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7

코미디 프로그램의 몰

   꽤 오래 전에 텔레비전 광고를 보면서 황당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뭘 광고하는지 전혀 모르겠던 거에요. 마지막에 아이폰 새 버전이 표시가 되어서야 알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광고하는 게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고 나서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광고가 뭘 말하는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에게만 팔겠다는 것이었어요. 어차피 사지도 않을 사람들까지 타깃으로 삼아 광고를 만들면 자기 제품의 방향성, 새롭게 향상된 기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가 없다는 걸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그걸 알고 나서면서부터 세상을 많이 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걸 말하면 나는 몰라도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그콘서트가 편성 폐지가 되고 나서 많이 서운해 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그런 문제의 부분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코미디빅리그 봐보세요. 도대체 뭘 말하는 건지 그게 왜 우습다고 하는지, 그정도면 웃기다고 할 수 잇는 게  단 한 꼭지라도 있는 건지. 그러면서 다시 개콘으로 옮겨 오면 그것이 왜 망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개콘이 잘 나갔을 때는 유머일번지류의 곰팡이 냄새 나는, 생각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웃음을 주는 것들(개콘 1세대들. 김준호, 갈갈이, 고음 불가 등)이 뒤로 물러나고 1초 쯤 뒤에 빵 터지는 연구 많이 한 것들(김준현, 황현희, 유민상, 수다맨 등. 꽃거지 빼고)이 일요일 밤을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더니 다른 연애인들 불러 오고, 코빅류의 말장난들이 밀려 오더니 1세대들이 다시 나와서 과거로 끌어가면서 결국 막을 내린 거지요.

  여기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어느 층을 공략할 것인지. 그들이 몰랐을 리가 없고 기수문화가 막강한 곳이기 때문에 선배들이 들어 와서 '늬들처럼 하는 게 아니고 내가 하는 걸 봐'라고 하면서 판을 흐트리는데 후배들은 방법이 없고 게다가 새로 들어 온 후배들은 맥락없이 주제없이 정신없이 하는 토막연극(코빅류)이 장차 대세라고 하는데 방법이 있었겠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뷰티풀마인드에도 나오는 어떤 것도 다 해결할 수 있는 공식이란 건 그 정신병자(존 내쉬. 미국이 노벨상 빼앗아 그에게 안겨 준)나 주장할 만한 것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런닝맨이 피디가 바뀌면서 긴장감도 없고 머리 쓰는 것도 없어진, 술에 물 탄 예능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 피디의 선택과 그를 발탁한 예능국장의 선택이 그리 가는 거지요. 오래 사귀었던 정 때문에 아직 보고 있는 거지 곧 그와도 이별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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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열매

    고고하고 예쁜 꽃이 목련입니다. 언젠가 어느 날인가 가을로 기억 되는데 목련 나무에 뭐가 달려서 보았더니 벌레처럼 생긴 게 달려 있는 겁니다. 따서 보았더니 열매인 겁니다. 약으로 쓰려고 술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