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4

데미안

   경북대 박홍규 교수는 헷세에 대해 극찬을 했지만 난 그와 생각이 다릅니다.

  내가 내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없었던 내 주변 환경에 많이 힘들어 삶의 바닥까지 고민하고 있었을 때 내가 세상을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게 해주었던 게 그의 작품이긴 합니다. 중학교 때인생의 목표를 상실했던 게 고등학교 때는 많이 지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옳은 지조차 고민할 때 톨스토이를 만나 호흡을 골랐고 대학 때 데미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데미안은 누나가 사다 놓은 책이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매년 한두 번씩 읽으려고 도전했던 것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지만 그 책은 매번 내게 굴욕감을 주었습니다. 싱클레어가 대처로 떠난 뒤부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전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걸 대학이 입학한 직후 다시 읽으며 이해하게 되었고 헷세의 모든 작품을 읽으며 세계관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다가 불교와 노자를 공부하고 나서 왜 데미안을 그리 읽기 힘들어 했는지도 알게 되었고 서양인들이 불교를 접하게 되면 어떤 결과로 나오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양식 합리주의로 학문의 기반을 잡은 사람이 불교를 불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헷세를 가뿐히 떠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헷세는 내게 큰 스승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를 속속히 들여다 보면서 알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동양철학(불교 뿐 아니라 한반도의 종교까지 포함)을 공부한 사람이 데미안을 읽으면 메트릭스를 보며, 드래곤볼을 읽으며 느끼는 생각과 동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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