근거가 되어 주었던 수학적이 사실도 괴델에 의해 '불완전성의 정리'로 다 맞는 게 아니라는 게 증명이 되었습니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의 기반이 되었던 '수학'이 부정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입니다. 당연히 두 이론이 나왔을 때 과학자, 수학자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사실 확인이 되고 증명이 된 걸 부정할 순 없지요.

  이런데도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부정당하면 사람들은 '부끄럽게'생각하고 심하면 '치욕'으로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공부하는 범위와 깊이가 다른데 당연히 가지고 있는 지식의 범위와 깊이도 차이가 날 것입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지식이란 걸 받아들일 때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참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은 쉽게 부정당할 수 있는 건데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는 거지요.

  종교적인 면에서는 자신이 옳다는 것이 부정당하면 목숨을 걸고 저항을 하는 게 맞지만 과학이든 그냥 사실이든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자신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건 '꼴통' 일수밖에 없습니다. '가치'든 '지식'이든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도 있지만 과거의 것을 밀어내고 과거의 것을 대체할 수도 있어야 공부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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