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꽤 오랫동안은 글감을 찾느라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냥 들리고 보이는 겁니다. 현상을 보는 눈이 생긴 것입니다. 무언가 보편적이지 않은 것이 느껴지고 생각해 보면 어떤 것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했는지를 알게 되는 거지요.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을 진행자가 바른 시각으로 거침없이 이끌어 가서 신장식에 이어 잘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석 특집으로 편성한 것 중에 영화에 이어 노래에 관한 것을 수요일에 하였습니다. 출연자가 셋인데 진행자까지 인생의 노래 다섯 곡을 추려 와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습니다.
의외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진행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임경빈 작가가 자신의 첫 번째 선택으로 1999년 나온 타락천사의 주제곡을 이야기 하면서 진행자가 1999년 자신이 사회부 기자를 할 때였는데 Y2K문제로 세상이 뒤집어 갈 듯 하더니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고 자신이 당한 두 가지 사기 중의 하나가 그것이었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그 자신은 노래를 골라서 CD로 굽는 것조차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는데 밀레니엄 버그의 문제가 사기였다는 것입니다. 사기라고 하려면 앞뒤 맥락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시 나는 여수교육청에 교사들 컴퓨터 연수를 시키러 다닐 실력이 되었고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상부 단위에서 주는 정보로 교내 모든 컴터가 문제 없이 돌아가도록 조치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사용하는 응용프로그램(휴대폰 용어로 앱)이 문제 없이 돌아가도록 매일 저녁까지 일을 하던 일이었습니다.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 설명을 하자면. 컴터의 기본메모리(ROM)를 조금이라도 소모하지 않도록 날짜를 표시할 때 네 자리로 하지 않고 끝의 두 자리만 표시하도록 한 것입니다. 전자식 컴터는 2차대전 중에 나왔고 PC는 80년대에 나왔는데 만든 이들은 2000년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미리 계산을 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1999년 다음 해가 00으로 표시되면 일어날 일을요.
은행들이 비상이 걸렸고 관공서도 당연히 그랬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만일을 대비해서 중요한 데이터를 보조기억장치에 옮기는 것도 당연히 필요했습니다. 그런 난리를 쳐서 큰 사고를 막았는데(작은 사고들이 제법 있었음) 그 사람은 아무 것도 아닌 걸 곧 세상이 끝날 것처럼 사기를 쳤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입에서 욕 나오는 폭력으로 느꼈습니다.
또 하나는 그것도 내가 좋아 하는 임경빈 작가(헬마우스)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가 두 번째로 꼽은 노래가 임재범의 '고해'였는데 그 노래 소개를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은 대한민국 남성이 없었다'고 한 것입니다. 졸지에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든 남자가 아니든 그런 사람이 된 것입니다. 가장 폭력적인 말 중 하나가 '대한민국에서 이것 모르면(혹은 이것 아니면 등) 간첩이다'는 말입니다. 그걸로 난 참 많은 것에서 어이없는 존재가 되곤 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에게 뒤통수를 맞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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