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29

한국어는 진짜 어렵습니다

   우리말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한국어'와 '우리말'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설령 의미가 있더라도 그것까지 배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스개로 논리 시간에 선생님이 '부정의 부정'은 '긍정'이지만 '긍정의 긍정'이 '부정'이 되지는 않는다고 하니까 학생이 "잘도 그러겠다."라고 했다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안절부절의 사용에 대해 공부하다가 우리말이 어려운 그것도 극단적으로 어려운 쓰임을 찾았습니다.

주책-맞다「형용사」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는 데가 있다.=주책스럽다.

주책-없다「형용사」 일정한 줏대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몹시 실없다.

=> '주책맞다'와 '주책없다'가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우연이다.

우연찮다(偶然찮다)「형용사」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

=> 표준국어대사전에 '우연'이 명사형으로 있는데 '우연이다'는 없는데 우리는 일상에서 쓰는 '우연이다'와 우연하지 않음을 줄여 말하는 '우연찮다'도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이 공부의 시작인 안절부절도 그렇습니다.

안절부절-하다「동사」 → 안절부절못하다.

안절부절-못하다「동사」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

=> 이건 아예 긍정형 표현은 쓰지 말라는 말입니다. 우리말이 어려운 게 아니라 관련 학자들이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생각일까?

   여천 오는 길. 시외버스 무선에서 내려 도서관 갈거니까 기찻길을 택했는데 이편한 아파트 뒤편에서 눈에 띄는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발걸음을 확실히 멈추게 하는.


  제목이 '행복의 나라로'가 아니라거나 그림 설명이 없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그림인데 기녀 데리고 놀고 있는 한량들의 그림을 제목을 그리 붙이고 해석을 저렇게 하다니 화가도 그러하거니와 그림을 선택하고 돈 들여 세워놓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화가는 압니다. 어떻게? 그의 약력에 있는 여천여중 때의 제자였기 때문입니다. 


벚꽃

   올해는 유난히 벚꽃 만발입니다.



2023-03-24

아주 멋진 시, 그러나 슬픈

   위나라의 조조가 재능이 여러모로 뛰어난 셋째 아들 조식보다 자신에게 잘하는 큰아들 조비에게 왕권을 물려 주었고 조비가 왕권을 확고히 하는 과정에서 조식이 불손한 태도를 보이자 조식이 잘 한다는 시를 조건에 맞게 짓도록 합니다. 두 번이나 멋지게 해결하자 또 다시 내어 놓은 조건이 자신이 걷는 7보 안에 시를 지으라고 하자 다음과 같은 시를 짓습니다.

煮豆燃豆箕 자두연두기

豆在釜中泣 두재부증읍

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콩을 찌는데 콩깍지로 불을 지피니

솥 속의 콩이 울고 있구나

원래는 한 뿌리에서 나서 함께 자랐거니

왜 이다지도 급히 볶아대느냐


  글을 쓰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7보시로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일 것이라고 하는데 그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김구용씨의 삼국지연의에 나온 것을 인용한 건데 자두연기라는 사자성어가 지금도 있는 것으로 봐서 이것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책에 첫 줄 다섯 번째 글자가 箕로 되어 있는데 이건 뜻이 '키(곡식 까부는데 쓰는)'가 뜻이고 맞는 글자는 초두 머리를 가진 萁이고 이 글자의 뜻이 '콩깍지'입니다. 한참 만에 찾았습니다. 큰 실수 할 뻔 했어요.

  참고로 맨 앞 글자 煮는 삶는다는 뜻이고 맨 끝 줄 두 번째 글자 煎은 '달이다', '마음 졸이다'의 뜻이 있습니다.

  이건 사족일 수 있는데 혹시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까봐 조식의 다음 이야기를 하자면. 조비가 죽이지는 않는데 홀대를 하였고 조비의 대를 이은 조예는 살갑게 대하기만 했고 대우는 달라지지 않았는데 제 명대로는 살았습니다.

