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라는 주나라를 세울 때의 공로로 주문왕이 강상(강태공)에게 내린 땅인데 동쪽 끝에 치우친 작은 땅인데다 이민족과의 대립으로 상으로 받은 땅이라기에는 미흡한 곳이었습니다. 제의 환공이 관중(관포지교의 그 사람)을 재상으로 맞이하여 나라를 부흥시켜 환공이 춘추5패의 한 사람이 되었고 그 후 쇠퇴의 길을 걷다가 재상 안영(안평중)이 등장하면서 다시 부흥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안영은 키가 6자라 하는데 당시의 한 자는 22.5cm여서 135cm 가량의 단신이었다고 하는데 극단적으로 검소하여 관료들이 그보다 더 화려할 수 없으니 함께 검소하였고 백성이 잘 사는 정치에 몰두하여 나라를 안정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시 초나라의 국력이 강했고 마침 영왕은 존경받는 통치자가 아니었습니다. 강한 초나라의 위세에 다른 나라들은 때맞춰 조공 격의 선물을 보냈지만 제나라가 응하지 않아 영왕은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제나라를 소집합니다. 국력에 차이가 있어 보복이 두려운 제에서는 지목된 안평중이 사신으로 가게 됩니다.
일국의 사신을 가면서도 자신이 탄 수레도 초라할 뿐 아니라 따르는 일행도 조촐하기 그지 없었고 초의 왕과 그 신하들은 골탕을 먹이기로 작전을 짭니다.
성문 앞에 이르러 문을 열어주기를 요구했지만 초의 수문장은 귀한 손님들이 수레를 타고 드나드는 넓은 문은 닫아두고 일반 평민이 드나드는 작은 문을 열어놓고 그 문으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이 때 안평중은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사람이 드나드는 문으로 손님을 맞고 개나라에서는 개구멍으로 사람을 맞는다더니 귀 나라는 어떤 나라인 것이오"라며 한방을 먹이고 들어 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통쾌한 버전이 민간으로 내려옵니다.
그냥 좁은 문으로 들어왔답니다. 그래서 초의 사람들이 어찌 그 문으로 들어 왔나고 비아냥 거리니까 "개 집에 왔으니 개 문으로 들어온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후자가 더 통쾌하지요?
연회석에 간 안평중을 또 하나의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자꾸 노랗고 말랑한 요즘 나오는 그 과일을 권하는 것입니다. 처음 보는 것이어서 피할 생각이었지만 자꾸 권하여 어쩔 수 없이 한 입을 문 순간 입 안의 쓴 맛과 주위의 폭소에 자신이 당한 것을 알게 됩니다. 귤이었지요. 사람들이 그 나라는 얼마나 가난하기에 일국의 재상이 귤을 먹어보지 못했냐고 비야냥거렸습니다. 이 때 안평중은 " 자고로 옛부터 임금이 내린 음식은 주신 대로 먹어야 예절인 것이라서 그리 먹었을 뿐"이라고 하여 껍질을 벗겨 먹은 초의 신하들은 왕의 하사품을 예의없게 대한 나쁜 신하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마지막으로 왕이 나섭니다. 요즘 갑자기 좀도둑이 늘어 잡아서 물어보면 모두가 제나라 사람들인데 제나라는 도둑들이 사는 나라인지를 묻습니다. 안평중이 이 때 한 말이 '귤화위지橘化爲枳'입니다. 양쯔강(양자강)은 강이 길어서 '장강'으로도 불립니다. 그래서 강의 하류는 상당히 넓어 강의 남쪽(강남)과 강의 북쪽(강북)의 기후가 다르답니다. 여기에서 강남과 강북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강남의 귤을 먹기 위해 강북에 옮겨 심으면 귤이 아닌 탱자가 된다는 말입니다. 제나라에서 착하게 살던 사람들이 초나라의 풍토에 따라 도둑이 된 것이라는 말이었지요. 초는 안영에게 많은 선물을 주어 보냈고 그 뒤로 제를 괴롭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번째의 이야기는 세 번째의 이야기와 충돌하여 그걸 빼고 보통 말하는데 귤을 몰랐어도 그 말은 알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또 하나 정사에는 나오지 않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만들어 낸 거라 생각합니다. 큰 공을 세우고 귀국하자 왕이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는 당연한 일이니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나라의 반과 외동딸을 주겠다(부마로서 왕의 사후에 왕이 되는데)고 하는데도 거부하자 왕이 화를 내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조건대로 받겠다고 합니다. 바둑판의 첫째 칸에는 쌀 한 알, 두 번째 칸에는 두 알, 세번째 칸에는 네 알, 8. 16, 32, ... 왕은 어쩔 수 없이 담당 관리를 불러 쌀을 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만에 보고하러 온 그 관리는 사색이 되어 왔습니다. 제나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쌀을 모아도 줄 수 있는 양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받지 않겠다는 뜻이었지요.
다음은 따분한 계산입니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 모두 19줄 씩이니 칸은 가로18칸 세로 18칸으로 모두 324칸입니다. 첫번째 칸이 2의 0제곱이니까 맨 마지막 칸은 2의 323제곱의 갯수의 쌀이 되는데 그 양이 얼마일까요. 대략 한 홉이 2의 10제곱=1024(개)이라고 할 때 2의 한 말은 2^10*10=2^11이고 한 가마니는 2^11*10=2^12입니다. 그러면 13번째 칸이 한 가마니이니 이제부터는 14번째 칸은 2, 15번째는 2^2, 16번째는 2^3, ....으로 가게 됩니다. 100번째 칸은? 2^87가마니.
201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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