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균이는 지금은 장학관도 했고 교장도 하고 있지만 무척이나 그러니까 나보다 더 가난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서면에 농사지을 땅을 산 것도 그런 부족했던 것에 대한 반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본업이 바쁘니 일 주일에 이틀 가는 것도 힘들어졌고 밭둑에 풀이 무성해진 것을 무심결에 방치했답니다. 주변 밭 주인들이 몇 번 베어 주더니 결국 풀 좀 베라는 소리를 듣고야 말았답니다. 내 꺼인데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는 내게 설명을 듣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수용해야 하는 셋이 있는데 벌레와 풀과 흙먼지입니다. 아무리 막아도 집안에 들어 오는 벌레를 막을 수 없고, 몸에 달라붙는 것도 막을 수 없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방을 닦아도 흙먼지와 함께 잠을 자야 하고 금방 풀을 베었는데 돌아보면 무릎까지 풀이 올라 옵니다. 그래서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은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풀은 뿌리로도 자라고 씨로도 자랍니다. 내 밭과 붙은 옆 밭은 내가 해결하지 않은 풀의 공격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고 옆 밭에 부린 농약은 내 밭으로도 떨어집니다. 농사 경험이 없었던 용균이는 그것을 몰랐던 것입니다.
뒷산 자락에서 자투리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뭘 하려고 그랬는지 지름 1미터쯤 되는 공간을 깨끗이 정리해 놓았더라구요.
풀밭 속에. 그 사람도 풀의 위력을 모르는 농사 초짜인가 봅니다. 두 달도 되지 않은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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