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2

정상? 비정상?

  작년 2학기 중반까지 아이들은 체육시간이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툭하면(수업하기 싫으면) 전학년 아이들 모아서 2~3시간 뒷산을 타기 때문이고 운동을 하는 경우도 스피드 민턴이랑 탄력높은 제기 같은 특이한 것들을 요구해서 그것도 싫어했고 그나마 족구는 관심이 있었지만 축구를 거의 하지 않은 여자아이들은 발을 대기만 하면 튕겨 아웃이 되어 그것도 재미없어 했습니다.
  12학년, 3학년의 두 학급 중 내가 한 학급, 사회가 한 학급을 맡았고 세 개 학년을 한 시간에 합해서 일주일에 두 번을 하는데 한 시간씩 두 교사가 나누어 지도했습니다. 2학기 내가 체육을 맡고 내가 내 시간 뿐 아니라 두 시간 다 아이들과 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족구를 할 때 여학생들은 손을 쓸 수 있게 하니 족구가 재미있어졌고 틈이 날 때마다 공을 발로 트래핑하는 연습 겸 놀이를 하더니 연말부터는 여학생들도 발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구도 그 때 함께 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원바운드 배구. 그 때부터 아이들은 배구를 해야 할지 족구를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학년 초부터 점심마다 해온 농구와 함께 셋 중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가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말이 없는 0미에게 결정권을 주고 그가 하자는 것을 할 테니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들은 0미를 꼬시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올해 체육은 나 외에 신규 선생님이 맡았고 그는 내게 전권을 주었습니다. 전혀 배구를 해보지 않았던 그는 아이들과 함께 배워 지금은 언더핸드리시브는 상당한 수준이고 오버헤드서브까지도 강력하게 구사합니다. 그럴 정도니 아이들이 운동, 특히 배구에 집착하는 것은 상당히 강합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0경이는 전문계학교 면접 보러 간 때문에 어제 배구하지 못해서 오늘 내내 배구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외부강사들이 사정이 생겨 들어오지 못하는 시간은 언제든 체육시간으로 달라고 하고 아이들에게 알리면 아이들은 환호를 지르고 반겨합니다. 항상. 또한 반대로 행사 때문에 체육시간이 빠지거나 체험학습으로 섬 밖에 나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침통해 할 정도로 실망을 합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초등과 학예회를 함께 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 행사인데 전번 주부터 수업도 하지 않고 초등은 계속 연습입니다. 그게 무슨 학예회입니까. 그냥 공연일 뿐. 그런데 어제부터 체육관에 공연장을 꾸며 운동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지들은 평소 체육관을 아예 쓰지 않고 중학교만 썼습니다. 중학교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겠어요? 뭔 미친 짓이냐구요. 행사 전날 저녁에 식장 준비하는 게 어느 학교서나 하는 일인데. 그래서 우리 아이들 코가 석자나 빠져 있습니다. 내일 금요일과 다음 주 월요일 체육시간이 있잖아요. 추운데다 바람이 불어서 운동장에서 뭘 할 수 있을건지 때문에.

2018-11-21

지구상 생명체가 존재하게 된 신비함

  지구 대기의 거의 50%를 차지하고 우리에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산소(O)는 불이 날 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수소(H)는 스스로도 발화할 수 있는 물질이지만 둘이 결합하면 H2O로 불에 타지 않는 물이 됩니다.
  나트륨(Na소듐)은 조그만 덩어리를 보통의 물에 던지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힘으로 폭발하고 염소(Cl)은 엄청나게 낮은 농도로 희석을 해서 화장실이나 수여ㅇ장에서소독용으로 써도 눈이 쓰리고 심한 경우는 피부 이상과 구토까지 일어나는 맹독성으로 1차세계대전 때는 화학전에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둘이 결합한 소금(염화나트륨NaCl)은 인체에 필요불가결한 물질로 화폐로 쓰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환경에만 생명체가 사는 게 아니고 이런 환경에 우리가 적응해 온 거겠지요?

2018-11-15

유해에 집착하는 이유

  요새 미군 유해 송환이 이슈 중의 하나입니다. 죽은 시체, 그것도 거의 70년 전, 제대로 묻지도 않아 뼈까지 많이 손상이 되었을 것을 왜 저리 집착할까요. 그건 영화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 선명하게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네가 전쟁에 나가 다치거나 심지어 죽어도 네 시체라도 네 고향에 묻힐 것이고 네 가족들은 합당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군대에 소집하고 전쟁에 내보낼 때 저항이 덜 할 것이라는 거이지요.
  위나라 장군 '오기'는 아주 못된 인간이었지만 전쟁에서는 뛰어났습니다. 병사가 등에 종기가 나서 심해졌을 때 장군이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그 병사의 아내가 통곡을 하였답니다. 사람들이 연유를 물으니 그 병사의 아버지도 전투에서 다쳐 다리에 고름이 생겨 장군이 고름을 빨아주어 나은 뒤 다음 전투에서 앞장서서 싸우다 죽었다며 그 아이도 아버지를 따라갈 것이 분명하니 어찌 이것이 장군에게 감사할 일이냐고 통곡을 했다는 이야기가 사마천의 '사기'에 실려 있습니다.

