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3

밥상

   관사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궁핍을 감내하는 것입니다. 부족한 것을 하나씩 채우다 보면 나중에 빠져 나올 때 이삿짐을 여러 번에 날라야 합니다. 관사에 들어왔다는 것은 매일 출근이 힘들어서기 때문에 이삿짐이 많으면 몇 주에 걸쳐 날라야 하고 그러면 마지막 주까지 남아야 하는 짐을 꼼꼼히 계산해야 하고 그렇게 해도 뒤로 갈 수록 생활에 불편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관사에서는 필요한 건 대체품을 찾아보고 부족한대로 사는 게 중요하고 그래도 나올 때는 짐이 한 번에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남겨두고 나오는 것이 방법입니다.

  작년에 진로체험으로 했는지 제법 그럴싸한 밥상을 만들었습니다. 혼자 쓰기에 딱 적당하고 접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교실에 두지 말고 가져가라고 한 달을 넘게 말을 해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서 버리겠다고 했더니 딱 하나가 남아서 다시 물으니 버리랍니다. 현명한 아이죠. 그거 집에 가지고 가봐야 짐만 됩니다. 조그마한 교자상이 집집마다 얼마나 많은데.

  그 때 아래 고등학교 관사 입주가 가능하다고 알려 왔고 상을 꼬불쳐 두었습니다. 접을 수 있던 게 오히려 불편해서 볼트를 조여 고정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봄에 찍고 블로그에 올렸던 사진입니다.




  그리고 엊그제 찍은 사진입니다.



  밥을 말아먹지 않는데 전날 갑자기 마누라가 와서 밥을 한 것이 남아서 관사생활 처음으로 찬밥을 아침에 먹게 되어 뜨거운 국에 말아 먹은 겁니다. 두 상의 색깔이 달라졌습니다. 6월이 넘어가던 즈음 고등학교 화단에서 땡감을 하나 따서 북채로 짖찧은 다음 펴 발랐습니다. 저렇게 색이 드는 데 걸린 시간이 거의 두 달쯤 되어서입니다. 처음엔 한 번 더 바르려고 했는데 색이 변하지 않아 기다리다가 변한 시점은 감이 익어가기 시작한 시점이라 고민하다 생각을 접었습니다. 

  이치가 어떤 건진 모르지만 땡감 물을 바르면 색깔도 예쁘게 나고 벌레를 막는 효과가 있는데 단감을 쓰면 색깔도 나지 않을 뿐 아니라 쉽게 벌레도 꼬이고 썩기도 하거든요. 개도에서도 그랬지만 저 상도 물려 주면 서로 갖겠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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