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0일 화요일

산딸기술

 


  7월 2일 찍었고 오늘 찍었으니 20일 만입니다. 색이 많이 진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계속 진해져서 이 학교를 떠날 때쯤이면 투명도가 떨어져 거의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관찰력이 있으면 특이한 것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두 병의 색의 농도가 다릅니다. 처음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가 점점 그 차이가 커집니다. 술을 담을 때 큰 병에 담은 뒤 열매를 빼내기 위해 작은 병으로 옮겨 담는 과정에 먼저 따른 건 오른쪽에 보이는 것처럼 연하고 나중에 따라낸 건 왼쪽의 것처럼 더 진합니다. 처음엔 무심코 지나갔고 같은 병에서 나온 건데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몇 년전에 매실 담은 걸 옮기다가 여러 병이기 때문에 처음의 것과 맨 나중의 것이 많이 차이가 나는 걸 보고 알았습니다. 실은 나중의 것은 더 맛이 좋을 것 같지만 약간의 잘디 잔 과육이 따라 들어와서 3년쯤 지나면 탁해지고 맛도 약간 신맛이 납니다.

2021년 7월 15일 목요일

제대로 된 사과

   보통 기말고사가 끝나면 성적 마무리와 학기 사무 마무리 등의 시간이 필요해서 보름 정도 방학 전에 시험을 봅니다. 그러면 방학 시작할 때까지의 수업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아래 고등학교 교사들이 점심시간 농담을 했습니다. 다른 학교들 학원발 감염병이 번지고 있는데 우리 학교는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없어서 안심이 된다고. 중학교 수학에 있던 많은 부분을 수포자를 줄인다는 이유로 기준이나 맥락도 없이 싹둑싹둑 잘라 내어 버린 게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시험 끝나고 가르칠 게 확실해져서 좋습니다. 1학기를 기준으로 하면 1학년은 집합과 기수법, 2학년은 근삿값과 오차, 3학년은 고급 인수분해와 이차함수의 최댓값과 최솟값을 가르치면 됩니다. 물론 2학기도 가르칠 것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수학 모르는 놈들이.

  다른 학년은 재미있게 잘 따라 하고 있는데 3학년이 두 시간 째에 걔깁니다. 자는 놈, 다른 거 하는 놈들. 5명 전부가 앞에서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래서 준비했던 수업 자료를 기왕 준비한 거니 나누어 준다고 나누어 주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두었습니다. 그 뒤 두 시간 더.  할리갈리를 가지고 가서 이걸 하든지 진로실에 가서 더 쉬운 걸 가져다 하든지 알아서 하라고. 그리고 또 자는 놈, 다른 거 하는 놈, 멀거이 한 시간 보내는 놈.

  어제 오후 편지라며 두 장을 전해 줍니다. 하나는 자신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 전체의 것이라며. 지꺼는 내용만 보아도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전에 수업시간에 수업 듣지 않고 시간 내내 '심심하다'고 종이 가득 메웠던 거.



  사과가 받아들여지려면 무엇을 잘못하였는지가 제대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나이와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지들 담임의 손을 탄 것 같습니다. 참으로 멍청한 교사인데 진로까지 담당하고 있으니 원. 퇴근하고 글을 읽었고 읽고 난 뒤 단톡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효원이는 알아 먹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른 아이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칠은 이십칠이 적용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2021년 7월 14일 수요일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그 놈이 했던 악행은 이루 말할 필요 없습니다. 419로 쫓겨나 하와이 망명을 했다 죽어 시체로 65년 돌아왔습니다. 대통령이던 박정희는 국장 아닌 국민장을 제안했고 당시 한민당 계열이었던 동아일보마저도 국민장도 안 된다고 사설에 썼답니다. 가족장을 했지만 국립현충원에 묻혔답니다. 참, 한국이라는 나라는... 열받기의 최고봉을 밑에 옮깁니다. 뒤지기 전에 유언으로 한 말의 일부입니다.


"이제 저의 천명이 다하여 감에 아버지가 주셨던 사명을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몸과 마음이 너무 늙어 버겁습니다. 바라옵건데, 우리 민족의 앞날에 주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하시옵소서. 우리 민족을 오직 주님께 맡기고 가겠습니다. 우리 민족이 굳세게 서서 국방에서나 경제에서나 다시는 노예의 멍에를 메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진실?

   서양 사람들 뿐 아니라 한국의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몽땅 다 과학적, 합리적이라고 하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석진 교수도 그랬지만 당대에 사실, 진실, 과학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나중에 잘못된 지식이었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뉴튼 과학이든, 상대성이론이든 양자이론이든 모두 시간이 지난 뒤에도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연역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학적 지식마저도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는데 귀납에 의한 것들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영웅이며 1달러 지폐의 얼굴의 당사자인 조지 워싱턴은 18세기 후반에 활동했는데 그가 죽은 원인은 후두염이 아니라 그것을 치료한다고 의사들이 뽑은 피로 인한 과다출혈이랍니다. 아프면 피를 뽑는 게 방법이었답니다. 3명의 의사가 순차적으로 피를 4리터 가까이 뽑았다니... 1799년에 죽었답니다.