  삼국지연의 읽은 소감이 단편적으로 나오고 별로 예쁘지 않은데 아마도 나관중이 유비의 편만 들어서 정말로 소설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비와 그의 대를 이은 유선에 대해서는 先主, 後主로 칭하면서 조조나 조비, 조예는 다 魏主라고 하고 손권은 吳主라고 합니다. 蜀主라고 해야 마땅하잖아요. 위나라가 두 나라를 멸하고 통일을 하기까지 했는데.

  게다가 유비 뿐 아니라 그의 의형제들 괴팍하기만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것 때문에 다 죽지요. 나중에는 공명도 유비의 유지를 받든다면서 말리는 걸 무시하고 무리하게 위를 치려다 그 또한 제 명에 못 죽습니다.

  촉 땅은 크기도 그러려니와 사람 살기 좋은 데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돌아다니는 당시 지도라고 나와 있는 것들은 한반도 남쪽 땀을 크게 그린 것처럼 촉땅을 크게 그리고 있는데 뻥입니다. 그나마 봐줄 수 있는게 이렇습니다.


  위나라가 한반도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 이건 아직 부여가 살아 있을 때 부여와 손잡고 고구려를 침벙하여 잠시 장악했던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 왔던 위의 장수가 관구검입니다. 여기까지 삼국지연의 이야기였습니다.

타인의 불편을 보는 시선

   다른 사람이 자신의 불편을 호소할 때 그에 대응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세상 사는 태도를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뭘 그걸 가지고 그래, 나는 그보다 더한 사람과도 산다'로 대꾸하는 사람입니다. 의외로 이런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자신이 세상을 훨씬 더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게 그 사람의 진심입니다. 학년 초에 업무분장 할 때 가관입니다. 모두가 자신이 밑은 일이 과중하며 다른 사람의 업무는 수월하다고 낮잡아 보는 것입니다. 술 마시다 '네 마누라만 같으면 평생 업고 살겠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은 자신이 제일 힘들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도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진심으로 듣지 않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 한 가지는 격한 공감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두 부류로 나뉩니다.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려고 하는 전문상담사 역할을 하려는 사람인데 정말 도움이 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조용히 들으며 공감해주는 사람. 함께 분노해 주고 함께 슬퍼해 주는. 자신이 힘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때 상대가 그걸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힘든 것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이지.

  나머지 한 부류는 첫 마디만 공감하는 멘트이고 바로 건너서 자신의 이야기로 건너 뛰는 사람입니다. 의외로 이런 사람도 많습니다. 뭐라고 논할 필요가 없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본 다면 내 주위에 좋은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판단해 볼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주위에 사람이 많이 있어야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힘든 건 실은 돈보다 사람이 더 큰데 말입니다.

2023-03-21

삼국지연의에서의 禮, 義

   얼마 전에야 내가 읽었던 고전들의 상당수가 어린 시절 읽었던 다이제스트 버전이었다는 것을 알고 삼국지연의부터 읽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유비가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셋 중 유비가 마지막으로 죽은 데까지 읽은 지금 그 정도만이 아니고 관운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비는 단순히 우유부단한 게 아니라 지도자가 되어서는 절대 안되는 사람이고 더구나 군대를 이끄는 일을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섬기는 禮라는 것은 자신 주변의 사람들에게만 적용해야 하는 것으로 딱 공자가 말하는 그것이자 실례로 정확하게 맞는 것이 있습니다. 춘추5패에 넣기도 하는 송의 양공. 이름하여 '송양지인'.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군사를 죽여 놓고 그것이 자신의 '예', '의'라고 믿은 자입니다. 말년에 관운장의 원수를 갚는다고 오나라와 붙어 싸울 때는 오만함까지 겸비한 것을 보여 줍니다. 부하 장수들의 용맹함으로 개인의 싸움에서는 자주 이겼지만 큰 전투에서는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무능한 지도자였고여포의 밑에 있다 배신 때린 것부터 원소, 조조, 유표의 밑에 부하로 있다가 군사를 빌려 배신한 것까지 보면 인간 말종 집합체입니다.

