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보았던 무협지는 무공이 화려했고 남녀간의 몸을 탐닉하는 내용도 아주 노골적이었습니다. 이제 김용의 소설을 보니 그 때 읽었던 것들은 김용의 소설에 나오는 무림파의 초식들을 베껴다 용어만 끼워 놓은 것들이었고 주인공이 고난에 빠져서 절기를 배우는 것과 큰 줄기들은 모조리 이 사람의 것들을 차용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책 소개에서 중국, 중국의 역사를 알게 된다는 것은 과장이고 송, 원, 명으로 이어지는 근 줄기에 소설을 배치한 것에 불과합니다. 더 이어질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는 의천도룡기를 거의 읽었습니다. 맨 처음에 소오강호 다음에 사조영웅전 그리고 신조협려 다음입니다. 중국인들의 뻥실력에 무협까지 얹어졌으니 재미가 상당하지요.
처음에는 거란이 송의 주적이었고 그 때 몽골에 대한 표현은 친밀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존경을 받는 사람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나라가 거란을 멸하고 송을 침략하면서부터 서서히 원에 대한 적대감이 커져 가더니 원나라가 다 삼키고 송이 망한 원 통치기는 철천지 원수로 묘사합니다. 그들이 중국, 중국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침탈과 살육을 심하게 했다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의천도룡기 중반에 되면서 주인공이 명교明敎의 교주가 되는데 주원장이 명교의 일원으로 등장합니다. 아시다시피 주원장이 원나라를 밀어내고 새로 세운 나라가 明나라 아닙니까. 이 소설에 따르면 명교는 페르시아에서 건너 왔고 그 이름이 '마니교'였다가 명교가 되었답니다. 당나라 때 넘어 왔는데 당시 관리들의 혹정에 백성이 시달렸고 그들을 돕다가 관리들과의 충돌도 있어서 당국에서 그들을 '사교邪敎', '마교魔敎'로 정하고 심하게 탄압을 했답니다. 소설에 다르면.
처음 '소오강호'를 읽고 소감을 쓸 때 내 나름의 제목에 대한 해석을 했는데 여기까지 읽으면서 그 해석이 맞었음을 확인합니다. '강호'를 '비웃다'입니다. 무림이 '정파'와 '사파'로 나뉘는데 정파의 사람들이 오히려 정의롭지 못하고 사파의 사람들이 못된 짓을 일삼지만 의리가 있는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 주다가 의천도룡기에서 사파인 명교가 모든 정파의 위기를 해소해 주고(주인공의 희생을 담보로) 힘을 합해 원나라에 대항하는 이야기로 전개합니다.
읽지 않은 사람은 아주 불필요한 지식인 제목에 대한 풀이입니다.
2편 사조영웅전. 정파 4개 파의 수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국인은 오행의 굴레를 쓰고 다닌다고 했지요? 네 개의 방향(그리고 그에 따른 색깔) 그리고 중앙, 그래서 오행. 이것이 바로 앞 글에서 이야기한 천원지방의 '지방'입니다.
3편 신조협려. 2편의 주인공 '곽정'의 의형제가 거란의 앞잡이로 못된 짓을 하는데 그가 씨를 뿌린 것이 '양과'이고 엄청난 시련 끝에 엄청난 위력을 가진 무술을 얻고 그에게 그 중 큰 무술을 익히게 도와준 신조神鳥(독수리)와 함께 다니는 협객의 여행.
4편 의천도룡기. 현철(운석)으로 만들어져 손상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자를 수 있는 도룡도와 의천검을 둘러 싼 싸움. '도刀'는 자르는 용이고 '검劍'은 찌르는 용입니다. 그래서 모양은 '도'는 휘어진 모양에 한 쪽만 날이 있고 '검'은 반듯하고 양날이 있습니다. 관운장의 '청룡언월도'는 '刀'이니 한 쪽만 날이 있고 살상력을 키우기 위해 끝에 날카로운 것이 하나 더 있어서 칼집을 만들 수 없습니다. 가죽이나 헝겊으로 만든 덮개에 보관했겠지요. 칼은 창에 비해 길이가 짧아서 긴 나무 자루 끝에 끼워서 썼습니다. 요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