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6

기억만 남는...

  아쉬움에 대한 가장 큰 공감은 댐을 만들 때 수몰되는 마을에 대한 것일 겁니다. 어른들 말씀으로 하시는 물이 지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말보다 더한 게 홍수가 쓸고 가도 장소는 남는데 계곡에 물을 가두면 완전히 지워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추억이, 최소한 기억이 남아있는 곳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큰 아쉬움 중 하나입니다. 내가 6년을 다녔던 국민학교는 자취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장소에는 이름도 완전히 다른 학교가 들어섰습니다. 운동장도 잔디가 깔아져 밟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냥 교문앞을 서성이다 발길을 돌린 게 두 번입니다.

  며칠 전 묘도중학교를 들렀습니다. 출퇴근이 힘들어 극심한 스트레스로 허리를 삐끗하여 꽤 고생을 한 것 말고는 아마 제일 행복한 교직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들어간 해에 큰아이, 마지막해에 작은 아이를 낳았고 휴일에 자주 온식구들이 학교로 나들이를 가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아이들이 와서 함께 놀았고 참 많이 놀았습니다. 그 땐 방학 때 근무조를 편성해서 한 명씩 돌아가며 방학 동안 3~4일씩 학교를 지켰는데 내가 들어갈 땐 그 날들 견딜만한 먹을 것을 싸가지고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놀러오고 내가 가져간 건 첫 날 다 먹고 아이들이 당번을 만들어 나머지 날들 먹을 것을 준비해 와서 함께 먹었습니다. 일부 남자 아이들은 잠도 함께 자고 세 끼를 다 학교에서. 나중에는 엄청난 부를 아버지께 안겨준 당시로서는 쓸모없는 유산이었던 재0이네 무인도(우순도)에 재0이 아버지가 배로 데려다 주셔서 그 섬에서 놀가도 했고 참 다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인데 며칠 전 가 보았습니다.




  참으로 보는 게 힘들었습니다. 두 번째 사진 가운데를 보면 이순신대교가 보입니다. 광양쪽으로 대규모 간척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아 개도 전체도 공장이 들어서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마저도 볼 수 없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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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열매

    고고하고 예쁜 꽃이 목련입니다. 언젠가 어느 날인가 가을로 기억 되는데 목련 나무에 뭐가 달려서 보았더니 벌레처럼 생긴 게 달려 있는 겁니다. 따서 보았더니 열매인 겁니다. 약으로 쓰려고 술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