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버스 뒷자리의 전화대화를 자세히 듣게 되었습니다. 바른 발음의 여성 목소리였고 게다가 크기까지 해서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원강사가 학부모와 상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말을 겁나게 많이 하는데 요는 크게 학원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 실력도 변화가 없는데 그것이 아이가 창의적인 글쓰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엄마가 창의적이란 말에 지분이 좋아 말이 많아진 모양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글쓰기 주제'를 주었는데 상관없는 다른 글을 썼다고 하는데도 동일한 대화가 한참 이어졌습니다. 10분 넘게 하더라구요.
보통 자신이든 자신의 자식이든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듣기 좋은 말일 때는 특히 말의 행간, 그리고 이면을 잘 살펴야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영 사기꾼들의 말을 하는 세상이 되었거든요. 상대가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는 세상요. 사람들이 다 긍정적인 면만 보고 긍정적이 말을 해 준다고 하는데 '긍정적'이라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줄 알고 있거든요. 제 주위의 사람들도 다 같습니다. 사실이 아닌 거짓을 말한다면 그게 거짓말장이거나 그 말에 어떤 이익이 따라 온다면 사기꾼이 맞는 거잖아요.
대입 입시생들의 '세특'을 써 줄 때 학원가서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수업시간 듣지 않는 학생에게(누군가에게는 써달라고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염치없는 학생이 엄청 많다는) 써주는 표현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한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아주 큰 칭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입시사정관은 그 말의 행간을 읽어낸답니다. 그 아이는 학원을 싫어하고 강사의 지시마저도 따르지 않는 상태이니 보내는 것은 헛돈 낭비이고 아니 노는 시간을 뺘앗는 거잖아요. 엄마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오죽하면 강사가 그 돈 먹고 사는데 그런 말을 하겠어요. 잘 알아 먹고 보내지 말란 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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