  관운장의 말로 뿐 아니라 삶 자체도 멋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쌈꾼이고 그도 리더가 아닙니다. 군대를 이끌 때는 다른 태도를 가져야 하는데 항상 자신의 용맹 만을 앞세웠던 말 그대로 쌈꾼(글을 쓸 때 항상 다른 표현을 쓰는데 이 사람은 이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는)으로 일본 국적의 재일 한인 파이터 '추성훈'과 똑같습니다.

순천에서 1주일을 살아본 느낌

   내가 굳이 순천으로 온 이유는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순천 사람들은 모나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갈등이 있는 자리는 피하고 타인에 대해 나쁜 말 하지 않는 그런. 내가 아주 싫어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상황을 찾은 이유는 일이 없으니 편하게 살고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1주일을 돌아다니면서 처음 느낀 건 도로가 무질서하고 개념없이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비스듬한 길, 구부러진 기라 가다가 막히는 길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많아서 그렇지 길을 찾다 보면 도대체 도시 설계자가 있긴 한지 궁금해 지는 것입니다. 여긴 그리 오래된 지역이 아닙니다. 시청 부근이 오래된 곳이고 여기는 마치 여수의 여서동처럼 나중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그런데 도로 사정이 이렇다는 겁니다. 게다가 사람을 위한 게 아니고 차를 위한 도로입니다. 인도가 벽에서 끊기고 섬도 없는데 왕복도로가 두 개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으나도 끊기는 곳이 여수에 딱 하나 있는데 엑스포입니다. 엑스포장과 엑스포 아파트 사이 거기에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차에는 사람이 타고 있지 않습니다, 횡단보도에서 단 한번도 차가 멈추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주변 지리를 익히기 위해서도 많이 돌아다니지만 낮 시간은 주로 호수공원도서관에서 지내기 때문에 거길 가자면 도로도 많이 바뀌고 횡단보도도 많이 건너는데 아주 처음 느끼는 독특한 곳입니다. 참, 순천-광양간 도로는 육교 달랑 하나만 있고 좌우로 보이는 끝까지 횡단보도가 없습니다. 1킬로미터도 넘어 보입니다.

  차만 자기 중심적인 게 아닙니다. 도서관이나 식당 등 어느 곳에서도 문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 전혀 없고, 당연히 양보는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문을 열면 자신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식당에서도 시끄럽지만(고급 쇠고기집도) 도서관 안에서도 그렇습니다. 남녀노소 크게 이야기하고 의자 끄는 소리도 심합니다. 직원들도 아주 시끄럽습니다. 매일 자러 오는 노인과 20대 청년도 있습니다.

  내가 보았던 그 젊잖았던 순천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수였기 때문에 조심히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자주 자신들의 모임을 만들어 똘똘 뭉쳤던 걸 '왜 시선을 끌려 하나' 생각했었는데 철학공부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어서 그랬나 봅니다. 일주일 살아보고 섣불리 판단한 것이길 간곡히 바랍니다.

  

순천

 


2023-03-19

일출


   이사 오기 며칠 전 아침에 길을 나서는데 저기 산 위로 해가 떠올라서 찍었습니다.

숙명

 그 자식이 그 부모에게 태어난 것은 숙명이고 따르지 않는 것은 운명입니다.


  저 목련이 저 자리에서 자라게 된 것은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숙명일 뿐 아니라 1층의 베란다를 가리니 저 키보다 더 자랄 수 없는 것도 숙명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꽃을 피우는 것은 자신의 선택인 운명입니다.

자식

자식1(子息)[Ⅰ]「명사」 「1」 부모가 낳은 아이를, 그 부모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뜻입니다. 이혼을 하고 집을 나오면서 자식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생각을 많이, 그리고 깊게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자식이 부모 닮지 누구를 닮겠냐고 하는데 내 외모는 부모께 받은 게 맞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을 보는 눈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내가 원하는 대로 달라졌습니다. 내 자식(!)은 어떨까요.

  자식은 부모의 많은 것을 닮습니다. 요즘은 유전이 유행이라 다 유전이라고 하지만 후천적인 것이 실로 많습니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과 맛, 호감을 느끼거나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에 좋아하는 종교와 싫어하는 종교 뿐 아니라 목소리와 말투조차도 후천적으로 따라하면서 유사해지는 것입니다.

