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수요일

책 읽기 김용의 소설

   어렸을 때 보았던 무협지는 무공이 화려했고 남녀간의 몸을 탐닉하는 내용도 아주 노골적이었습니다. 이제 김용의 소설을 보니 그 때 읽었던 것들은 김용의 소설에 나오는 무림파의 초식들을 베껴다 용어만 끼워 놓은 것들이었고 주인공이 고난에 빠져서 절기를 배우는 것과 큰 줄기들은 모조리 이 사람의 것들을 차용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책 소개에서 중국, 중국의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과장이고 송, 원, 명으로 이어지는 근 줄기에 소설을 배치한 것에 불과합니다. 더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는 의천도룡기를 거의 읽었습니다. 맨 처음에 소오강호 다음에 사조영웅전 그리고 신조협려 다음입니다. 중국인들의 뻥실력에 무협까지 얹어졌으니 재미가 상당하지요. 

  처음에는 거란이 송의 주적이었고 그 때 몽골에 대한 표현은 친밀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존경을 받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나라가 거란을 멸하고 송을 침략하면서부터 서서히 원에 대한 적대감이 커져 가더니 원나라가 다 삼키고 송이 망한 원 통치기는 철천지 원수로 묘사합니다. 그들이 중국, 중국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침탈과 살육을 심하게 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의천도룡기 중반에 되면서 주인공이 명교明敎의 교주가 되는데 주원장이 명교의 일원으로 등장합니다. 아시다시피 주원장이 원나라를 밀어내고 새로 세운 나라가 明나라 아닙니까. 이 소설에 따르면 명교는 페르시아에서 건너 왔고 그 이름이 '마니교'였다가 명교가 되었답니다. 당나라 때 넘어 왔는데 당시 관리들의 혹정에 백성이 시달렸고 그들을 돕다가 관리들과의 충돌도 있어서 당국에서 그들을 '사교邪敎', '마교魔敎'로 정하고 심하게 탄압을 했답니다. 소설에 다르면.

  처음 '소오강호'를 읽고 소감을 쓸 때 내 나름의 제목에 대한 해석을 했는데 여기까지 읽으면서 그 해석이 맞었음을 확인합니다. '강호'를 '비웃다'입니다. 무림이 '정파'와 '사파'로 나뉘는데 정파의 사람들이 오히려 정의롭지 못하고 사파의 사람들이 못된 짓을 일삼지만 의리가 있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주다가 의천도룡기에서 사파인 명교가 모든 정파의 위기를 해소해 주고(주인공의 희생을 담보로) 힘을 합해 원나라에 대항하는 이야기로 전개합니다.

  읽지 않은 사람은 아주 불필요한 지식인 제목에 대한 풀이입니다.

2편 사조영웅전. 정파 4개 파의 수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국인은 오행의 굴레를 쓰고 다닌다고 했지요? 네 개의 방향(그리고 그에 따른 색깔) 그리고 중앙, 그래서 오행. 이것이 바로 앞 글에서 이야기한 천원지방의 '지방'입니다.

3편 신조협려. 2편의 주인공 '곽정'의 의형제가 거란의 앞잡이로 못된 짓을 하는데 그가 씨를 뿌린 것이 '양과'이고 엄청난 시련 끝에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술을 얻고 그에게 그 중 큰 무술을 익히게 도와준 신조神鳥(독수리)와 함께 다니는 협객의 여행.

4편 의천도룡기. 현철(운석)으로 만들어져 손상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자를 수 있는 도룡도와 의천검을 둘러 싼 싸움. '도刀'는 자르는 용이고 '검劍'은 찌르는 용입니다. 그래서 모양은 '도'는 휘어진 모양에 한 쪽만 날이 있고 '검'은 반듯하고 양날이 있습니다. 관운장의 '청룡언월도'는 '刀'이니 한 쪽만 날이 있고 살상력을 키우기 위해 끝에 날카로운 것이 하나 더 있어서 칼집을 만들 수 없습니다. 가죽이나 헝겊으로 만든 덮개에 보관했겠지요. 칼은 창에 비해 길이가 짧아서 긴 나무 자루 끝에 끼워서 썼습니다. 요건 소설.

레밍스

  아주 예전에 레밍스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박통 시정 한미연합사령관을 하다 임기 마치고 돌아가던 사람이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레밍스 같다'고 이야기를 해서 한국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짐작하듯이 잠깐이었구요.

  최근 한국에서 석 달 체류했던 미국인이 본국에 돌아가서 체류기를 쓴 것에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인들은 불행한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버킷 리스트'랍니다. 나는 모건프리먼 하고 잭니콜슨이 연기했던 영화 때문에 그 용어를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상식적으로도 알 필요가 없는 말 아닙니까.

