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

진인사대천명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멋있는 척 하는 거 즐겨 하는 사람의 집에 가면 많이 걸려 있는 글귀입니다. 이 말의 어원은 여러 가지 입니다. 남송의 호인의 '독사관견'에 盡人事聽天命이 나오는데 '기다릴 대' 대신 '들을 청'이니 맥락 상 같은 걸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명이 조조를 적벽대전 마무리에서 관우에게 길목을 지키라고 했는데 독 안에 든 걸 놓아주자 천무에서 그가 아직 죽을 때가 아니어서 관우에게 조조에 전에 진 빚을 갚을 겸 사사건건 자신에게 덤비는 관우를 혼내 줄 겸 그 역할을 맡겼다고 하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두산백과에 나와 있답니다.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으로. 하지만 이 표현은 삼국지연의에 없습니다.

  여튼 이 말에서 盡의 뜻은 '다하다'입니다. 내가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다'의 뜻은 '목숨을 걸고'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했던 것처럼 온 힘을 모두 실어서 행했다는 것이 전제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하늘 말고 다른 사람이나 요인에서 찾으려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많은 공력을 들인 일이 실패하면 사람은 그 원인을 누군가에게 돌리려 하거나 핑계를 대려고 하는데 그러지 말라는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뜻과는 많이 다른 것입니다. 

탐관오리貪官汚吏

 탐관오리貪官汚吏 : 「명사」 백성의 재물을 탐내어 빼앗는,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관리(표준국어대사전)

  단어의 뜻을 밝힐 때 표준국어대사전을 꼭 함께 인용하는데 신뢰성보다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고 나는 우리말 맞춤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실력과 돈 앞에서의 의연함을 믿지 않습니다.

  貪(탐낼 탐), 官(벼슬 관), 汚(더러울 오), 吏(아전 리). 관이나 리 모두 벼슬아치이고 그래서 '관리'입니다. 희대의 무능하고 나쁜 정권은 탐관오리마저 양성하고 우두머리가 물러난 지금까지도 정부의 곳곳에서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고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 나무위키에서 '탐관오리'를 검색하면 역대, 현재까지 탐관오리 명단을 게시하고 있습니다.

2025-06-12

형해화, 황당무계

   앞의 글과 이번 글에 때 아닌 단어의 뜻을 스는 이유는 지난 몇 달간 개판인 정치판에서 많이 나온 그러면서 제대로 쓰이지 않았던 말을 정리해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형해形骸 : 생명이 없는 육체를 말합니다. '형해화 한다'고 쓰입니다. 

= 이준석, 민주 선거법 개정 움직임에 "이재명, 법치 형해화"(민주당의 공직선거법 개정 시도에 대해)

= 한 대행, 헌재법 거부권 행사…"대통령 임명권 형해화"(국회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을 대통령이 7일 이내로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본다는 민주당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황당무계荒唐無稽 :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표중국어대사전) 荒(거칠 황), 唐(당나라 당), 無(없을 무), 稽(상고할 계). 허황되고 허풍스러워 생각해 볼 필요도 없다는 뜻입니다. 21대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에 둘어 가 보니 컴퓨터 도 필기구도 하나도 없자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폄훼와 폄하

 폄훼 : (貶毁)「명사」 남을 깎아내려 헐뜯음(표준국어대사전). 貶(낮출 폄)+毁(헐 훼)

 폄하(貶下)「명사」 가치를 깎아내림(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 둘 다 쓸 수 있는 말이고 뜻이 다릅니다. '그가 한 말을 폄훼하는 것'은 말뜻을 비틀어 왜곡하는 것으로 보면 되고 '그가 한 말을 폄하하는 것'은  그가 한 말이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1. "god? 한물갔잖아" 폄훼한 경주시장, 결국 사과

2. 4.3 왜곡·폄훼한 김문수, 유족회 항의에도 사과 안 해

3. 경주시장 "god=한물간 가수" 폄하 발언


1번과 3번의 동일한 일에 대한 표현이 다른데 무엇이 맞을까요. 당연히 3번이며 다른 매체들에서 모두 '폄하'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1번과 3번 모두 '네이트뉴스'라는 매체에서 쓴 것입니다. 실력이 많이 떨어지는 인터넷뉴스인 건데 젊은 사람들은 저런 걸 뉴스로 받아들인다고 하니 이거 원.

한자 공부 쌀 포, 넉넉할 담

 


- 詹은 '첨사'라는 고려시대 벼슬 말고는 쓰이는 데가 없는 글자입니다. 제부수도 아니고 부수는 言입니다. 水(氵)가 붙어 '맑다, 담박하다'는 뜻으로 암담. 手(扌)가 붙어 '메다'는 뜻으로 擔(멜 담)이 되어 부담負擔, 月(肉 육달월)이 붙어 膽(쓸개 담)이 되어 간담肝膽, 간담상조肝膽相助 등에 쓰입니다.

