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세대의 차이?

  피시가 교실에 등장하면서 수업교재의 개발이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고 그것은 당연히 그림파일의 확보였습니다. 궤도와 슬라이드 정도에 머물렀던 보조 자료들은 화질이 낮았지만 프로젝션 티비로 보여주는 그림자료가 확실히 더 나은 수업효과를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모니터의 화질도 좋아지고, 보급된 피시의 성능이 486 이상이 되면서 윈도우(맥에 비하면 쓰레기지만)가 운영체제로 안착이 되면서 그림에서 동영상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여기서부터 수업자료는 컴터를 잘 다루는 교사의 것과 그렇지 못한 교사의 것으로 급이 달라지게 됩니다. 컴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교사들은 멀티미디어 자료를 아예 쓰지 않는 사람도 있고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사람도 있었지만(있지만) 남의 것은 자신의 수업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당연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듭니다. 차이가 없다면 학원식 수업, 그러니까 문제풀이의 보조도구로 쓰일 뿐이었겠지요.
  그래서 요즘 학생들은 그림이나 소리에는 집중하지 않습니다. 동영상에만 반응하며 그림에 반응하는 경우는 웹툰처럼 그림이나 텍스트가 거칠고 맥락이 없게 어수선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는데 그런 수단으로는 정적인, 제일 정적인 '수학'을 공부하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에서도(체험, 만들기는 많이 양보해도 중학교까지) '체험수학'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기 수업을 하고 그들이 뛰어난 교사인 것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드는 것은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다루기 힘든 고차원 수학이며 그들이 만든 것으로 수학의 원리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고 수학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교육과정상의 내용을 다룬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티비를 보다가 자막을 보면서 울컥했는데 영상이 아닌 자막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게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과거 텍스트 세대여서 그런가 하고 생각해봤는데 그런게 아닌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이 붙은 겁니다. 요즘엔 웬만한 프로그램엔 재치있는 자막을 붙이고 오락프로그램에는 출연자의 감정을 이미지 자막으로 화면 가운데 배치하고 아래로는 또 자막을 붙이기도 하니 이건 텍스트 세대를 위한 것이 아니고 게임과 채팅을 동시에 하는 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드는 겁니다.
  그러면 세대의 차이는 뭘까요. 영상을 볼 때 지나가고 있는 세대는 내용을 정리하고 의미를 찾는 반면 지금 이 세대는 그냥 그 순간을 즐기고 만다는 게 지금까지 세대를 살펴보고 있는 내가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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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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