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3

이월하 옹정황제를 읽고

   읽은 지 2주가 넘었습니다. 시간과 가치의 판단에 많은 여유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시간을 정해 놓고 맞추려고 신경 쓰는 건 시간이 많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고 당장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요.

  사람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는데 과거라면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형제지간이나 동창들 사이에서도 과거의 기억은 항상 충돌하고 올바른 기억으로 정리되는 건 그냥 힘 센 놈의 것입니다. 나중에 만나지 않는다면 각자의 기억으로 살 거구요. 갑자기 개도 시절이 생각 납니다. 그 돈밖에 모르던 동창 교감이 왔을 때 교무는 그 놈이 하자는 거 다 맞추어 주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은 학교운영비로 닭을 사고 닭장을 짓고, 비닐하우스를 석 동이나 반영구적으로 크게 짓고 토기를 사 오고 피망인가 뭔가를 심고... 당연히 학생들과는 아무 상관 없는. 자신의 연구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산삼씨를 뿌려 장뇌삼 기르는 것까지 모두 동참했고 학교를 지 맘대로 하려는 걸 제동하는 나만 그 놈하고 싸웠고 그 놈의 옆에는 항상 교무가 있었는데 언젠가 한 번 자신도 교감과 계속 대결이었다고 했을 뿐 아니라 몇 달 전 시내에서 만났을 때는 겁나게 친한 척하며 자신의 개도 집에 놀러오라고 하는 거 있죠. 이렇게들 사는 것입니다.

  강희에게는 스물 넷의 아들이 있었는데 권력투쟁 가까이에 있었던 이들은 태자 2를 위시로 1, 3, 4, 5, 6, 8, 9, 10, 12, 13, 14, 17 정도 입니다. 5, 6, 17은 참여도가 거의 없지만 소설에서 이따금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황후와의 인연 때문에 태어나면서 태자가 된 이는 둘째입니다. 엄청난 권력을 향한 암투 속에서 넷째 윤진이 황제에 오르고 그가 옹정황제입니다. 태자가 폐위되는 사건에서 첫째가 연루되어 유폐되고 당연히 자신의 몫일 줄 알았던 여덟째는 자신을 보위하는 모든 세력을 온전히 안고 옹정의 위치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존재가 됩니다.

  강희의 문제는 청나라를 세우는 데 큰 공을 세웠던 내부 세력인 오배를 해결해야 했고 엄청난 돈과 군대 세력을 가지고 남쪽에서 독립하려고 하는 오삼계를 쳐부셔야 했고 청나라 초기 대만을 안정시키기 위해 파견했던 정성공이 등을 돌려서 그도 잡아 눌러 대만을 가져 와야 했으며 삼번의 난도 처리하고 서북쪽의 몰골 잔당들도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런 연유가 있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강희는 내부의 문제, 이치吏治, 관리들의 부패와 매관매수를 완전히 눈감아 버립니다. 또한 국가의 재정이 관리들이 그것을 꾸어 가서 빈털털이에 가까운데도 관리들의 반발을 의식해 묶혀둡니다. 

  옹정은 앞의 이야기에서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원칙에 충실했고 비워진 국고를 온갖 욕을 먹으며 채워넣고 부패한 관리들도 대명률을 바탕으로 만든 대청률에 의해 벌을 집행합니다. 그 속에 여덟 째 무리(9, 10, 14가 함께 작당)가 온갖 황제에 대한 나쁜 소문을 만들어 유통시키며 황제를 흔들다가 대놓고 조회 시가에 반기를 들면서 그들을 모두 정리합니다. 직접 사형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유일하게 어머니가 같은 14만 자살을 요구하구요.

  중국 황제 통틀어 '대제'라는 칭호는 강희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온갖 쓰레기를 덮어 두었고 결국 그의 아들이 역사상 가장 냉혹한 군주라는 악명을 쓰고 국가악을 정리하게 만들었습니다. 끝에 마무리가 급하게 정리되는 느낌도 있고 사실인지 픽션인지 애매하게 여자문제와 자살 문제를 베치했는데 말 그대로 찝찝합니다. 뒤에 그의 뒤를 이은 그의 넷째 아들 홍력, 건륭황제가 청나라를 빛이 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 것입니다.

  소설로만 판단했을 때 그 엄청난 대우를 받은 앞의 무협 소설가 보다 글솜씨가 훨씬 뛰어 납니다. 청나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 나고 역사적 배경에도 충실한 편입니다. 김용이 개판이었던 국가, 송나라를 엄청나게 좋게 표현하고 왜곡했던 것에 비하면. 

  다른 사람에게 권할 만 하느냐. 당연합니다. 특히 타인에 대한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젊잖은, 혹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암적인 존재가 되는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이 바뀔 일 없겠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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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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