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8

합리적인 판단과 의지

   인간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푼수짓은 꽤 많습니다. 

  윗집에 좀비들이 사는지 새벽 한시 반에도, 세시 반에도, 다섯시 반에도 돌아다니고 소리를 냅니다. 경험상 아파트가 십년이 넘으면 밤에는 키 높이에서 볼펜 떨어뜨린 소리도 아래층에서 들립니다. 한두 번 나고 말면 잠을 계속 잘 수 있지만 여러 번 소리가 나면 깰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다시 잠이 들지 않고 시간이 걸리면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곱 시간 정도만 자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방해 요소만 없으면 열 시간도 맛있게 잘 수 있는데 도시라는 공간이 그럴 수 없지요. 일곱 시간에서 모자라면 몸을 편하게 할 때 졸립니다. 소파에 누워 책을 보아도 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집에서야 졸리면 자면 되지만 도서관에서 졸면 꼴불견이 됩니다. 아예 엎어져 자는 건 한심해 보이지만 졸려서 꾸벅거리는 것도 보기 좋은 건 아닙니다. 게다가 침까지 흘린다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를 했을 때는 잠을 줄여야 했습니다. 촌놈이 광주로 올라가 인문계(지금은 일반계라 하더군요) 고등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수학과 영어실력이었습니다. 다른 건 단순히 외우는 것이라서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수학은 단계적이라서 충분한 중학교 기초가 필요했고 영어는 외우는 것이지만 알고 있는 단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단어 외우기는 이동하는 시간에 외우면 되는 것이어서 추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수학은 연습장에 풀어야 하니 책상에 앉아서 해야 했습니다.

  중학교 과정을 복습하면서 고등학교 과정도 함께 공부해야 했던 1학년 1학기의 시기는 잠을 극단적으로 줄여야 했습니다. 세시 반까지 하고 다섯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부족한 건 학교 쉬는 시간의 쪽잠. 항상 잠이 부족했고 정말로 잠을 참기 힘들어 했던 시간은 밤 열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칼로 찔러가며 참아보기도 했지만 타격이 커서 계속할 수 없고 찬물 세수는 효과가 없고 재미있는 만화는 계속 보게 되니 안되고 결국 시간 정해 나가서 산책하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요새 이따금 잠이 부족해서 도서관에서 졸았는데 어제는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졸리면 나가서 움직이며 깨고 들어 오면 될 건데 왜 몸을 일으키지 않는가라는 의문. 졸리니 몸을 움직이기 싫고 그러면 졸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걸 어제서야 지각했다는 겁니다. 항상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 많이도 부끄러운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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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어 의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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