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7

인간의 생각이 합리적이라는 생각

   인간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에게 실망하고 예측에 실패하고 장사에 망하고 사기를 당하는 근본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람들이 경제적인 활동을 할 때 실제로 어떤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는지 연구하는 분야 '행동심리학'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잘 뜯어 보면 그럴싸한 정답을 미리 정하고 실험을 하는 경우가 꽤 허다합니다. 

  얼마 전 성선설과 성악설을 확인한다며 1살 된 아이에게 세 유형의 아이의 행동(배려, 자기중심, 평균)의 동영상을 보여 준 뒤 아이의 행동을 살폈더니 배려한 아이를 선택하더라는. 이게 무슨 대학에서 돈 들여 하는 실험이라는 말입니까.

  몇 주 전 시사인에서 사주가 엉터리라는 기사를 쓴 걸 두고 편집장에게 항의 이메일을 보낸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그 기자가 다섯 곳을 들렀는데 다 다르더라는 것이 그의 주장의 근거인 것입니다. 답을 정해 놓고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요. 사주라는 게 그 사람의 성장환경부터 지금 처한 상황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해석을 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알 가능성이 높은데(엉터리들이 많거든요. 현종이처럼)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찾아갈 때 차림만 바꾸어도 결과가 아주 다르게 나오는 것이 당연하고. n=1, n=2, n=3, n=4, n=5일 때 그러니까 n=6일 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우리 대통령처럼 '과학적'인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멍청함을 낳는 것이지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며칠 전 노란 변신 로봇이 뭐냐, 범블비. 그 영화를 보다가(두 번째) 문득 든 생각입니다. 외계에서 두 패거리가 싸우다 도망쳐 왔고, 그걸 해치고자 따라와서 지구에서 싸우는 이야기입니다. 외계에서 왔다면 지구보다 엄청나게 문명이 발달한 곳입니다. 지구의 과학적인 관점에서 다른 은하계는 고사하고 다른 행성계도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한참의 미래에도 여전히 생명체들은 서로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생명체가 상존으로 가는 길이 자신도 잘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생각의 방향일 것인데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유대인들처럼 자신만 옳고 다른 신을 모시면 없어져야 하는 상대로 생각한다면 인류의 어떤 판단도 정의로울 수 없습니다. 현재의 유엔이 자신이 즉 정의라고 생각하는 나토가 스스로 경찰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이 저렇게 힘없는 작은 나라들을 침략하여 부시고 죽이는 것을 방치하기도, 그 무기를 제공하기도, 그것도 부족해서 군대를 직접 파견하기도 하겠다는 저들이 앞으로도 세상을 휘두르고 총질을 해댈 것이 앞으로도 뻔하니 인간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고 흉악한 존재일 뿐입니다. 성선, 성악은 의미없는 말장난에 불과한 성능좋은 청을 가진 놈이 정의인 세상은 쭉 이어질 것입니다. 기독교가 없어지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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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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