  부모가 의식적으로 교육하는 것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도 있습니다. 밥먹는 것은 의식적인 교육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큰 놈은 외식하러 나갔을 때 식당에서 모자, 그것도 야구모자를 쓰고 밥을 먹으려고 해서 싫은 소리를 했습니다. 서른 넘은 나이에. 남자는 면도는 아버지에게 배우기 마련입니다. 고도로 정교해야 하는 날카로운 칼날을 다루어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집안에서는 같은 브랜드의 면도기를 씁니다. 난 쉬크, 자식들은 질레트.

  막내가 기어이 환갑 쇠어 준다고 이사 마무리로 생각할 것이 많은 속에 와서 번거롭게 하고 간 건 지나쳤지만 전화나 문자 한통 없는 그들이 보편적으로 말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일까요. 안선생과 정훈이는 팔짝 뛰면서 교과서적인 부자관계를 강요하다시피 했지만 인간관계는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모든 집의 상황은 다 다릅니다. 최소한 상속을 받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면 하는 체라도 해야 할 건데 속내가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2023-03-16

완벽

   완벽의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언급을 했기에 짧게 말하자면. 전국시대 초나라에서 나왔고 영정이 통일한 진나라로 넘어가서 옥새로 만들었는데 진나라가 망해가던 혼란기에 사라집니다. 그런데 삼국지연의를 읽으니 그걸 손견이 손에 넣네요. 물론 픽션이겠지요. 여튼 그 옥새에 새겨진 글이 이렇답니다.

  수명우천 기수영창  受命于天, 旣壽永昌 하늘의 명을 받아 영원히 번영하리라.

과거의 소환

 산 지 60년에 불과하지만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그리고 심한 변화가 있었고, 많은 것이 새로 생기고, 또한 많은 것이 사라졌습니다.

  동생 일 때문에 광양 매화축제에 갔다가 내 일 때문에 중간에 와야 했는데 시내버스기 다니질 않습니다. 버스 정보는 있는데 아침에 한 대 보고는 더 오지 않는 게 길이 차로 꽉 차 있으니까 아예 오지 않던지 행사장에서 오지 못하게 하던지. 볼 게 뭐가 있다고 매년 사람들이 그리 많이 몰려드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거기;는 길이 외통수여서 중간에 다른 길로 빠져나갈 수도 없는 길인데.

  불가피하게 임시로 광주까지 운행하는 시외버스를 탔습니다. 그런데 표를 천막부스에서 끊어 주는데 꽤 오래 전에 없어진 방법인 것입니다.


  저건 옛날 버스 안에서 담배 피우고 정원도 무시하고 꽉꽉 채워 다니던 시절의 승차권인데. 근데 신기하게 반갑지 않도라구요.

2023-03-10

바보들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은 자신의 전공만 공부했고 다른 영역은 완전히 까막눈이란 게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엊그제만 해도 대통령 등장 때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를 틀었다는데 평소에 좋아하는 곡이랍니다. 툭하면 주장하는 자신이 말하는 '자유'와 이 노래에서의 '자유'가 같다고 생각한다면 심각한 바보 아닙니까. 더 중요한 건 그의 주위에 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안그래도 다른 나라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수준으로 그의 이야기들이 소비되고 있다고 하는데... 실은 이 이야기 아니고 다른 이야기 하려다 그만 살짝 샜습니다.

