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처음 왔을 때 점심시간에 함께 모여 노는 건 없었습니다. 4교시가 12시10분에 끝나고 5교시가 12시55분에 시작하는데 그 정도면 이전 학교 경험으로 20분 넘게, 30분까지도 놀 수 있는데 급식을 만찬처럼 천천히 먹고 노닥거리다 오후 수업을 들어갔습니다. 먼저 내 반 아이들을 득달해서 축구를 시작했고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데 두 달 넘게 걸린 것 같습니다. 큰 학교는 운동장소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이 붙으니까 끌어내는 데 한 달 정도면 충분했는데 그런 게 없는 환경에서 내내 자란 아이들이라서 그랬다고 생각합니다.
못된 체육과가 전근 가고 올해 배구를 가르친 다음부터 축구가 푸대접을 받고 아이들이 배구만 하려고 합니다. 난 선출에게 배워서 규칙과 훈련, 실전을 원칙대로 알고 있는데 자꾸 한두 놈이 끼어들어와 자신은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먼저 내게 배운 것과 다르니 아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인간들입니다. 아이들에게 잘난 체하려고 그러는 건 알겠는데 가르치는 게 내용이 잘못된 것을 아이들이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체육관에 들어 오면 알아서 서브연습을 하는데 연속 3회 성공하면 수비와 공격 훈련을 시킵니다. 그리고 30분쯤 되면 편을 짜서 시합을 합니다. 시작할 때 원바운드 3개 허용했는데 1개를 거쳐 전번 주부터 원바운드 없애고 6인제 코트에서 원바운드 없이 합니다. 3학년 여학생들이 오지 않아서 11명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가능해진 것입니다. 점심 때 자주 빠지니까 항상 하는 아이들과 실력차가 나고 그러다보니 아예 나오지 않는 거죠. 팀을 가를 때 주먹가위로 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잘하는 놈들이 패턴을 만들어서 몰려다녀 편을 만들어서 제비를 만들었습니다. 체육관에 들어오면서 하나씩 뽑으라고. 뭘로 제비를 만들 건지 교사 안팎을 세 차례를 돌면서 선택한 것이 요것입니다. 개나리 나무인 것 같습니다. 절반을 아랫 부분 껍질을 벗겨 내고 색칠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