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03
옛날
어렸을 대 살았던 곳을 가보면 누구나 하게 되는 생각. 큰 줄 알았었는데 정말 작았었네?
10대의 초반까지는 교회를 다녔습니다. 목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도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그를 김집사라고 불렀고 교회가 없고 마을 공회당을 썼습니다. 그 마을은 주변의 중심마을이었고 내가 산 마을은 변두리 작은 마을이어서 밤예배를 보고 돌아오는 때는 많이 무서웠습니다. 두 마을 사이에 언덕배기를 가로질러 깎아 만든 길이 있어서 협곡을 자나는 느낌인데 그 언덕 위에는 핏빛 역사가 있었습니다. 어른들 말을 종합해서 내가 배운 역사지식을 결합해 보면 전쟁 전에 보련 관련 사람들을 한 번, 그리고 전쟁 때 저쪽과 관련이 있다고 부역자로 몰린 사람들 또 한 번 집단 처형을 한 곳이 그 언덕 위였습니다. 죽을 사람들에게 구덩이를 파게 하고 줄을 세운 뒤 죽창으로 찔러 구덩이 안으로 떨어지게 한 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사람들을 그대로 매장했다고 어른들이 그랬고 흐린 날이면 퍼런 도깨비불을 보았다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었습니다. 그 길을 밤에 지나올 때면 길이 좁아서 한 줄로 지나는데 앞은 앞대로 뒤는 뒤대로 가운데는 가운데대로 무서워서 찬송가를 크게 부르며 정신없이 뛰어 지나갔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뒤 아버지 돌아가시고 찾은 그 곳은 어른이 된 내 키 정도의 높이일 뿐이었습니다.
낭도에서의 삶은 단조로웠지만 살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뒤집을만큼 힘들게 했던 것이 물부족이었습니다. 지하수에 염분이 나오기 때문에 산에 저수지에 물을 담아서 전체가 그걸 식수로 썼습니다. 강수량이 적은 겨울이 문제였습니다. 들어간 이태째는 유난히 겨울가뭄이 심해서 재한급수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주일에 단 한 시간. 몇 주째 계속되면서 많이 힘들었고 갈등이 만들어졌습니다. 관공서, 그러니까 동사무소 출장소, 파출소 출장소, 보건지소와 농협을 물공급을 해주는데 선생인 난 혜택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5명이 한 가족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그 동안 친하게 지냈던 동네 청년들과 다툼이 벌어졌고 관공서도 아닌 농협도 주면서 선생은 안 주는 게 맞냐는 말에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이 돌아왔고 난 학교를 무시하면 학교가 없어지게 되고 학교가 없어지면 아이를 가진 젊은 사람들이 없어지게 되고 그러면 섬은 죽는다고 말을 했지만 그들에게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렸습니다. 난 정나미가 떨어져 바로 3월 발령으로 나와 버렸고 중학교와 초등학교는 얼마 되지 않아 폐교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고흥과 화양을 잇는 다리가 열렸다고 해서 가 보았습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다 늙은이들이었고 젊은 사람들은 외지인들이었습니다. 살았던 집을 찾아 보았습니다. 내가 들어갈 때 여러 해 동안 쓰지 않았던 집이라 폐가 수준이었는데 내 돈으로 고쳐고 청소해서 두 채를 썼습니다. 한 채는 어머니 방과 보일러실, 다른 채는 아내와 아이들 넷.
정면이 어머니 방, 오른쪽 풀밭이 네 식구 살던 곳이었는데 그 곳은 깨끗이 치워지고 풀밭이 되었네요. 어떻게 저 좁은 곳에 집이 있었고 그 식구들이 살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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