소득불평등이 초래하는 건강, 사회적 문제

  그래프만 보겠습니다. equalitytrust라는 영국의 단체가 내어 놓은 그래프 자료인데 그래프 그림은 한겨레 신문에 실린 것을 잡아 왔습니다. 그 기관의 홈페이지 화면입니다.


그래프 그림을 보겠습니다.


  가로축은 소득불평등의 정도입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불평등도가 심한 것입니다. 세로축은 건강과 사회 문제의 악화 정도입니다. 위로 갈 수록 문제가 심각하고 아래로 갈수록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오른쪽으로 가면서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모양, 일차함수의 양의 기울기를 가진 모양이 되면 '양의 상관관계'라고 하고 거의 직선으로 나타나는 경우 둘 사이는 강한 양의 상관관계로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러니까 소득의 불평등이 심할수록 건강상태도 나쁘고 사회적 문제도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맨 오른쪽 위의 미국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고 상당히 왼쪽 아래에 위치한 일본도 눈에 띕니다. 생각했던 거와 달리 소득불평등도가 상당히 낮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짐작대로인가요? 소득불평등 정도와 사회적 문제의 정도 두 가지를 따로 본 뒤 연관지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2018-11-09

과, 학과

  설민석의 한국사 강의를 두 번째 듣고 있습니다. 공부와 시험공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임용시험을 통과해 들어 온 사람들의 실력이 하찮은 이유도 알 수 있구요. 여튼 시험공부 하나는 끝내주게 가르쳐주는 강사입니다. 그런데 금방 강의창에 '강사이력'이라는 버튼이 있어서 눌러 봤더니 '역사교육학' 석사과정을 나왔다는 겁니다. 그런 과가 있을 수 있냐는 의심에 연세대학교 대학원 과정을 검색해 보았더니 '역사교육'이라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역사교육과이지 역사교육학과가 아닙니다. 참고로 전남대학교는 교육학과에 수학교육전공이 있습니다. 역사교육과는 역사교육을 배우는 것이고 역사교육학과는 역사교육학을 배우는 것입니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안 돼면 체육과와 체육학과를 비교해 보면 됩니다.

2018-11-08

배구

  작년 말부터 아이들에게 배구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농구가 한참 재미있을 때여서 처음에는 배구에 맛을 쉽게 들이지 못했습니다. 원바운드 배구를 했지요. 올해들어 어느 순간부터 언더핸드가 되기 시작했고 그보다 앞서 스파이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모두. 한 아이만 빼고.
  한두 달 전 선생님들과 경기할 때는 비슷햇습니다. 전번 주 금요일 학생의 날 기념으로 한 대회는 달랐습니다. 학생 7명에 내가 세터로 들어가고 초중 교사 합친 교사들과의 경기는 1세트만 내주고 내리 3세트를 이기고 끝났습니다.
  공은 여섯 명 모두에게 고루 배급했습니다.