  이창용 한은총재 이야기입니다. 이력을 보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나서 한 인터뷰 이야깁니다. 당연히 문제제기가 예상되는 결정이었기에 그에 대한 자신의 판단 근거를 말해야 했죠. 그의 말은 '운전을 하는데 안개가 자욱해 길이 보이지 않으면 잠시 멈추어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운전으로 국한 해 봅시다. 운전을 하는데 안개가 심해 가시거리가 얼마 나오지 않을 때 세워야 하나요? 큰 사고의 원인제공을 하는 것입니다. 안개등 켜고 비상등 켜고 앞 차의 후미등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가는 것이 제일 안전합니다. 도로는 나 혼자만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준금리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도 그렇지만 금리는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미국에 종속적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엊그제 연준 의장 말만 봐도 아직 물가가 잡히지 않아 곧 빅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하듯 말하였습니다. 미국은 기준금리를 올리고 한국은 올리지 않으면 원달러 환율은 많이 오를 것이고 이는 수출입 문제만 아니라 온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미국이 올리면 우리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조심히 거리를 두고 앞 차를 따라가듯 우리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그러면 대출금리도 올려야 하고 예금 금리도 올려야 하는데 대통령이 예금금리를 낮추라고 하니 기준금리를 낮추지 못합니다. 억지를 쓰면 안 먹힙니다. 최근에 눌렸던 예금금리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회사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마련하다 한계에 다다르니 대출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니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금리를 올려 자금확보를 하려고 하는 거랍니다. 

  열 받다 보니 또 곁가지로 새네요. 간추려 말하면 예를 기막히게 들었는데 엉뚱한 처방을 했다는 것입니다. 딱 맞는 예여서 안갯길에 앞 차 따라가는 게 맞는데 기준금리 올리는 게 자신의 안위에 문제가 있어 멈추려고 어이없는 해석을 하는 게 되었다는 거죠.

2023-03-06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

   어렸을 때 읽은 책이 원본이 아니고 다이제스트였다는 것을 알기에 시간이 많아졌으니 하나씩 원본을 읽기로 했고 그 첫 번째가 '삼국지연의'입니다. 앞의 글도 하나 배웠는데 떠 하나가 있습니다. 지금 유비가 아직 안정된 세를 얻기 전입니다.

  '참새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리오?'라는 말이 나와서 그 유래를 찾아 보니 실에 그 책에 쓰인 바와 같았습니다. 전국시대를 '영정'이 한 나라로 통합하여 BC221년 진나라를 세우는데 환관 조고의 농단에 60년 만에 망합니다. 그 중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농사꾼인 '진승'이 자신의 포부를 밝히자 고용주가 까분다고 말하니 이 말을 했다고 합니다. 원문은 이렇습니다. 연작안지홍곡지지'(燕雀安知鴻鵠之志).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나 고니의 뜻을 알리오'입니다. 결국 '오광'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는데 나중에 세를 불리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또 하나의 명언을 남깁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랴

   깡패들이 집단으로 싸운 때나 과거 무기가 칼과 창이던 시대의 전쟁에서 쓰이던 상대를 비하하는 말로 쓰이는 것을 보았는데 '삼국지연의'에 나오길래 혹시 여기가 그 말의 근원지인지 알아 보았습니다.

  말의 시작은 공자였습니다. 양화편에 나온답니다. 우도할계(牛刀割鷄). 그런데 이도 아름다운 말이 아니고 비아냥 거리는 말이었으며 신분의 귀천이 있던 시기는 가르침의 말이었겠지만 지금으로 본다면 역겨운 말입니다. 물론 농담이라고 했지만 전후의 맥락을 보면 비위가 뒤틀리는 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공자는 예를 중시했고, 그 '예'는 '악'과 연결하여 '예악'이라고 묶어서 백성들을 교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한 작은 마을을 지나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예악을 부르는 것을 보고 그 마을을 다스리는 사람을 보니 자신의 제자여서 그에게 이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제자가 공자의 가르침에 따랐다고 정색을 하니까 제자들을 모아 농담이었다고 했다지만 아무리 그 시대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다. 

한국의 술문화

   여행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은 가고 싶어 하지만 난 바보처럼 헤매고 바보처럼 몸으로 말하는 것을 보며 말과 최소한의 정보 없이 여행을 가는 사람에 대해 '재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럼에도 그런 프로그램을 보는 것은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자연인이다의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바보들 보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 한국은 처음이지'도 그런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각 나라마다 다른 문화를 보면서 그렇게 된 역사적이거나 지리적인 배경을 듣거나 추측해보는 것은 또 하나의 묘미입니다.

