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익산에서 내려오는 기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KTX니까 그렇게 자리가 좁지 않았습니다. 내 자리에 사람이 있어서 그냥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계속 앞자리의 사람과 이야기를 하길래 비켜 달라고 했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대는데 그는 머리가 흰 60대로 보이는 칼라드 남자였고 그의 대화 상대는 머리가 하얀 핑크빛 피부의 여자였습니다. 주로 남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더니 차를 꺼내 마시고 간식을 먹길래 아예 내가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런데 순천에서 내리던 그는 내리면서 내 얼굴에 대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내가 손을 저으며 자리 때문이 아니라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라고 했는데 자신이 미국에 계속 있다 와서라고 하면서도 연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쫑알거리는 거였습니다. 미국에서 왔다는 게 자랑하는 건 아닐 거고 작금의 감염병에 대한 한국의 분위기를 알지 못했고 이젠 알았다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그랬다면 그 전에 말을 삼가했어야 하고 음식을 먹지 않았어야 하고 내게 가까이 와서 말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요새 진정한 사과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 되고 있지만 그 자는 내가 사과를 받아주지 않은 옹졸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고, 나는 그를 지만 만족하는 거짓 사과를 한 마국에서 온 놈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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