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2

어려운 우리 말, 자기

 표준국어대사전에 '자기'는 예상보다 많이 열 개나 있습니다. 그 중 이야기 하려는 건 자기自己입니다. 자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전적인 뜻이지요. 그런데 이게 마술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살가운 연인들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이 됩니다. 갑골문에 아래와 같은 글자가 自인데 뜻은 '코'였답니다. 

아예 스스로를 뜻하는 글자가 없었고 한참 나중에 이 글자를 '스스로'를 뜻하는 '자'로 가져 가면서 '코'를 뜻하는 글자는 글자를 추가하여 '비鼻'로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글자가 '자신'이라는 뜻을 넘어 연인들이 서로를 부르는 말로 쓰이다가 보편적인 호칭으로도 쓰이게 됩니다. 

  '유퀴즈온더블록'에서는 유재석이 '큰자기', 조세호가 '아기자기'로 불리는데 유재석이 대화의 상대를 '자기'로 부르는 것이 많았고 조셉에게도 그렇게 부르면서 그 프로그램 내부에서 그런 별칭을 쓰게 된 겁니다. 

  '자기'가 몇 단계 진화한 것입니다. 대화의 상대에 대한 호칭이 애매할 때 이걸 쓰게 된 것입니다. '너'라고 할 수도, '자네'라고 할 수도, '아저씨'라고도, '선생님'이라고도, '사장님'이라고도 부르기 참 어려울 때 딱 쓰기 좋은 호칭인 것입니다. 윗사람에게만 쓰지 않으면 만능 키트키 호칭입니다. 고상하게 '그대'라고 쓰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한 날에 보는 사계

   전에 원치 않는 화분을 억지로 키우면서 간간히 죽어 가는 것을 마음 아프게 생각했기에 내 고쳐진 삶에서는 살아 있는 것을 키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뜻밖의 콩란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돌산에 있을 때 교무행정사는 정말로 뺀질이였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