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생은 어제 드디어 완연한 봄이 왔다고 했지만 난 여름이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이젠 봄과 가을은 '계절'에서 그 자격을 상실하고 '과도기'에 불과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안전교육을 하고 학년초 업무가 일단락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남아 있는 것도 있긴 하지만. 위에서 일시키는 놈들 정말 징글징글 합니다.
이 땅의 사람들 유행 좇아가는 거 유별해서 무식한 군바리, 그것도 양키 군바리한테 '레밍스'라는 욕도 먹었지만 내남할 것 없이 그 대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유행 보세요. 윗옷은 단추와 앞 깃에서 차이가 있는데 그건 많이 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지는 차이가 심합니다. 어떤 차이요? 시간에 따른, 유행의 차이. 얼마 전과 지금의. 발목을 내어 놓는 단 길이의 차이도 있지만 그것보다 표가 나게 달라진 게 밑단의 길이입니다. 지퍼가 필요가 없습니다. 남자 바지의 앞 지퍼는 오줌을 쌀 때 벨트를 풀지 않고도 일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건에 밑이 짧아지니 그게 가능하지 않아진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바지를 사려면 '정장'을 사야 합니다. 다른 옷을 살 수 없는 겁니다. 유행을 강제 당하는데 그럼에도 유지되는 건 그런 흐름에 다수가 동의한다는 거잖아요.
어렸을 때 염소는 흰 것 뿐이었고 검은 건 희귀할 정도였습니다. 아주 귀하게 취급 되었고 그 땐 고를 내어 약으로 팔았습니다. '환'으로 만들어서요.기억이 불분명한데 '흑비'였나? 그런데 지금은 흰염소를 찾기 힘듭니다. 어쩌다 보게 되면 반갑기까지 합니다. 그런 게 또 있습니다. 흰달걀입니다. 그 땐 노란 게 귀하고 영양가 높다고 훨씬 비싼 값이었는데 지금은 흰 걸 파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 것만 봐도 '다양성'을 배척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확신을 갖게 합니다.
그런 것이 이런 데도 번진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동네에서 이걸 모르면 간첩이다'라는 표현. 자신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 땅의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고 가장 배척하는 '간첩'으로 몰아 집단에서 배제시켜 버리는 거지요. 어렸을 때는 '말 많으면 공산당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아이들도 쓰고 다녔습니다. 어른들은 그 뜻을 알았을 것입니다. 해방 이후 쭉 이어진 마녀사냥을 생생하게 지켜 보았고, 피해의 당사자이기도 했을 테니까요. 실은 난 이 글도 무섭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단어 둘을 썼기 때문에 검색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요. 이 말의 뜻을 알게 된 것은 실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해방 이후 옳고 그른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사람들이 그 세력이었고 친일파가 권력을 잡은 후 뿌리도, 현재의 하는 일도 나쁜 지배계층이 바른 소리 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며 했던 소리이겠지요.
달라질까요? 희망을 갖고 싶지만 전교조 격동기에 그 수혜를 입었던 그 세대들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들이 자라서 학교에 다니며 생활한 걸 보면 아득해 보이기도 합니다.
2018-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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