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은 사람들이 아는 '계륵'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중국의 한나라가 망하고 위촉오의 삼국이 정립하여 서로를 거꾸러뜨리려던 시기 위나라의 벼슬아치 양수가 그입니다.
이야기 하나. 조조가 화원을 꾸미게 하고 그 완성된 것을 보러 왔다가 아무 말 없이 문에 활活자 한 자만 써 놓고 가버렸습니다. 사람들은 몰랐지만 양수는 "문門에 활活자가 더해졌으니 활闊(넓을 활)자가 되어 문이 넓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하다."고 풀이하자 문을 헐고 다시 좁게 만들었습니다. 조조는 그제사 흡족하여 누가 자신의 뜻을 알아 챘는지 확인하고 그가 양수인 것을 알고 몹시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야기 둘. 조조가 자신의 수면을 평하게 하기 위해 "나는 꿈을 꾸다 사람을 죽이는 수가 있으니 내가 잠이 들거든 그대들은 절대로 가까이 오지 말라."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야기 하였습니다. 어느 날 낮잠을 자다 침상에서 굴러 떨어지자 시자侍者 하나가 부축해 올리려 했다. 그러자 조조는 벌떡 일어나 칼을 뽑아 그를 베어버리고 일이 없는 듯 이어 잤습니다. 얼마 뒤 잠자리에서 일어나 죽은 시자를 보고 누가 자신의 근시近侍를 베었냐고 물었고 사실을 이야기하나 울면서 후하게 장사를 지내 주었다고 합니다. 죽은 이의 장례식에서 양수 왈 "가엽구나. 승상(조조의 벼슬)이 꿈꾸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대가 꿈꾸고 있었던 것이네."라고 하였습니다. 조조는 이를 전해 듣고 이를 갈았다고 합니다.
이야기 셋. 타락죽 소酥 한 합이 상에 올라 오자 조조는 장난으로 그 합 위에 일합소一合酥라고 써서 책상에 둔 것을 양수가 보고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조조가 그걸 먹은 양수를 나무라자 양수가 "합 위에 한 사람이 한 입씩 먹는 타락죽에 일인일구一人一口이라 씌어 있어 먹었노라."고 하여 조조를 그게 싫었습니다.
이야기 하나와 셋은 조조가 잘난 체하기 위해 한 것으로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여론이 만들어 졌을 때 자신이 설명해주며 마무리하려던 것을 양수가 김을 뺀 것이고 두 번째는 암살 위협 없이 편히 자려고 짠 계략을 사람들에게 알렸을 뿐 아니라 그를 위해 자신의 시중 하나를 베어버린 것은 또한 자신의 잔인함이 드러난 것이니 양수가 아주 싫었을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그는 세자들의 싸움에 끼어들어 모사꾼 노릇을 했습니다. 조조의 아들 들 중 첫째는 두루 잘하는 아이였고 셋째는 문학적으로 뛰어났습니다. 조조는 학문적으로도 상당한 공부를 하였고 문학적으로는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병법에도 두루 밝기도 했구요. 그런 조조는 학문적으로 문학적으로 뛰어난 셋째에 마음이 끌렸고 그에게 대를 잇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상황에 조비와 조식 두 아들 뒤에 다음의 권력을 얻기 위한 줄서기가 있었고 양수는 둘 모두에게 조조의 마음을 사는 꾀를 내어 주었는데 조조가 알고 아주 괘씸하게 생각했습니다. 후사를 결정하는데 장난치는 것으로 보였으니까요. 자신만에게 주어진 유일한 권한인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꾀를 부렸으니까요. 단단히 미운 털이 박힌 것이었습니다.
조조가 이전의 싸움에서 한중(롱서)을 차지하고 촉까지 취해야 한다는 책사 사마의의 말을 과한 욕심이라며(등롱막촉得隴望蜀. 원래 후한의 광무제의 말 旣平隴復望蜀, 이미 롱서를 평정했는데 다시 촉을 얻으려 한다고 한데서 유래) 촉을 두고 한중만 차지하고 군대를 물렸는데 결국 유비가 촉을 차지하고 한중을 노리자 군대를 일으켜 유비의 군대와 한중에서 맞섭니다.
그런데 이 두 지역 한중과 파촉지역은 지금은 석탄부터 희토류 등의 귀한 광물까지 나오지만 농사가 유일한 상업이던 시기 아무 쓸모없고 군사적으로만 의미가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게다가 공명의 꾀에 조조군이 특별히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원정을 나온 조조는 하릴없이 대치만 하고 있는 때였습니다. 그 때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저녁상에 닭죽이 나왔고 그 속의 갈비를 보면서 '참으로 계륵이네'라고 한탄하며 그걸 들고 먹을까 말까로 고민하고 있던 참에 당직이던 하후돈이 들어와 그날 밤의 암호를 무엇으로 정할 건지 묻자 아무 생각 없이 들고 있던 계륵을 보며 '계륵'으로 하라고 합니다.
지금 군에서는 암구호가 묻고 답하는 한 쌍으로 이뤄져 있어서 '누구냐'고 물은 뒤 앞 암호를 말하면 움직인 보초 앞에 선 자는 뒷 암호를 말해야 합니다. 이건 앞뒤의 단어가 전혀 상관없는 것으로 정해야 상대가 유추할 수 없는 것이라 잘 정해야 합니다. 전에는 그냥 암호 하나가 있었지만 매일 새로운 암호를 만들어 내는 것도 귀찮고 머리 쓰이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야간 순찰조에 암호가 전달이 되었고 그걸 들은 양수는 머리를 돌립니다. 앞의 경우에서 보듯 양수는 큰 틀에서 영리한 것이 아니라 거의 말장난 수준, 잔머리 수준과 상대를 들여다 보는 교활함이 그의 능력인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조가 이익도 없고 승산도 없는 싸움이라서 내일은 후퇴할 것이라 예단한 양수가 자신의 부대에 조용히 미리 짐을 싸라고 지시하였고 순찰을 돌던 하후돈이 그걸 보고 뭐하냐고 물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니 하후돈도 맞다고 생각해 자신도 자신의 부대에 짐을 싸라고 지시합니다. 심사가 고단해 잠이 오지 않아 밖으로 진채를 돌던 눈에 이것이 보였고 양수의 목은 떨어지게 됩니다. 혼을 내고 말아도 될 일이었지만 꾸역꾸역 쌓아온 잘난 체가 그의 목숨을 스스로 버린 셈이 된 것입니다.
진정으로 똑똑한 것이 아닌 것이지요. 스스로 무덤을 판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