  근대화 과정에 전대 사대생들의 동아리 '프론티어'(참으로 무식한 놈들이 회원이었겠지요, 다 지도급들이었답니다) 시기 무법자들은 날뛰고 판사는 많이 적었을 때였고 인권의식은 낮을 때였습니다. 순회판사가 사형을 언도하면 동네 가장 사람이 많이 다니는 광장에 교수대를 설치하고 양동이 위에 서게 한 뒤 올가미를 걸어 양동이를 걷어 차면 몸이 대롱대롱 매달리는 그런 사형집행을 했습니다. 걷어차기 전에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게 해주었고 웬만하면 돈이 살짝 드는 것도 집행 뒤에 소원을 들어주었다는 게 바로 버킷리스트의 기원입니다. 

  그 이름으로 한국인들이 지금도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써 붙여 놓고 혹은 전화기에 메모해 놓고 하나씩 지워가는 것을 유행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행지, 맛집 순례처럼. 그 사람들 어원도 모를 걸요. 꼭 알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굳이 대꾸할 필요 없고 여기에 쓰는 겁니다. 그 미국 사람이 비아냥 거린 것처럼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주렁거리는 조급한 삶이 되었다는 걸 그 사람들에게 말해 주면 이해하지 않을 거니까.

2024년 3월 26일 화요일

가르친다는 것

   내가 경험했던 선생님들의 전공 실력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를 한심하게 보았습니다. 가르치려면 온전히 관련된 부분까지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습자의 잘못을 원인부터 찾아 해소해 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운동 예를 많이 들지만 방금의 스파이크 공격이 왜 네트에 걸렸는지 알아서 자세의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타이밍에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짚어서 알려 주어야 같은 잘못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체육선생님들 보면 집중력 탓만 합니다. 아프다고 왜 그러는지 병원에 가서 물으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런닝맨 왕궁편을 보는데 유재석이 설명을 하는 것이 꼭 그 선생님들, 그러니까 학원선생님들의 그 방법과 수준이었습니다. 시험에 나오는 것, 시험에 내기 딱 좋은 것은 가르치고, 그러니까 학습자가 배워야 하고 앞뒤와 좌우 맥락은 가르쳐 주지 않는 거요.

  예를 들어 부용정에서 천원지방을 이야기 했으면 옛날부터 동양에서 내려온 세계관이 어떤 것이었고 그 의미는 무엇이며 부용정 말고 어떤 것들이 있는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재미있는 역사와 사회공부이며 과학까지 연결되는 것이잖아요. 설명하는 데 1분 정도면 되는 걸 과외선생에게 반복적으로 들은 걸 풀어낼 뿐이고 그 과외 선생도 깊이가 없는 경우여서 그런 거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설명하고 간추리는 것은 본인이 해야 하는데 대본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고 학교에서 그렇게들 가르치더라구요.

2024년 3월 3일 일요일

눈 목 目

   앞의 글에서는 目자가 자신의 원래의 뜻과 달리 솥정자가 기호화 되면서 대신 쓰이게 된 글자들을 보았습니다. 目자의 갑골문은 이렇습니다.


  상당히 사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자가 전에 이야기 한대로 죽간에 맞게 모양을 변형하여 세로로 길게 만든 것이 지금 쓰고 있는 目자가 된 것입니다. 이 글자는 이런 식으로 쓰입니다.


  곧을직直자는 눈 위에 반듯한 직선을 그어 앞을 똑바로 보는 글자를 만들었고 현재와 같이 바뀌었습니다. 그에 비해 큰덕德자는 변화가 더 있습니다. 좌변 '이인변'이라고 부르는 彳, 이건 '조금 걸을 척'자인데 사람과는 상관없이 갑골문 모양에서 보듯 '길'모양입니다. '갈행行'자가  네거리인 것에 반해 이 글자는 그 반만 표현한 것입니다. 오른쪽의 변화가 조금 있지만 갑골문을 보면 '곧을직'자가 그대로 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후대에 올바른 마음의 상태를 강조하기 위해서 아래에 두 글자가 더해진 것입니다. 전에 말한 바 있는데 이 글자는 '크다'는 뜻에서 '덕용'에서 쓰이며 실은 성냥에서 많이 보았던 '덕용'도 있고, 생선에서 쓰이는 큰 고기 '적자'에서 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실은 많이 보는 것이 道德에서 많이 봅니다. 

  '눈목'자가 아래에 꼬리를 달고 '조개패'의 모양을 하고 있는 글자들이 있는데 則처럼. 이 글자로 '돈'으로 해석하는 '조개패'와 상관없이 '눈목'자입니다. 나중에 시간되면 추가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지금 핀 꽃

    꽃이 두 가지 입니다. 잎사귀 넓은 건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닌 말똥풀이고 꽃은 꽃잎이 많은 게 민들레, 가지런하게 한 줄만 있는 게 좀씀바귀입니다. 쪼꼬만 게 화단에 많이 피어 있어 궁금해서 찾아보니 씀바귀와 같은 모양인데 아주 작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