- 包는 팔이 아직 생기지 않은 아기가 어미의 몸 속에 둘러 싸인 모습인데 형성자입니다. 부수가 사巳(여섯째 지지 사)이고 勹(쌀 포)가 소리부라네요. 여튼 사전에 그렇습니다. 갑골문에는 앞에 설명한 대로 모양입니다. . 포장입니다. 포함包含, 포괄包括, 포용包容 등에 쓰입니다. 포의包衣는 소설을 읽다 보게 된 단어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쓰이지 않고 중국(청)에서 특별한 직함(관직) 없이 황제를 보좌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관직에 나가기 싫어하는 인재를 황제가 붙잡아 놓고 조언을 듣는 역할입니다.

* 사巳는 여섯째 지지이니 자전을 찾아 보면 '뱀 사'로 되어 있으나 열 개의 천간과 열두 개의 지지 모두 그 듯과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이 글자도 그렇습니다. 갑골문에  이렇게 되어 있어 '아직 손과 발이 자라지 않은 아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뱀 사'는 작은 동물임을 강조하는 虫이 붙어 蛇로 씁니다.


2025-06-11

사대부士大夫

   남자, 교육 받은 남자, 예의 바른 남자, 지조 있는 남자, 뿌리 있는 남자. 이 정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대부 이겠지요?원래 중국에서 쓰던 의미와 조선에서 달라졌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고려, 조선 시대 문관 관료의 총칭'입니다. 그러면 원래의 의미가 무엇이었을지 찾아 보겠습니다.

  士大夫는 士+大夫입니다. 士를 찾아 보았습니다. 갑골문이 발견되지 않았던 시기에 쓰여진 한자의 불후의 사전인 설문해자에 나온 말입니다.

  事와 같아서 '일을 맡아서 하다'의 뜻이다.숫자는 一에서 시작하여 十에서 끝난다. ... 공자는 ''열 가지의 많은 일을 유추해 하나로 귀납할 수 있는 사람이 士이다."라고 했다.

  설문해자는 후한시대에 쓴 것으로 당연히 공자의 뒷 세대이고 유가의 영향력 아래에 이미 있던 시기입니다. 백양은 중국 어느 시기에도 정권은 항상 유가의 이념에 따른다고 했지만 거의 모든 시기에 도가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여튼 위정자들은 항상 유가의 가르침을 일이 있을 때마다 앞에 세웠습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공자가 노나라에서 처음으로 대사구의 벼슬로 한 일은 예를 가르친다면서 예법을 노래와 춤으로 보여 달라고 하고서 그것이 주나라의 예법에 맞지 않다며 연기자들 모두의 손과 발을 잘랐답니다. 그의 '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예'가 아니고 '예법', 그러니까 어떤 행사 때는 옷을 어떻게 입고 어떤 순서로 어느 방향에 선 다음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이딴 것이 그의 '예'이거늘 이게 우리에겐 아무 의미가 없지만 왕(혹은 황제)의 주변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춘추시대에 주나라가 쭈그러 들어 주나라의 예법이 거의 사라진 마당에 그걸 계승했다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가 공자이고 그가 주창하고 다닌 것이 고작 그것일 뿐인데 그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士가 공자 이후에 생긴 건지 찾아 보니 갑골문에 있습니다. 

  갑골문의 士는 갑골문과 같아 소개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면 어떤 뜻이냐가 중요한데 도끼 모양이라고 하는 말이 많은데 지금은 쓰이지 않는 한자 牡(수컷 모)에서 원래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소牛와 士의 결합인 회의자인데 士기 수컷의 생식기라고 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土로 바뀌었답니다. 그러면 士는 설문해자의 설명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남성을 지칭하다가 미칭으로 변하면서 지식인을 뜻하게 되었다는 거지요.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보자면 士는 공자가 사랑한 주나라에서 예법, 그러니까 계급 질서는 공, 경, 대부 그리고 그 다음이 士입니다. 公은 주나라 왕이 봉한 봉국의 우두머리이고 그 봉국의 으뜸 신하가 '卿'이며 중하급 관리가 '大夫'입니다. 벼슬이 없으면서 벼슬을 할 수 있는 자들이 士입니다. 그러니까 고려, 조선에서는 끝의 두 계급을 붙여서 다른 뜻으로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전 정권에서 대통령의 칭호에 '각하'라는 것을 붙이냐고 했던 멍청이들이 각료, 그러니까 장관급에 붙이는 각하라는 호칭을 박정희가 썼다고 붙이려는 것처럼 '우리 가문처럼 사대부가에서 그런...' 어쩌고 하는 것은 중국을 따라 하면서 중국의 역사를 모르고 하는, 그러니까 중국 사람들이 보면 '기껏 사대부 주제에...'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2025-06-05