2018-11-06

세련되며 강력한 한방

  제나라는 주나라를 세울 때의 공로로 주문왕이 강상(강태공)에게 내린 땅인데 동쪽 끝에 치우친 작은 땅인데다 이민족과의 대립으로 상으로 받은 땅이라기에는 미흡한 곳이었습니다. 제의 환공이 관중(관포지교의 그 사람)을 재상으로 맞이하여 나라를 부흥시켜 환공이 춘추5패의 한 사람이 되었고 그 후 쇠퇴의 길을 걷다가 재상 안영(안평중)이 등장하면서 다시 부흥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안영은 키가 6자라 하는데 당시의 한 자는 22.5cm여서 135cm 가량의 단신이었다고 하는데 극단적으로 검소하여 관료들이 그보다 더 화려할 수 없으니 함께 검소하였고 백성이 잘 사는 정치에 몰두하여 나라를 안정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초나라의 국력이 강했고 마침 영왕은 존경받는 통치자가 아니었습니다. 강한 초나라의 위세에 다른 나라들은 때맞춰 조공 격의 선물을 보냈지만 제나라가 응하지 않아 영왕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제나라를 소집합니다. 국력에 차이가 있어 보복이 두려운 제에서는 지목된 안평중이 사신으로 가게 됩니다.
  일국의 사신을 가면서도 자신이 탄 수레도 초라할 뿐 아니라 따르는 일행도 조촐하기 그지 없었고 초의 왕과 그 신하들은 골탕을 먹이기로 작전을 짭니다.
  성문 앞에 이르러 문을 열어주기를 요구했지만 초의 수문장은 귀한 손님들이 수레를 타고 드나드는 넓은 문은 닫아두고 일반 평민이 드나드는 작은 문을 열어놓고 그 문으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이 때 안평중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사람이 드나드는 문으로 손님을 맞고 개나라에서는 개구멍으로 사람을 맞는다더니 귀 나라는 어떤 나라인 것이오"라며 한방을 먹이고 들어 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통쾌한 버전이 민간으로 내려옵니다.
  그냥 좁은 문으로 들어왔답니다. 그래서 초의 사람들이 어찌 그 문으로 들어 왔나고 비아냥 거리니까 "개 집에 왔으니 개 문으로 들어온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후자가 더 통쾌하지요?
  연회석에 간 안평중을 또 하나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꾸 노랗고 말랑한 요즘 나오는 그 과일을 권하는 것입니다. 처음 보는 것이어서 피할 생각이었지만 자꾸 권하여 어쩔 수 없이 한 입을 문 순간 입 안의 쓴 맛과 주위의 폭소에 자신이 당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귤이었지요. 사람들이 그 나라는 얼마나 가난하기에 일국의 재상이 귤을 먹어보지 못했냐고 비야냥거렸습니다. 이 때 안평중은 " 자고로 옛부터 임금이 내린 음식은 주신 대로 먹어야 예절인 것이라서 그리 먹었을 뿐"이라고 하여 껍질을 벗겨 먹은 초의 신하들은 왕의 하사품을 예의없게 대한 나쁜 신하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왕이 나섭니다. 요즘 갑자기 좀도둑이 늘어 잡아서 물어보면 모두가 제나라 사람들인데 제나라는 도둑들이 사는 나라인지를 묻습니다. 안평중이 이 때 한 말이 '귤화위지橘化爲枳'입니다. 양쯔강(양자강)은 강이 길어서 '장강'으로도 불립니다. 그래서 강의 하류는 상당히 넓어 강의 남쪽(강남)과 강의 북쪽(강북)의 기후가 다르답니다. 여기에서 강남과 강북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강남의 귤을 먹기 위해 강북에 옮겨 심으면 귤이 아닌 탱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제나라에서 착하게 살던 사람들이 초나라의 풍토에 따라 도둑이 된 것이라는 말이었지요. 초는 안영에게 많은 선물을 주어 보냈고 그 뒤로 제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번째의 이야기는 세 번째의 이야기와 충돌하여 그걸 빼고 보통 말하는데 귤을 몰랐어도 그 말은 알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또 하나 정사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들어 낸 거라 생각합니다. 큰 공을 세우고 귀국하자 왕이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는 당연한 일이니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나라의 반과 외동딸을 주겠다(부마로서 왕의 사후에 왕이 되는데)고 하는데도 거부하자 왕이 화를 내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조건대로 받겠다고 합니다. 바둑판의 첫째 칸에는 쌀 한 알, 두 번째 칸에는 두 알, 세번째 칸에는 네 알, 8. 16, 32, ... 왕은 어쩔 수 없이 담당 관리를 불러 쌀을 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만에 보고하러 온 그 관리는 사색이 되어 왔습니다. 제나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쌀을 모아도 줄 수 있는 양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지요.
  다음은 따분한 계산입니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 모두 19줄 씩이니 칸은 가로18칸 세로 18칸으로 모두 324칸입니다. 첫번째 칸이 2의 0제곱이니까 맨 마지막 칸은 2의 323제곱의 갯수의 쌀이 되는데 그 양이 얼마일까요. 대략 한 홉이 2의 10제곱=1024(개)이라고 할 때 2의 한 말은 2^10*10=2^11이고 한 가마니는 2^11*10=2^12입니다. 그러면 13번째 칸이 한 가마니이니 이제부터는 14번째 칸은 2, 15번째는 2^2, 16번째는 2^3, ....으로 가게 됩니다. 100번째 칸은? 2^87가마니.

진인사대천명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의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 멋있는 척 하는 거 즐겨 하는 사람의 집에 가면 많이 걸려 있는 글귀입니다. 이 말의 어원은 여러 가지 입니다. 남송의 호인의 '독사관견'에 盡人事聽天命이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