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나라의 멸망에 아쉬워 할 것은 없습니다. 이 땅의 한 종교가 우리나라가 그 나라의 후손이 세운 나라라고 하여 나도 약간의 애정이 있긴 하지만 '설'이기에 가능성만을 믿을 뿐. 다만 여기에 이해가 되지 않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주의 무왕(희발)이 서부 연합군을 이끌고 상나라의 제신(주나라는 그를 주왕紂王이라 칭함)과 목야에서 맞붙어 이긴 후 상나라 제신은 녹대에 올라 보물과 옥으로 된 옷을 입고 분신하여 죽었습니다. 이튿날 은허에 입성한 주무왕은 그 시체에 세 발의 화살을 쏘고 단검으로 찌른 다음 도끼로 목을 베어 깃대에 답니다.
이 부분인데 제신이 자살의 방법으로 분신을 선택한 이유와 옥으로 몸을 둘러 싼 이유, 주무왕이 시체에 한 행위 등이 아무리 과거, 지금으로부터 3천년도 넘었던 때(기원전 1046년)라고 해도 뭘 의미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알았습니다. 일단 사마천의 사기, 은본기의 해당 부분입니다.
甲子日 紂兵敗. 갑자일 주병패. 갑자일에 주왕이 패했다.
紂走入 登鹿臺 衣其寶玉衣 赴火而死. 주주입 등록대 의기보옥의 부화이사. 주왕이 들려 들어와 녹대에 올라 보물과 옥으로 된 옷을 입고 불에 뛰어 들어 죽었다.
周武王遂斬紂頭 縣之[大]白旗 殺妲己. 주무왕수참주두 현지[대]백기 살달기.주무왕이 따라와 주왕의 머리를 베고 대백기에 걸었으며 달기를 죽였다.
사기에는 이 정도가 쓰여 있고 더 이상은 다른 책에 있는 것입니다. 추가 설명이 조금 필요한데 주왕의 머리는 대백기에, 달기의 머리는 소백기에 달았답니다. 전에 이야기한 바 있는데 달기, 암탉. 달기는 죽인 게 아니고 다른 한 첩과 이미 목매달아 죽은 것이었습니다.
상나라는 신에게 뜻을 물을 때 점을 치면서 인신공양을 했고 가치가 큰 질문일수록 희생의 지위가 높았습니다. 그 희생이 상나라의 왕이라면 그보다 더 큰 것일 수는 없었을 것이고 그는 자신을 바치면서 주나라를 물리쳐 달라고 기도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보물과 옥으로 치장하고 스스로 불에 뛰어 들었을 것입니다. 그것을 주무왕이 알기 때문에 점을 치는 의식에 따라 그의 기도의 힘을 없애기 위해 죽은 시체에 그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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