지금 핀 꽃

 


  꽃이 두 가지 입니다. 잎사귀 넓은 건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닌 말똥풀이고 꽃은 꽃잎이 많은 게 민들레, 가지런하게 한 줄만 있는 게 좀씀바귀입니다. 쪼꼬만 게 화단에 많이 피어 있어 궁금해서 찾아보니 씀바귀와 같은 모양인데 아주 작아서 '좀'이 붙은 것 같습니다.


산딸나무입니다. 꽃이 딸기꽃과 비슷해 붙은 이름인 것 같습니다.


  떡쑥입니다.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는 서리쑥이라 했습니다. 떡을 해먹으면 맛있긴 합니다. 에델바이스와 비슷하지요?


  괭이밥입니다. 고양이가 무슨 풀을 먹는다고 괭이를 붙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클로버인 줄 아는데 꽃이 완전히 다르고 잎을 보면 하트 모양으로 둥그런 모양의 토끼풀과는 다릅니다. 열매는 수세미의 아주 작은 모양으로 열리는데 익으면 건드리면 톡 터지는 게 재미있습니다.


  광나무 꽃입니다. 이건 꽤 늦게 핀 것인데 그래서 눈에 띈 것 같습니다. 이미 다른 것들은 좁쌀 크기로 주렁주렁 열매가 달렸습니다.

웃김

   다음 사진을 보고 내가 왜 웃었는지, 사진을 찍었는지 맞춰 보세요.



2025-06-02

궁즉통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이 꽤 있습니다. 대기만성처럼. 그릇 큰 건 만들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어떻게 갖다 붙이면 억지를 슬 수 있지만 궁즉통은 다릅니다. 이걸 사람들은 '궁하면 통한다'로 써서 '아주 방법이 없어서 더 수를 쓸 수 없을 대는 그런 방법을 써도 된다'거나 '사람 죽으란 법 없다'와 같은 상황에서 습니다.

  이 말은 원문이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입니다. 궁하면 이 아닙니다. 궁극에 도달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통하게 되며 통하게 되며 통하게 되면 지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역의 괘를 해석할 때 쓰는 말로 다음에 설명하겠습니다.

조강지처

   힘든 시기를 함께 한 아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糟糠之妻 입니다. 糟는 뜻이 지게미입니다. 지게미는 술을 빚을 때 짜 내고 남은 찌꺼기입니다. 저도 어렸을 때 먹었습니다. 糠의 뜻은 '겨'인데 보리나 밀, 벼의 겉껍질입니다. 겨는 억세어 사람이 먹을 수 없고 소 사료로 주었습니다. 겉껍질을 벗겨 내고 난 쌍을 현미라고 하고 그 껍질, 그러니까 벼의 속껍질을 '기울'이라고 했는데 그것도 씹기가 힘들었는데 배고프니 먹었습니다. 보리와 밀의 기울은 떡처럼 만들어 소금간과 단 것(사카린 등)을 넣어 밥을 할 대 위에 얹어 쪘는데 그게 '개떡'입니다. 배고파서 먹은 것이지 씹으면 모래 씹는 것처럼 소리도 나고 심각이 아주 나빴는데 계속 씹으면 고소한 멋이 났습니다. 그래서 조강지처라는 말이 그런 뜻에 스이게 된 것입니다. 

  이 말이 나오게 된 이야기 입니다. 후한을 세운 광무제의 누나가 과부가 되었는데 재혼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송홍'이라는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 작전을 짰습니다. 그를 불러 광무제가 물었습니다. 당시 민간에서 유명한 말입니다.

  "貴易交,富易妻라고 하는데 이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귀하게 되면 친구를 바꾸고 잘살게 되면 아내를 바꾼다는 뜻입니다. 당시에는 별 일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고 또 그것이 도리가 아니어서 그런 말이 나왔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에 송홍이 답하였습니다.

  "貧賤之知 不可忘,糟糠之妻 不下堂." 가난하고 천했던 시절의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가난한 시절을 함께 한 아내는 내쳐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후한서의 표현에 다르면 광무제가 누나에게 '잘 되지 않겠네요'라고 했답니다.

진인사대천명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멋있는 척 하는 거 즐겨 하는 사람의 집에 가면 많이 걸려 있는 글귀입니다. 이 말의 어원은 여러 가지 입니다. 남송의 호인의 '독사관견'에 盡人事聽天命이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