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자로(子路)편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서 나옵니다.
이 말을 보통은 ‘함께 어울리되 동화되지 않으며, 함께 한 무리에 있으면서도 화합하지 못한다’로 해석합니다. 가르치기 좋아하는 몇 사람들의 말을 먼저 보겠습니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화합, 어울림을 추구하되 획일적인 같음을 요구하지 않지만, 소인은 획일적으로 자기와 같을 것만을 요구하지, 서로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률신문 변호사의 글
군자들의 사귐은 서로 진심으로 어울려 조화롭지만 그렇다고 의리를 굽혀서까지 모든 견해에 ‘같게 되기’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교수신문 올해의 사자성어 해석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 신영복
군자는 덕(德)을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항상 마음으로 친밀하게 지내기에 세력으로 결탁하는 일이 없으나, 소인은 세력과 이익으로 사귀니 언제나 힘으로 어울려 당파를 만들지 마음과 의리로 친분을 굳게 하지 못한다. 정약용
문자의 뜻을 보겠습니다.
화(和)는 자연의 섭리로 다양성의 통일이다. 다원적인 여러 요소들의 화해와 화합과 공존이다.
동(同)은 다 함께 생활을 누리는 생존공동체라는 의미. 공자가 말하는 이상사회인 대동사회(大同社會)의 同.
부동(不同)은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즉 차별화를 인정하는 논리적 가치
불화(不和)는 조화와 공존, 바람직한 성장을 위한 통합의 원리를 거부하는 논리적 가치
화와 동이 같은 길을 가는 듯하더니 부정하는 말에서 두 글자는 다른 길을 갑니다.
글자의 어원을 찾아보았습니다. 和는 口+禾인데 원래 다관(多管) 피리 龠(약)이 口로 줄어든 모습. 여러 개의 피리에서 나는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형상화했답니다. 同은 갑골문에서
이런 모양인데 가마처럼 무거운 것을 구령에 맞추어 들어 올리는 모습이랍니다. 가마를 드는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어 힘을 고르게 해야만 제대로 들 수 있다. 同을 동아일보 한 칼럼에서는 동일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는 모습으로 해석한 것도 보이는데 더 그럴싸한 해석입니다.이렇듯 和와 同은 다르지만, 화합이라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不同과 不和에서 ‘다름을 인정하다, 다양성을 품다’가 不同으로, ‘공존과 화합을 부정’하는 뜻으로 不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말들이 많지만 원래 유교가 그렇고 철학 자체도 그렇지 않습니까. 군자는 서로 화합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데 소인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하나로 일치되기를 바란다고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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