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23일 수요일

보석함

   아이들 한지공예할 때 함께 끼어서 보석함을 만들었습니다. 만들어 온 종이를 붙이것것부터 풀을 먹으면 종이가 물러져서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붙이는 것까지 시간이 되어서 나머지 작업은 설명만 하고 수업은 끝났습니다. 월요일에 풀칠 한 번 더 하면서 수정하고 화요일 풀칠 한 번 더 한뒤 어제 마무리 코팅하고 오늘은 장쇠와 장식을 달았습니다. 뜻밖에 비스가 작아서 이걸 다는 데 힘이 들었습니다. 안경드라이버를 빌려서 손잡이에 고무줄을 감아서 썼습니다.





초생달

  며칠 전 16일 밤 산책을 나섰는데 그렇게 찍고 싶어했던 초생달이 떴습니다. 그 위로 환하게 떠있는 두 별은 목성과 토성이 21일에 나란히 보인다고 했으니 그들이 아니고 금성과 수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20년 12월 20일 일요일

남자, 남자?

   이틀 동안 계속 뒹굴거렸으니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을 푹 자기 위해서 자는 시간을 늦추며 미우새를 보았습니다. 패널로 나온 늙은 아줌마들이 한결같이 남자들이 불필요한 게 아니라 없는 게 좋은 존재이며 잔소리까지 한다는 겁니다. 전에 김민식 피디의 글에서 조금 언급을 한 적 있지만 다시 내 부모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조금 입장이 다르다면 먹물든 남자와 못배운 여자이고 살림에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남자와 그런 살림과 여섯 아이들 보살펴야 하는 여자의 차이입니다. 또 차이는 결혼생활 30년 쯤에 식솔들을 살림과 함께 꾸려 대처로 나왔고 아버지는 그 집에 남았다는 것입니다. 쉰 중반에. 식구들이 나가는 것에 별 반대나 저항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잔소리와 멸시로부터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에서는 한 방향으로 몰고 가기 위해 편집을 당연히 했겠지만 거기 나온 남자들은 왜 나오는 걸까요. 특히 어제 이태성의 아버지는 함께 사는 손자의 비웃는 표정을 보아가며 한자자랑까지 해가며 잔소리를 해야 할까요? 박찬호는 많은 사람들이 TMT라고 말하고 자신도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 왜 그런 자리에서 그런 짓을 계속할까요? 중요한 건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싫어 한다는 겁니다. 말많은 놈끼리 자리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 자리에서도 이할아버지의 말이 박찬호를 향하자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바로 보였습니다. 두세 개의 문장에. 박찬호는 예능에 나오고 싶어 그런 비호감을 자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할아버지는 전국방방곡곡에서 남녀노소가 욕하며 비웃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계속 나올까요? 물론 이 둘뿐 아니라 거기 나오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해당되지만요. 참 웃기는 게 방송컨셉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아프면

   나이들었다는 것을 실감하는 건 보통의 사람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다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다치면 오랜 시간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살이 찌면 운동하기 싫어지게 될 것이고 몸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픈 것도 두렵지만 그와는 덜 합니다. 힘들면 약을 쓰면 짧은 시간에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토요일 아침 일어났을 때 한기를 느꼈습니다. 전날 춥게 두 시간 운동을 한 것이 문제여서 몸살이 들어오려나 했고 종일 누워서 진정해 보려고 했는데 해가 지면서 설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관장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열세 번을 내어놓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두 번을 더 뱉고는 끝이 났습니다. 어디서 그런 물이 나오는지 신기했습니다. 10번에 가까워지자 탈수가 두려워 쑥차를 끓여 두 잔을 마신 것 뿐이었습니다. 

  두 번째부터 아침에 있었던 열이 뱃속에 생긴 염증이었고 원인은 모르지만 외부의 침입이니 몸을 비우면 진정이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로환을 먹을까 생각했는데 참았습니다. 큰 놈은 내 사정을 몰랐고 일찍 들어온 내게 아홉시쯤 들어온 그가 왠일이냐고 물어 설사와 열이 있다고 했더니 누워서 폰을 가지고 놀던 그가 '코로나19와 증상이 같은데?'라고 합니다. 정나미가 떨어졌지만 증상이 두 가지 뿐이고 그럴만한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어제도 종일 누워 있었습니다. 기운이 소진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아침은 누룽지 먹고 소금들어간 것 피하고. 종일 화장실 가지 않았고 아랫배 약간의 기분나쁜 느낌만 있고 아팠던 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틀을 최소한으로 먹었더니 기운이 없네요. 아팠을 때 차라리 혼자였으면 서운한 게 없었을 건데...

2020년 12월 7일 월요일

미친 놈

   인생 이야기하다 보니 나훈아의 '테스형'이 생각났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정말 미친놈입니다. 이놈 저놈 다 따라 부르지만 '세종형'이나 '공자형'이라고 했다면 어떤 반응들이 나올지 뻔하지 않습니까.

어떤 삶을 원하는가

   어제 신문에는 대한민국에서는 평생 45세 때 제일 많이 번다고 하였고 며칠 전에는 복잡한 지적능력은 35세 때, 단순한 지적능력은 45세 때 제일 최고조에 이른다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여튼 그 말은 그 시기가 지나면 기운다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어느 정도까지 떨어져도 삶이 행복할까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요새 사람들이 기억력에 대해 많이 푸념을 하고 내가 일 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며 또한 앉아있다 일어서며 자연스럽게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대치를 낮추면서 행복해 하는 게 맞는 걸까요? 노래 둘을 비교합니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료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가고 해가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내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왼쪽은 몇십년 된 서유석이; 부른 김광정의 '가는 세월'이라는 노래이고, 오른쪽은 몇년 전에 나온 이애란이 부른 김종완의 '백세 인생'이라는 노래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 있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형해화, 황당무계

   앞의 글과 이번 글에 때 아닌 단어의 뜻을 스는 이유는 지난 몇 달간 개판인 정치판에서 많이 나온 그러면서 제대로 쓰이지 않았던 말을 정리해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형해形骸 : 생명이 없는 육체를 말합니다. '형해화 한다'고 쓰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