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여자 아이가 추운 날씨에 제대로 입지 않은 상태로 자신의 문 앞에서 몇 시간을 떨고 있다가 아이 엄마가 학대 혐의로 잡혀들어갔고 언론은 처벌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곤궁해서 관공서에서 제공하는 일을 해왔는데 하루 짜리를 하니 아이 혼자 방치되는 시간이 많아 절반 짜리 일을 달라고 사정하러 나간 그 시간이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러든 어쩌든 현행법상 처벌 조건이 됩니다.
그걸 보며 옛날 한때 빠졌던 게임이 생각났습니다. Princess Maker라는 도스 시절 게임이었는데 성인이 될 때 공주가 되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고급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 아이도 일을 해야 하고 가진 능력이 없으니 일의 종류는 허드렛일이고 그러니 공주가 될 수 없고, 이런 악순환이 되는 거죠.
오늘 뉴스에는 열 살짜리 여자아이의 가족들의 사망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경제난에 동반 자살로 보이는데 그 책임을 왜 아이에게 물어 죽이냐는 게 또 나왔습니다.
아이가 충분한 교육을 받느냐, 경제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어린 시기를 보내느냐는 부모의 책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습니다. 예전처럼 일을 해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다고 학교를 보내지 않고 일을 시키면 처벌을 받습니다. 못 먹여도 그렇고 아픈 데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아도 그렇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 말할 필요가 없지만 궁지에 몰린 사람은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거지요. 널린 게 일인데 두 식구 먹고 사는 게 그렇게 힘드냐고 말하는 사람은 딱 집권 여당의 우두머리들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남겨 둔 아이를 국가에서 잘 키워 준다고 믿을 그 어떤 것도 없는 나라입니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는 ‘국민’들이 대부분인 나라구요.
친구 뿐 아니라 선배들과 이야기 해봐도 그들이 어린 시절 가난했다고 말하는 것은 투정에 불과합니다. 꼭 먹어봐야 맛을 아냐고 말들을 하지만 먹어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아이 키우는 홀로 된 여자 가족이 굶지 않도록, 코인으로 유나의 아버지가 재산을 탕진하지 않도록 국가가 해야 합니다. 그래 놓고 욕을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