  옛날일이라구요? 1998년 영국의 웨이크필드라는 의사가 MMR혼합백신의 부작용을 지적하며 백신 반대운동을 폈는데 데이터 조작으로 논문이 철회되었답니다. 한국은 그 영향을 크게 받아서 당시 난리였구요.

2021년 7월 13일 화요일

데미안

   경북대 박홍규 교수는 헷세에 대해 극찬을 했지만 난 그와 생각이 다릅니다.

  내가 내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 없었던 내 주변 환경에 많이 힘들어 삶의 바닥까지 고민하고 있었을 때 내가 세상을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게 해주었던 게 그의 작품이긴 합니다. 중학교 때인생의 목표를 상실했던 게 고등학교 때는 많이 지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옳은 지조차 고민할 때 톨스토이를 만나 호흡을 골랐고 대학 때 데미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데미안은 누나가 사다 놓은 책이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매년 한두 번씩 읽으려고 도전했던 것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지만 그 책은 매번 내게 굴욕감을 주었습니다. 싱클레어가 대처로 떠난 뒤부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전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걸 대학이 입학한 직후 다시 읽으며 이해하게 되었고 헷세의 모든 작품을 읽으며 세계관을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다가 불교와 노자를 공부하고 나서 왜 데미안을 그리 읽기 힘들어 했는지도 알게 되었고 서양인들이 불교를 접하게 되면 어떤 결과로 나오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신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양식 합리주의로 학문의 기반을 잡은 사람이 불교를 불교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헷세를 가뿐히 떠났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헷세는 내게 큰 스승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서양철학을 공부하면서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런 주장을 하는지를 속속히 들여다 보면서 알 수 있게 해준 것입니다. 동양철학(불교 뿐 아니라 한반도의 종교까지 포함)을 공부한 사람이 데미안을 읽으면 메트릭스를 보며, 드래곤볼을 읽으며 느끼는 생각과 동일할 것입니다.

2021년 7월 1일 목요일

산딸기술

   산딸기 종류도 여러가지입니다. 나무처럼 자라는 것에 열리는 것은 4월 중하순부터 열리고 굵고 부드러우며 씨가 거의 씹히지 않습니다. 복분자와는 다릅니다. 복분자는 익으면 검어지고 맛도 딸기와 달리 오디에 가깝습니다. 그 산딸기가 사라지고 나면 6월초 경부터 덩굴 딸기가 나옵니다. 이 때 바닥을 기는 덩굴과 나무딸기 중간으로 자라는 산딸기도 있는데 그건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이 많지 않게 분포합니다. 

  바닥을 기는 산딸기는 색깔이 아주 먹음직스럽지만 과즙이 적고 신맛이 있고 씨가 굵어 잇사이에 많이 끼어 매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술로 담그어 보기로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과육이 있는 과일이니까 30도의 술에 담그었습니다. 보통 1:1을 권하지만 술맛이 없습니다. 3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하고 5분의 2쯤이 적당합니다. 과육이 연하기 때문에 담근지 3주 이내에 건져 어둡고 선선한 곳에 보관합니다. 적어도 3년. 3주 넘으면 과육이 풀어져 나오기 시작하고 그러면 그것이 술맛을 시고 탁하게 만듭니다. 너무 빨리 건져 낸다고 생각하지만 처음엔 연하던 색깔이 시간이 지나면 점점 진해집니다.

  술을 건러낸 지 이틀쯤 지난 후의 모양입니다. 생각 나면 몇 달 지난 후 사진을 추가로 올리겠습니다.



평행봉으로 가는 길

   운동장을 특이하게 관리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풀을 없애기 위해 일정한 두께로 긁은 뒤 다집니다. 그리고 그 위에 소금을 뿌립니다. 작년부터 세 번을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물이 많이 들어올 때만 잠기는 바닷가에 자라는 해초들만 자라고 있습니다. 뽑아 보았는데 보이기에는 부드러워 보이지만 뻣뻣하고 질기며 찍득안 액이 나옵니다.

  매일 조금씩 뽑으면 언젠간 모두 해치울수 있을 거라 시작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 그 방법은 포기하고 내가 매일 찾는 평행봉까지 가는 길만 일단 내었습니다. 마음이 동하면 조금씩 더 넓히고 아니면 말고.



궁즉통

   사람들이 잘못 쓰는 말이 꽤 있습니다. 대기만성처럼. 그릇 큰 건 만들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이 말을 어떻게 갖다 붙이면 억지를 슬 수 있지만 궁즉통은 다릅니다. 이걸 사람들은 '궁하면 통한다'로 써서 '아주 방법이 없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