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5일 일요일

세상보기, 사람보기

  새 운동친구가 된 0결이는 점심시간 함께 농구하고 다들 교실로 돌아갔는데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송실에 있던 내게 일부러 와서 어제 아빠랑 운동하다 손가락을 다쳤다며 보여 줍니다. 그는 초등 1학년입니다. 엄마의 근무지가 된 학교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성격이 많이 밝고 운둥을 잘하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점심시간 놀기 위해 수업계에 부탁해서 4교시를 가능하면 빼달라고 해서 미리 밥을 먹고 체육관에 가면 초등학생들은 놀고 있는데 중학생들은 밥을 맨나중에 먹어서 오는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그 시간에 5학년짜리 순둥이 0석이와 축구를 하다가 이 아이가 오면서 친구가 바뀐 겁니다. 함께 해도 될 건데 0석이는 그 뒤로 축구를 함께 하지 않습니다. 농구를 함께 하자고 해도 하지 않구요. 0결이는 축구를 하다가 중학생들이 오면 함께 농구를 합니다. 자신의 몸통만한 공을 가지구요.
  0석이도 있고 0결이도 있습니다. 0석이와 축구를 하게 된 것은 너무 순하고 말도 없어서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해서 꼬신 거였는데 0결이가 끼어들면서 자신이 독점했던 걸 잃게 되어 서운한 마음에 함께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면 0결이는 함께 놀다가 다른 아이들이 끼어들면 패스해주고 패스 해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떠난 사람은 미련두지 않고 놔두구요. 게다가 축구하다가 내가 농구하러 가니까 주변에서 쭈뼛거려서 함께 하자고 했더니 농구도 함게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0결이가 오늘 내게 손가락 아프다고 보여준 것은 나를 믿는다는 것과 많이 친해지고 싶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0석이도, 0결이도 있습니다. 내게 힘들다고,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를 믿는다는 것이며 내게 위로를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반면 힘들고 아픈 걸 아는데 나와의 시간(대화)를 원치 않는 것은 그가 말하는 것처럼 원래 사람을 가려서가 아닙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을 것을 미리 두려워 가까워지는 것을 피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근저에는 신뢰감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면 헤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만남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큰놈은 제 부모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하도 답답해서 그랬습니다. 도움을 받는 것은 친구사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그런데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이 강합니다. 그래서 보통 조언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상처내고 또 그 상처를 후비면서 혼자만의 세상 속에 사는 겁니다.
  자신이 힘들면 친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서 그것이 더 힘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내가 그 동안 내 터전이었던 여수를 떠나 보성으로 갔던 것도 사람,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을 보는 눈이 더 밝아진 것을 얻은 것 말고 손해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만들었던 고등학교 동문회를 떠난 것도, 날 친형보다 더 믿었던 0훈이도 잘라냈지만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습니다. 가끔 생각나기는 하지만. 그리고 용서해줄까도 생각해 보지만... 바깥 담 안에 그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을 들어오게 한 것 같습니다. 안쪽 담의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상처를 별로 받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2018년 3월 19일 월요일

이사 글

  원한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한겨레신문에서 나가라니까 여기에 다시 둥지를 틀게 되었습니다. 주소도 쓰던 거 뺏기고. 다시 이사 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새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이전의 블로그입니다. 쓸 순 없어도 읽을 수는 있답니다. 언제까지일지는 몰라도.
blog.hani.co.kr/rnfma6

지금 핀 꽃

    꽃이 두 가지 입니다. 잎사귀 넓은 건 이야기 하려는 게 아닌 말똥풀이고 꽃은 꽃잎이 많은 게 민들레, 가지런하게 한 줄만 있는 게 좀씀바귀입니다. 쪼꼬만 게 화단에 많이 피어 있어 궁금해서 찾아보니 씀바귀와 같은 모양인데 아주 작아서 ...