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이는 아래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애완견입니다. 다리는 짧지만 잘생기고 붙임성도 좋아 주위 모두의 사랑을, 아니 한 사람만 빼고의 사랑을 받고 삽니다. 그 한 사람은 트라우마가 있다며 교장에게 강력한 항의를 여러 차레 해서 집안에 가두어 놓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자유롭게 두었을 때는 다른 동네까지 돌아다녔고 내 산책시간에 만나면 더 멀리 화태대교까지 따라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낮시간만 집안에 가두고 다른 시간은 자유롭습니다.
얼마 전에 진0가 예교로 산책을 가자고 해서 함께 나섰는네 가면서 교장관사의 문을 열어 뚱이를 데리고 가는 겁니다. 주인 허락 없이 그러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찜찜하기도 했지만 뭐라고 참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넘어갔는데 갔다 오면서 담장 안에 들여 놓으려면 도망가서 힘들다며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안고 와서 안에 넣어주는 것을 보고 기본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개취급하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그리고 그제 앞산을 갔다 오자고 해서 나섰는데 이번엔 개줄을 가지고 가서 끌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산을 한 시간 꼬박 타야 하는데 두고가야 하지 않냐고 했지만 듣는 체도 하지 않아 그냥 더 방법이 없어 입을 닫았습니다. 문제는 개의 산책이 아니라 사람의 등산 페이스로 갔습니다. 냄새도 맡고 마킹도 하는 게 개의 산책인데 그냥 사정없이 당겨서 뚱이는 마냥 등산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어떤 생각에 개를 끌고 다닐까요? 또 하나 뚱이는 그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거기에 지금까지 잘 지내온 나에 대해서 또 하나의 판단을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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