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불편이나 피해를 입을 것이 보이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보통은 도와주고 욕먹는 것이 아닌지로 고민하지만 나는 그보다 자신의 기준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번 주 길을 걷다가 카드 한 장을 주웠는데 농협 체크카드이고 용돈이 든 것으로 짐작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일어버린 줄도 모를 가능성이 크고 정지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길에 그냥 둘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문제는 요즘엔 우체통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가까이 농협이 있어서 직원에게 주인을 찾아 줄 수 있냐고 물으니 받아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길에서 뭔가를 찾는 아이가 있어서 길을 유심히 보며 걸었더니 노란 카드가 보여 아이를 불러 찾는 것이냐고 물어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문득 오지랖이라는 게 생각이 났습니다. 한복의 앞 옷섶이 길고 넓어 지나가며 상을 쓸고 다닌 것에서 유래했다는 오지랖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에 묻은(특히 이성) 이물질이나 셔츠 엇갈린 단추나 열린 바지 지퍼에 대해 알려 주는 것은 오지랖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이미 건너고 있는 보행자를 건너도록 뒤에 차가 있어도 기다려 주는 것이나 뒤에 오는 사람이 먼저 지나가도록 출입문을 잡아주는 것 따위는 오지랖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버스를 타고 나갔다 왔는데 버스를 앞에서 타려고 하던 40 안팎의 여자가 뒤에서 타려는 나를 먼저 타라고 하는 건 오지랖이고 버스 뒷문의 뒤쪽까지 들어와서 앉은 할머니의 버스비를 다신 받아서 앞의 돈통에 넣고 온 것은 오지랖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 일을 한 사람이 한 것을 오늘 경험했습니다.
해당되는 것인지가 절대적일 수는 없을 것이고 상대방이 고마워 하는지가 그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최소한 이것은 있습니다. 오지라퍼는 이런 모두, 그러니까 자신이 볼 때 바로 잡으면 더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은 참견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그 사람과 동네 소식통, 홍반장, 영웅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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