 독일인들 나온 편에서 '술을 배운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했습니다. 술은 마시는 건데 뭘 배우냐의 문제인 거죠. 얼마 전 친구는 미리 술예절을 배울 필요가 있냐 보고 따라하면 돼지. 그렇게 말했는데 그게, 그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동네마다 다르고 동네에서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상의 위치에 따라 연배나 지위에 따른 자리가 있는 것부터 술을 따르는 순서, 술병 잡기, 술잔 잡기의 방법이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상석이 어디인지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술 따르는 순서도. 술병 잡는 것은 라벨을 손바닥으로 가려야 한다는 놈도 있고, 오른 손으로만 따라야 하고 윗사람에게는 왼손을 오른 손을 받쳐야 한다는 놈도 있습니다. 여기서 당연히 그런 케케묵은 곰팡이 냄새 나는 예법을 따라야 하는 열받은 사람들의 고함이 들리는데 한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있는 예절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술 예절의 모든 걸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처음의 문제의식, '술을 배운다'가 나온 이유가 순식간에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된 겁니다. 세계인들의 일반적인 술 마시는 문화가 여기와는 다른 거잖아요. 러시아와 한국이 독보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는 나라라고 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술을 배우는 건데 여기에는 술 종류에 따른 안주와 자신이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필수적이고 제일 중요한 것은 술예절이라는 것입니다. 술을 조금씩 먹는 곳에서는 음료와 다를 바 없으니 술 마시고 실수할 일이 없는 거죠.

  술을 많이 마시면 실수할 수밖에 없으니 예절을 꼼꼼히 하여 실수를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상대의 주량을 묻는 것도 스포츠하듯 경쟁의 관점이 아니고 함께 마실 때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구요. 또한 마시는 대상에 따라서 마시는 양도 달라지구요. 술을 누구한테 배웠는지는 취했을 대의 말과 행동을 보면 바로 드러납니다, 술을 잘 배워야 합니다. 술을 마시려면.

오토바이

 내내 오토바이를 타고 싶었습니다. 기회가 왔고 살 준비도 되었고 차종도 선택했습니다. 오늘 아침에 사러 가려고 륙색에 바람막이 옷과 가죽장갑도 챙겨 넣었습니다. 나가려는데 지금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주차공간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은데 이사 갈 집도 미리 둘러 보았는데 거기도 마찬가지로 주차를 하려면 자동차 주차공간 하나를 차지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은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서 사람들 눈에 많이 띄는 곳이어야 하고 사람이나 자동차에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훼손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기는 한데 딱, 이사 가기 전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두 집을 오갈 대 필요하고 그 다음은 특별히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평상시의 이동수단은 지금까지와 같이 대중 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복잡한 경우는 택시를 타면 되는 거니까요. 거기도 무시 못할 중요한 요건은 사람을 만나 술을 마시면 그 날은 그 곳에서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있었구요.

  이사 뒤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2023-03-01

새로운 시작

  삶에서 연속성은 안정감을 줍니다. 무얼 하려거나 어딜 갔는데 지금까지 항상 그랬던 상황이 아닌 거 기다리고 있다면 당황을 넘어 불편함까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과 연결된 상황을 바꾸려 하지 않지요. 웬만하면 사무도 하던 거 하려 하고, 자리가 바뀌게 되면 컴터도 가지고 가지요. 심한 건 결혼한 짝이나 사귀고 있는 사람이 함께 지내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상황에서도 '그만 만나'를 하지 못합니다.

  짧은 시간에 혼자를 선택했고, 정년 2년 남기고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했던 37년을 살았던 여수를 떠나 순천으로 집을 옮깁니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것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고 여수란 곳이 좋은 추억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은 곳이라서 시도해 보는 일입니다. 방이 아닌 집이 필요하기도 했고. 특별한 기대는 없습니다. 거기에서도 도서관과 운동할 수 있는 곳만 있으면 됩니다.

진인사대천명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멋있는 척 하는 거 즐겨 하는 사람의 집에 가면 많이 걸려 있는 글귀입니다. 이 말의 어원은 여러 가지 입니다. 남송의 호인의 '독사관견'에 盡人事聽天命이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